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환대출 해줄 테니 앱 까세요" 보이스피싱 주의보

금감원 “대출 관련 문자·전화 일단 의심해야”

2023-05-07     송민규 기자
최근 대환대출을 해주겠다며 어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게 한 뒤 금융사를 사칭해 기존 대출금을 완납하는 것처럼 속여 돈을 갈취하는 보이스피싱이 성행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경기도 이천시에서 자영업을 하는 김 모(여)씨는 경기 침체로 생활이 어려워 추가 대출을 생각하던 차에 A시중은행으로부터 대환대출을 해준다는 문자를 받고 신청했다가 수백만 원의 금전적 피해를 입었다.

A시중은행의 대환대출 문자는 보이스피싱범들이 보낸 것이다.

보이스피싱범들은 김 씨에게 대환대출 신청서를 쓰려면 자신들이 제공하는 앱을 설치해야 한다면서 설치파일을 보냈다. 그러면서 기존 은행 앱 등 금융 앱을 모두 삭제하게 했다.

보이스피싱범들이 보낸 설치파일은 스마트폰 기기의 모든 권한을 탈취하는 악성 앱이었다. 기존 금융 앱에는 악성 앱을 탐지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삭제하게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보이스피싱범들은 김 씨에게 해당 금융사에 대환대출을 문자로 안내한 직원이 근무 중인지 확인하도록 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이후 김 씨는 기존에 대출을 받았던 캐피탈사로부터 “계약위반이니 당일까지 모든 원금을 완납하라”며 “오늘까지 상환하지 않으면 가산금 20%를 더 내야한다”는 전화를 받게 된다.

이는 캐피탈사가 아니라, 보이스피싱범들이 건 전화였다. 김 씨의 스마트폰은 권한이 탈취된 상태기 때문에 캐피탈사의 번호가 뜨도록 설정된 상태였다.

놀란 김 씨는 캐피탈사에게 돈을 갚는다는 생각으로 지인에게 급히 돈을 빌려 보이스피싱범들에게 전달했다.

상황은 이렇게 끝나지 않았다. 보이스피싱범들은 며칠 뒤 다시 한 번 캐피탈사를 사칭해 “계약위반이니 당장 원금을 상환하라”고 김 씨를 압박했다.

더 이상의 돈을 구할 수 없었던 김 씨는 이에 응하지 못했다. 그리고 나중에 상황이 이상해 인터넷을 찾아보던 중 악성앱을 이용한 신종 보이스피싱에 당했음을 알게 됐다.

김 씨는 “즉각 앱을 삭제한 뒤 경찰에 신고했지만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르고, 잡더라도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하더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도 김 씨와 같이 대환대출을 사칭한 보이스피싱범들에게 속아 입금을 요구받았다는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경북 경산시에 사는 이 모(남)씨와 서울시 관악구에 사는 나 모(여)씨는 김 씨처럼 대환대출을 사칭한 문자를 받고 피해를 입었다.

한편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금액 1451억 원 가운데 피해자에게 환급된 금액은 379억 원으로 환급률은 26.1%에 그쳤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악성앱을 통한 보이스피싱이 늘어나고 있다. 대출 관련한 문자나 전화를 받으면 일단 끊고 의심하고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