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두산에너빌리티 창원공장] 아직도 활기 못찾는 원자력 공장..."수주 물량 꽉 찰 날 기다려"

2023-05-16     이철호 기자
"지난 5년간 침체됐던 국내 원자력 생태계가 되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내년 상반기에는 다시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공장이 본격적으로 활기를 되찾을 거라 생각합니다. 국민들의 원전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도록 안전한 기자재 생산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15일 경남 창원시에 위치한 두산에너빌리티 창원공장을 방문했다. 1976년 착공해 1982년 준공된 두산에너빌리티 창원공장은 전체 면적이 430만㎡로 원자력 발전 소재 제작에서 완제품까지 일괄생산이 가능한 단일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현재 두산에너빌리티는 창원공장에서 신한울 3·4호 주기기를 비롯해 원자력 설비를 제작하고 있다.  주조/단조공장, 터빈/발전기공장, 풍력공장 등 대단위 생산공장도 운영 중이다. 이번 방문 때는 원자력공장과 터빈공장, 풍력공장 등을 방문했다.

◆ 원자력공장, 아직 조용한 분위기
이날 찾은 원자력공장은 다소 조용했다. 지난 2018년까지는 원자력 발전소를 위한 원자로, 증기발생기, 가압기, 냉각제펌프 제작 등을 위해 공장이 쉴 날이 없었다. 하지만 5년간의 탈원전 정책 속에 일거리가 줄어들면서 원자력공장의 활기도 사라져갔다.

하지만 최근 국내외에서 원자력이 재조명받음에 따라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공장도 점차 되살아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대한민국 최초 수출 원전인 UAE 바라카 원전에 주기기를 공급한 데 이어 15일에는 신한울 3·4호기 주기기 제작에도 착수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차세대 원자로로 각광받는 SMR(소형 모듈 원자로) 시장 선점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SMR 업체 뉴스케일파워의 핵심 기자재 소재 제작을 세계 최초로 시작했으며 엑스에너지를 비롯한 여러 업체와도 협력 중이다. 향후 SMR 시장이 활성화되면 창원공장에 SMR 주기기 생산을 위한 공장을 준공할 계획이다.

두산에너빌리티 임직원들은 원자력공장이 예전처럼 수주 물량으로 꽉 찰 날을 기다리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BG 원자력공장 이동현 공장장은 "지금은 초기 단계지만 앞으로는 더 많은 원전 기자재 수주가 예정돼 있다"며 이를 대비해 인력 확충과 협력업체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수백 톤에 이르는 합금강 다듬어 만든 주기기
15일 두산에너빌리티 창원공장에서 열린 '신한울 3∙4 주기기 제작 착수식'에서는 핵반응의 열을 이용해 터빈을 돌릴 증기를 만드는 증기발생기의 초기 제작 현장을 공개했다. 당시 착수식에 참석한 사람들 모두 금속의 열기에 놀라고 초대형 프래스에 한 번 더 놀랐다.

증기발생기를 비롯한 원자력 발전 주기기는 이렇게 단조공장에서 합금강을 가공하는 작업부터 시작된다. 자체 용광로에서 만들어진 200톤 규모의 합금강을 1만7000톤 프레스로 단조해 원하는 형상을 만들어 낸다.
▲두산에너빌리티 창원공장 내 단조공장에 설치된 1만7000톤 프레스기가 신한울 3∙4 주기기 중 하나인 증기발생기 단조 소재 작업을 하고 있다.
이후 단조된 합금강을 설계에 따라 용접하고 부속품을 붙여 주기기가 만들어진다. 신한울 3∙4호기에 사용되는 증기발생기는 높이 약 23m, 무게 약 775톤에 달한다. 원자로의 규모도 높이 약 14.8m, 무게 533톤에 이른다.

이게 끝이 아니다. 침투검사, 초음파검사, 방사선촬영 등을 통해 용접된 부분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고 열처리 이후에도 누설된 부분이 있는지 테스트한다. 작은 틈 하나가 심각한 방사능 유출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마지막까지 검사에 힘을 쏟는다는 것이 두산에너빌리티 측의 설명이다.
▲원자력공장에서 직원이 교체형 원자로헤드를 살펴보는 모습이다. 작은 틈 하나가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안전한 원전을 위해 꼼꼼한 검사가 이어진다.

◆친환경 가스터빈, 해상풍력 기술도 개발
한편 두산에너빌리티 창원공장에서는 원자력 이외에도 친환경 에너지 생산을 위한 발전설비 제작 과정을 알아볼 수 있었다. 먼저 터빈공장에서는 발전소에 사용되는 가스터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알아볼 수 있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7년 380MW급 수소 전소 터빈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풍력발전기의 핵심 기자재인 나셀과 허브를 조립하고 성능을 테스트하는 풍력공장도 방문했다. 이날 풍력공장에서 만나본 풍력발전기의 나셀의 무게는 260톤에 달하고 허브도 40톤이나 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글로벌 협력을 통해 해상풍력을 위한 초대형 발전기를 제작할 예정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제주 한림해상풍력단지에 공급할 5.5MW 풍력발전기 나셀 제작을 진행하고 있다.

정연인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은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자력 분야에서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에서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앞으로도 5000여 명의 전문 인력과 함께 국내 에너지 안보를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