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 상생금융 현장 행보에서 빠진 농협은행...무슨 속사정?

2023-05-25     김건우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올 들어 모든 은행권을 순회하며 '상생금융'을 독려하고 있는 가운데 농협은행(행장 이석용)만 방문하지 않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농협은행은 특수은행으로 분류되지만 국내 최대 점포망을 배경으로 개인 및 법인 고객이 많은 은행이라는 점에서 이 원장이 방문하지 않은 것 자체가 화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원장은 지난 2월 23일 하나은행을 시작으로 KB국민은행(3월 9일), 신한은행(3월 24일), 우리은행(3월 30일) 순서로 4대 시중은행을 방문해 상생금융 간담회를 열었다. 지방은행 중에서도 부산은행(3월 8일)과 대구은행(4월 3일)을 직접 방문했고 광주은행은 오는 31일 찾아갈 예정이다. 
 
▲ 지난 2월 말부터 최근까지 이복현 금감원장은 개별 은행을 순차 방문하면서 상생금융을 강조하는 행보를 보였다.

지난 2월 말에는 카카오뱅크를 방문해 인터넷전문은행 3사 대표들과 은행산업 경쟁 촉진 및 소비자편익제고를 위한 간담회도 개최하기도 했다. 

5대 금융지주와 3대 지방금융지주 계열 은행 및 인터넷전문은행까지 모두 돌았지만 농협은행에는 발을 들이지 않았다.  이 원장이 방문할 때마다 각 은행들은 ▲서민 및 소상공인을 위한 종합 금융지원 ▲대출금리 인하조치 ▲디지털금융 소외계층을 위한 특화점포 개설 등 상생금융 보따리를 내놓았다. 

이 원장은  은행들과의 간담회에서  상생금융 실천방안을 듣고 은행들이 이를  실천하도록 격려하는 등 적극적으로 화답했다. 

◆ 농협은행은 상생금융 이미 실천중? 사회공헌비도 가장 많이 지출

금융권에서는 이 원장이 아직 농협은행을 방문하지 않은 것에 대해 각 은행들이 내놓은 상생금융 방안을 농협은행이 이미 시행하고 있다는 점을 꼽는다.  

이 원장은 지난 달 12일 열렸던 한 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농협은행은 다른 금융기관보다 더 앞서서 농민과 조합원들을 위해 다양한 상품이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비슷한 취지로 언급한 바 있다. 

실제로 농협은행은 지난 1월 중순 5대 시중은행 중에서는 처음으로 12조6000억 원 규모의 금융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금융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금리인하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지역신용보증재단 특별출연 ▲올원뱅크 전자금융 이체수수료 면제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 방안 등이 담겼다.

최근 주춤하고 있지만 주요 은행들이 오프라인 점포를 줄이고 있는 것과 달리 농협은행은 수 년째 점포를 거의 줄이지 않고 국내 최대 점포망을 유지하고 있는 점도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방안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출장소를 포함한 5대 시중은행의 총 점포수는 전년 말 대비 199곳 감소한 3989곳이었다. 신한은행(63곳), KB국민은행(58곳), 우리은행(55곳), 하나은행(20곳) 순으로 줄었든 반면 농협은행은 같은 기간 1109곳에서 1106곳으로 3곳 감소하는데 그쳤다.  

금융당국이 점포 축소와 더불어 유심히 살피고 있는 사회공헌 부문에서도 농협은행은 가장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농협은행의 지난해 사회공헌액은 1685억 원으로 KB국민은행(1630억 원), 우리은행(1605억 원)을 제치고 가장 많았다. 순이익 대비 사회공헌액 비중도 9.7%를 기록하며 가장 높았다. 

농협은행의 사회공헌액은 농협 특성상 매년 영업수익(매출) 대비 일정 비율로 산정해 지출하는 농업지원사업비(이하 농지비)와는 별도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농협법을 근거로 설립된 농협 금융계열사들은 농업진흥 차원에서 매년 농지비를 내고 있는데 농협은행은 지난해 농지비로 3247억 원을 지출했다. 게다가 농지비의 경우 요율을 높이는 내용이 포함된 농협법 개정안 통과 가능성이 높아 향후 농협은행이 부담해야 할 금액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 1월에 농협은행이 마련한 금융지원 방안도 이석용 은행장 취임 후 선제적으로 발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농협은행이 시중은행 이지만 농협중앙회가 대주주인 특수은행이라는 점도 감안된 결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