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 빠진 독 물 붓기?...키움·대신·SK증권, 자회사 저축은행에 돈 쏟아부었지만 건전성 지표 살얼음판
2023-06-22 원혜진 기자
계열 저축은행들이 모회사로부터 자금 수혈을 받아 자본적정성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지만 건전성 지표의 개선은 이루어 지지 않고 있어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란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지난달 자회사인 키움예스저축은행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400억 원을 출자했다. 키움예스저축은행은 지난 1분기 BIS비율(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이 10.46%로 권고치인 11%를 하회했다. 증권사 계열 저축은행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현재 키움증권은 키움예스저축은행과 키움저축은행 2곳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키움예스저축은행의 자본적정성은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또 다른 자회사 키움저축은행도 재무 상황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만큼 향후 추가 출자 가능성이 크다.
쏠쏠한 수익으로 모회사에 효자 노릇을 하던 것도 옛말이 됐다. 1분기 고금리 여파로 이자비용이 급증하면서 키움예스저축은행은 순손실 33억 원으로 적자전환했고 키움저축은행도 전년 동기 대비 97% 감소한 4억 원의 순이익에 그쳤다.
앞서 지난 3월 한국금융지주도 자회사인 한국투자저축은행이 실시한 유상증자에 참여해 4200억 원을 출자했다. 자본 확충을 통해 한국투자저축은행의 BIS비율은 지난 1분기 기준 16.16%로 업계 평균을 훌쩍 웃돌았다. 다만 PF 부실 리스크 등 여전히 위험 요소가 많은 상황이다.
한국금융지주는 지난해 11월에도 9.77%까지 떨어진 한국투자저축은행의 BIS 비율 개선을 위해 한국투자증권을 통해 500억 원 규모로 출자한 바 있다. 최근 8개월간 쏟아부은 돈만 4700억 원에 달하는 셈이다.
같은 목적으로 대신증권도 올해 3월 대신저축은행에 500억 원의 유상증자를 진행했고, SK증권도 작년 11월 자회사 MS저축은행의 유상증자를 위해 180억 원 현금 출자에 나선 바 있다.
다만 이들 저축은행의 건전성이 여전히 취약한 수준이어서 지표가 개선되기 전까지 모회사에 잠재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들 저축은행의 지난 1분기 연체율은 전년 동기 대비 일제히 악화됐다. 특히 MS저축은행의 1분기 기준 연체율은 7.78%에 달하고 있다. 이는 저축은행 평균 연체율(5.1%)과 비교해도 2.68%포인트나 높은 수준이다. 위험가중자산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하반기에도 업계의 시름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는 9월 말 종료되는 코로나19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와 하반기에 상당수 만기가 돌아오는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등의 타격에도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자 여력이 충분하다고 해도, 업계 전반적인 불황 속에서 건전성 리스크 등을 해소할 수 있는 본질적 방안을 함께 고민하고 경영 상황 개선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원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