'고물가 고유가 고금리' 연초부터 더 심화… 서민등골 빠져
2008-01-10 뉴스관리자
특히 올라가는 속도가 가파르고 지속적인데다 국내외 정세나 경제환경을 감안할 때 특단의 조치가 있지 않고서는 당분간 내려오지 않을 전망이어서 국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계속 빡빡할 것으로 보인다.
정권교체의 어수선한 국면을 틈타 심화된 3고 현상은 향후 우리 경제의 성패에 큰 영향을 줄만한 주요변수이기 때문에 새 정부에서도 가장 신경써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 식품.공공요금 인상 줄이어..물가 '비상'
작년 12월 소비자물가가 전년동기 대비 3.6%나 올라 3년2개월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더니 올해도 생필품가격과 공공요금이 들썩이고 있다.
지난해 크게 오른 원유,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시차를 두고 국내 제품 가격에 반영되면서 식품업계는 벌써 과자류와 유제품 가격을 10~30% 올리고 있고, 대표적 서민 먹거리인 자장면 값도 500원 정도 비싸졌다. 주요 피자업체들도 최근 일제히 1천원씩 가격을 인상했다.
업계는 원료인 밀가루.치즈 등의 가격 폭등으로 제품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작년 11월 중순 기준 밀(소맥)과 대두(콩) 선물가격은 각각 전년 같은 달보다 49%, 59%나 뛴 상태다. 치즈 가격도 중국의 수요 급증 등에 영향받아 반년 사이 40% 가까이 치솟았다.
공공요금도 큰 폭으로 올라가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 1월1일 사용분부터 하수도 사용료를 용도별로 23~25% 올렸고, 전남 순천시와 경남 김해시, 강원 원주시 등도 1~2월 중 7~30% 정도의 수도 요금 인상을 준비하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달 20일 시내.외버스 요금을 성인 기준으로 150원씩 일제히 인상했다.
물가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정부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미국발 세계 경기 침체로 수출 증가세 둔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때문에 자칫 내수 회복의 불씨마저 꺼지면 최악의 경기 시나리오가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재경부 차관을 반장으로 한 '물가안정대책반'을 구성, 선제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원유.곡물 등 비용 상승 요인의 경우 시장원리에 따라 수급조절을 추진하되 일시적 가격 급등에 대해서는 할당관세 인하, 비축물량 방출 등을 통해 충격을 완화한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공공요금 원가 상승요인을 공기업의 비용절감을 통해 최대한 흡수하고, 중앙.지방정부간 협조를 강화해 지방공공요금의 안정적 관리를 유도할 방침이다. 농축수산물은 계약재배와 정부 비축사업 등으로, 유류는 오는 4월 주유소 가격 실시간 공개 등의 유통구조 개선을 통해 가격 안정을 꾀할 계획이다.
◇ 나는 기름값.기는 정책.."5만원 넣어도 반밖에.."
계속되는 고물가 우려 속에 중산층과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압박하는 큰 요인이자 전체 물가 상승의 근본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은 바로 유류가격이다.
한때 배럴당 100달러를 찍은 해외시장은 고사하고 국내 도입원유의 기준가격인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90달러선을 넘으면서 진행되는 기름값의 고공행진에 '허리가 휜다'는 표현이 현실이 되고 있다.
석유공사가 전국 1천100개 주유소를 대상으로 표본조사하는 전국 휘발유 소매가격 평균치는 1월 첫째주에 ℓ당 1천638.58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유류 가격 강세에 지난해 정부의 세금 올리기까지 가세한 경유값도 1천442.77원으로 나란히 사상 최고치였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전국 대상 표본조사 결과이자 평균치로, 물가 앙등의 피해가 가장 큰 소규모 자영업자와 봉급 생활자가 밀집한 대도시 지역의 사정은 더욱 심각해 서울의 경우 지난주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평균 1천700원과 1천500원 선을 넘어섰다.
일선 주유소에서는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휘발유 판매가격을 ℓ당 1천900원 이상으로 표시하는 곳이 수도권에 등장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가 취하는 조치는 아직 전무하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조속히 유류세금 10% 인하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내걸었지만 탄력세율 적용 등 가격급등을 흡수할 수 있는 조치들은 아직 가시권에 들지도 않은 상태다.
정부가 오는 4월부터 전국의 주유소 유류가격을 인터넷에 공개해 싼 곳을 찾을 수 있게 해주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주유소 업계의 반발에 밀려 "반대하는 곳은 공개하지 않는다"고 한 발 물러서 사실상 흐지부지됐다.
한 공기업에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A씨는 "출퇴근용으로 쓰고 있는 승용차의 연료가 바닥나 5만원어치 휘발유를 넣었더니 준중형차인데도 절반 조금 넘는 수준밖에 차지 않더라"며 혀를 찼다.
◇ 대출금리 급등세..서민 당혹
대출금리도 급등세를 보이면서 서민 가계에 고통을 가중하고 있다.
은행권 변동금리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두달째 급등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고정금리부 대출은 물론 신용대출, 학자금대출 등 대출금리 인상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변동금리부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91일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9일 5.88%를 기록하며 전날보다 0.01%포인트 상승했다.
새해 첫 거래일인 2일 0.02%포인트 오른 것을 시작으로 7일 하루를 제외하고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6년8개여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함께 올라 힘들게 내집마련에 뛰어든 서민들을 힘겹게 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10일 주택대출 금리를 주 초에 비해 0.02%포인트 인상한 6.77~8.27%로 고시했고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0.02%포인트 높인 6.87~8.27%와 7.18~7.88%를 적용한다.
외환은행이 자금조달 상황을 감안해 이번주 초 주택대출 최고금리를 0.21%포인트 인상하는 등 가산금리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변동금리부 대출은 물론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인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 금리도 8일부터 0.25% 포인트 인상됐다.
이 같은 금리 급등으로 서민들의 대출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 불과 1년전인 2006년 말 농협에서 2억원을 대출받은 가정의 경우 그동안 금리가 1.43%포인트 상승했기 때문에 더내야 하는 이자만 연간 286만원이 된다.
이 같은 금리상승 국면에서 부동산 거래는 위축된 상태가 지속돼 집을 담보로 돈을 빌린 서민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일부 은행은 신용대출 금리도 인상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번 주초 신용대출 금리를 최고 0.50%포인트 인상했으며 한국씨티은행은 신용대출과 공무원연금대출 금리를 각각 0.14%포인트와 0.25%포인트 높였다.
한편 주택금융공사는 올 1학기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 금리를 지난해 2학기에 비해 0.99%포인트 인상한 연 7.65%로 확정했다.
이처럼 대출금리가 급등하면서 장기 고정금리 대출과 금리위험 헤지 상품 개발 등 서민 대출자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당국의 노력이 필요하며 은행권의 자금경색을 완화하기 위해 원화 유동성 비율 지도기준을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