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수익 비중 30~40%' 공언한 금융지주들, 현재 성적표는?...신한금융·우리금융 돋보여
2023-05-12 김건우 기자
신한금융지주(회장 진옥동)는 2030년까지 30%를 제시했고 KB금융지주(회장 윤종규)는 2040년까지, 하나금융지주(회장 함영주)는 중장기적으로 40%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현재 4대 금융지주의 글로벌 부문 순이익 비중은 10~20% 수준이다. 기준점을 해외법인 또는 지분투자한 법인까지 포함하는지에 따라 수치는 다르지만 매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 은행-카드-증권 삼각편대 신한금융, 동남아 3국 은행에서 수익 내는 우리금융
글로벌 사업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곳은 신한금융지주다. 올해 1분기 신한금융지주의 글로벌 부문 순이익은 전년 대비 23.9% 증가한 1583억 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부문이 차지하는 수익 비중은 11.4%다.
이익의 상당 부분은 신한은행 해외법인에서 발생하고 있다. 신한베트남은행이 은행 글로벌 이익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고 SBJ은행과 중국법인도 기여도가 14~18% 정도로 높은 편이다.
비은행 부문에서는 신한카드가 동남아 지역에서 선전하고 있다. 지난해 신한카드 베트남법인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173억 원에 달했다. 출범 4년 차에 불과하지만 ▲오토론 ▲오토바이대출 ▲우량 신용대출 등을 주로 취급하고 있고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신용카드업도 진출하면서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
증권 부문은 신한투자증권이 지난해 베트남 법인에서 선전했는데 현지 리테일 비즈니스를 강화하면서 브로커리지 중심으로 수익을 늘리고 있다. 보험 계열사 중에서는 신한라이프가 지난해 베트남 법인을 출범시키며 첫 발을 뗐다.
우리금융지주 역시 일찌감치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면서 글로벌 부문에서 괄목할 만한 실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 우리금융지주 글로벌 부문 당기순이익은 4523억 원으로 수익 비중도 17.1%에 달했다. 올해 1분기에도 글로벌 당기순이익은 1276억 원으로 순항하고 있다.
대부분의 이익은 우리은행 동남아법인 3곳에서 나오고 있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등 3대 법인은 최근 5년 간 연평균 순이익 증가율이 30%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고성장 법인이다. 올해도 현지 영업력 강화를 통해 플러스 성장에 도전하고 있다.
베트남우리은행은 올해 지점 3곳을 추가로 열고 캄보디아우리은행도 핵심 거점지역에 고소득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프리미엄 전략 점포를 확대하는 등 리테일 강화가 핵심이다. 특히 캄보디아우리은행은 지난해 출시한 우리페이 기반 결제시스템을 활용한 비대면 영업도 준비 중이다.
다만 타 금융지주에 비해 비은행 부문의 존재감은 약하다. 우리카드가 지난 2016년 미얀마에 여신전문금융회사 투투파이낸스를 설립하고 지난해에는 인도네시아 현지 여신전문금융사를 인수해 할부금융업을 시작했지만 아직 글로벌 사업에서 은행 외에는 두각을 나타내는 곳이 없다.
◆ 지분투자로 수익 내는 하나금융, 비은행 진출은 활발하지만 수익성 아쉬운 KB금융
하나금융지주는 해외 현지법인 뿐만 아니라 현지 금융회사 지분 투자를 통한 지분법 및 배당 수익을 얻는 접근 방식을 내세우고 있다. 지분법 손익을 포함한 하나금융의 글로벌 순이익 비중은 20% 내외로 알려져있다.
지분투자의 경우 베트남과 중국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베트남의 경우 하나은행이 지난 2019년 베트남 1위 국영은행인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 지분 15%를 매입했는데 누적 지분법 이익이 5000억 원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지분 11.92%를 보유한 중국길림은행에서도 지난해 지분법 이익으로 499억 원 상당의 수익을 거뒀다.
이 외에도 중민국제융자리스, 북경랑자자산관리유한공사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하나금융은 지분법 이익 외에도 이들 법인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영업네트워크 등 해외사업 네트워크로 활용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향후에도 지분투자 방식의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9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 IR 행사에서 "현지 금융기관에 소수 지분을 전략적으로 투자하는 방식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이는 재무적 부담을 최소화함과 동시에 그룹이 보유한 인프라를 유연하게 활용하고 안정적으로 리스크 관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성공사례로 언급하기도 했다.
해외법인의 경우 인도네시아와 중국법인에서 현지인 대상 리테일 영업을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고 캐나다, 독일,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서는 기업금융(IB)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상대적으로 늦게 해외진출에 나섰지만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폭 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아시아 지역에서만 계열사들이 세운 현지법인만 20곳에 달하는데 은행과 비은행 계열사들이 동반 진출한 점이 특징이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경우 은행, 증권, 손해보험, 카드, 캐피탈, 데이타시스템 등 6개 계열사들이 결집해있다.
인도네시아는 KB부코핀은행이 KB파이낸시아 멀티파이낸스(카드), KB밸버리증권(증권)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인도네시아 내 KB계열사 교차 판매로 거래 편의성을 높이는 작업을 하는 등 은행과 비은행 시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에 한창이다.
구체적으로 KB부코핀은행은 KB밸버리증권과 유가증권 업무, KB캐피탈 SKBF와는 자동차 할부금융, KB국민카드 KB FMF와는 할부금융 상품 판매 등을 포함한 코로케이션 파트너십을 지속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다만 실적은 아직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 등 일부 법인에서 대규모 충당금 적립이 발생하면서 지난해 글로벌 부문은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미얀마, 캄보디아 등 다른 동남아 국가에서는 소매금융업을 중심으로 견조한 수익을 내고 있다.
한편 금융권에서는 올해 코로나 리오프닝을 맞아 금융지주들이 그동안 미뤄왔던 글로벌 퍼스트 전략을 본격적으로 펼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동안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현지 경제상황 악화로 각 사들이 해외영토 확장에 소극적이었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리오프닝이 확산되면서 글로벌 부문에 바짝 힘을 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금융감독원-금융권 공동 IR에서도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이 글로벌 부문 수익 확대를 공언한 부분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형 금융지주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 금융그룹들의 경영 화두는 글로벌과 디지털이었는데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디지털 퍼스트 전략에 올인하는 분위기였다"면서 "올 들어 리오프닝이 시작되면서 주요 금융그룹들이 미뤄둔 글로벌 비즈니스에 다시 바짝 힘을 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