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수출용 '아르카나'만 가득찬 르노코리아 부산공장…국내 판매 꼴찌 추락, 회복에 안간힘
2023-05-18 이철호 기자
지난 17일 부산 강서구에 위치한 르노코리아자동차 부산공장을 방문했다. 1997년 완공된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은 대지 면적 1.5㎢ 규모이며 2245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스탬핑·차체·도장·조립공장에 엔진 생산시설도 마련된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은 최대 30만 대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은 총 16만4656대다.
◆ 1%대로 추락한 내수 점유율…"내년 출시되는 오로라 프로젝트 준비 중"
제조공장에서 XM3와 QM6, SM6가 조립되는 과정을 둘러보던 도중 잠시 공장 내 화장실에 들렀다. 화장실 내 게시판에는 올해 4월까지 내수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는 소식을 볼 수 있었다.
실제로 르노코리아의 내수 실적은 심각한 수준이다. 한때 내수 자동차 시장 점유율이 10%대에 달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2020년대 들어 르노코리아의 내수 시장 점유율은 2020년 5.1%, 2021년 3.5%, 2022년 3.1%로 감소 추세다. 올해 1~4월 점유율은 1.5%에 그쳤으며 판매량은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최하위다.
르노코리아는 신형 친환경 SUV인 '오로라 프로젝트'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오로라 프로젝트는 하이브리드 중형 SUV로 볼보, 링크앤코 등에 사용된 바 있는 CMA 플랫폼이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하반기 출시가 예상되나 시장 상황에 따라 상반기로 앞당길 수도 있다는 것이 르노코리아 측의 설명이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5월 들어 신차 준비를 위해 설비 공사를 한창 진행 중이다"며 "신차 출시 전까지는 다양한 고객 경험 프로그램을 통해 현재 판매되는 모델의 매력을 소비자에게 알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 수출 물량 생산, 앞으로도 아르카나에 집중될 듯
부산공장에서 수출을 기다리는 완성차의 대부분은 같은 모델이었다. 바로 아르카나였다. 이외에 르노 콜레오스(국내 판매명 르노코리아 QM6)가 드문드문 모습을 보이는 수준이었으며 탈리스만(국내 판매명 르노코리아 SM6)은 찾기 쉽지 않았다.
지난해 르노코리아의 수출 판매에서 아르카나가 차지하는 비중은 89%에 달했다. 올해는 아르카나 의존도가 다소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78%에 달하는 비중을 차지한다.
특정 모델에 대한 수출 의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 하반기 닛산 로그 물량 생산이 활기를 띠면서 부산공장 생산량은 2017년 26만4037대에 달했다. 하지만 로그의 인기가 사그라들다 2020년 3월 생산이 종료되면서 그 해 부산공장은 11만4721대 생산에 그쳤다.
르노코리아는 아직 아르카나의 해외 판매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유럽 시장은 아르카나와 같은 인기 모델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는 곳으로 올해도 인기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이해진 르노코리아 제조본부장은 "하반기 유럽 시장에 아르카나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아르카나 생산과 수출에 전력을 다해 우수한 품질과 원가 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 자동차 전용선 부족 속 컨테이너에 차량 실어 수출
르노코리아는 자동차 전용선박 문제로 수출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 자동차 전용선박 운임은 2021년보다 3배 올랐는데 그마저도 선박을 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자동차 전용선 신규 건조가 느린 가운데 중국 전기차 업체에서 전용선을 싹쓸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르노코리아는 고육지책으로 컨테이너에 아르카나 3대를 실어 프랑스로 운반하는 방안을 생각해 냈다. 자동차 전용선 대비 비용이 10% 저렴하고 매일 선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컨테이너를 통해 양산차를 대규모 수출하는 것은 르노코리아가 처음이라 한다.
이번 방문 때 르노코리아는 실제 아르카나가 어떻게 컨테이너에 적재되는지를 시연했다. 차량 하나를 후진시켜 컨테이너에 넣은 다음 바닥에 고정시키고 전면부에 랙을 장착한다. 두 번째 차량은 랙을 타고 올라간 뒤 고정되며 마지막 차량이 컨테이너에 들어간 뒤 고정되면 적재가 끝난다.
이선희 르노코리아 물류담당은 "현재 전체 수출 물량의 10% 정도가 컨테이너를 통해 운송되고 있다"며 "현재는 프랑스 르아브르항 선적 물량에만 적용되지만 향후 유럽의 다른 항구나 호주, 멕시코 등의 수출 물량에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