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기기 ‘모서리 디자인’으로 진검승부

2008-01-14     헤럴드경제신문 제공
"모서리 디자인으로 소비자를 잡아라."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4일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CES 2008)에 참가한 디지털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저마다 새로운 디자인으로 관람객들을 사로잡았다. 화질과 크기 등 기술적인 요소가 지금까지 CES를 이끌었다면 올해는 디자인으로 진검 승부를 펼치고 있는 것.

화질 측면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그리고 소니, 파나소닉 등 세계 시장을 이끌고 가는 한국과 일본 업체는 물론, 하이얼이나 TLC 같은 후발 중국 업체들까지 풀HD(초고화질)급 제품이 보편화됐다. 크기 역시 100인치대 개발 기술이 완성된 상황에서 당분간 이를 넘어서는 제품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결국 남다른 멋진 디자인을 담은 제품만이 소비자들에게 선택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디지털TV는 그 어느 때보다 모서리 디자인 경쟁이 뜨거웠다. 네모난 평판 TV에서 경쟁자들과 차별을 줄 수 있는 곳이 바로 모서리인 까닭이다. 이경식 삼성전자 상무는 “작년에 시장을 이끈 고광택 블랙 컬러에 새로운 데코레이션을 추가한 디자인을 여러 업체에서 선보였다”고 올해 CES 디지털TV의 디자인 트렌드를 전했다.

네모난 TV에 곡선의 부드러움을 더한 ‘보르도’로 세계 디지털TV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는 이번 CES에서 투명한 크리스털 소재를 덧댄 제품을 선보였다. TV 모서리를 둘러싼 이 소재는 주변 밝기에 따라 스스로 은은한 빛을 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프레임을 만드는 사출 방식 자체를 혁신적으로 발전시켰다”며 “TV를 통해 자연미의 감동과 오랜 시간 공들여 하나의 수공품을 만드는 작가정신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미니멀리즘을 앞세웠다. 스피커와 버튼, 연결단자 등을 모두 감추고 TV의 핵심인 화면을 강조한 제품이다. 또 전면에 글라스 필터를 덧대 TV 전체를 한 장의 유리처럼 보이게 했다.

강신익 LG전자 부사장은 “LG의 차별화된 디자인과 최신 기술이 집약된 평판 TV의 결정판”이라며 “앞으로도 경쟁업체가 따라올 수 없는 차별화된 ‘디자인+알파(α)’ 전략으로 시장의 판도를 바꾸겠다”고 성공을 자신했다. LG전자는 이번 신제품을 앞세워 올해 판매량 1700만대로 세계 시장 3강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디자인 경쟁은 외국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필립스는 LED 조명기술과 TV를 결합한 제품을 선보였다. 모서리를 스스로 빛을 내는 LCD 아크릴로 감싼 것. 또 모서리의 각을 없애 여성미를 강조한 점도 눈에 띄었다. 스피커 역시 밖에서는 보이지 않도록 처리했다.

샤프전자는 TV 테두리의 크기를 최소화하는 데 노력했다. 또 네 모서리를 금속으로 처리해 장식성도 강조했다. 소니는 모서리를 투명 유리판으로 감쌈과 동시에 화면 아래 빛이 나도록 만든 제품들을 대거 선보였다.

더 얇게 만드는 경쟁도 뜨거웠다. 삼성전자가 25mm 두께의 52인치급 울트라슬림 LCD TV를 선보인 데 이어 LG도 45mm TV를 전시했다. 일본 샤프도 TV 두께를 52인치 기준 29mm, 65인치는 35mm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다.

파나소닉은 무려 채 1㎝도 안 되는 PDP TV로 관람객들을 사로잡았다.

이 같은 디자인, 슬림화 경쟁은 TV 테두리 사업이라는 새 장르를 열기도 했다. 몇몇 미국 가구, 음향 회사들은 ‘2008 CES’에 나무로 만든 평판 TV용 테두리를 선보였다. 기존 TV 액세서리들이 상당한 면적을 잡아먹는 장식장 개념이라면 이제는 TV를 나무테로 둘러싸 부피에 대한 부담 없이 마치 그림처럼 보이게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코닥과 HP에서는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액자에 담는 디지털액자도 전시했다.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별도 인화 및 표구 작업 없이 언제든지 우리 집 벽에 담을 수 있는 제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 TV가 얇아지면서 마치 벽 안에 들어 있는 가구처럼 변하기 시작했다”고 올해 CES에 선보인 디스플레이 제품들의 특징을 요약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파나소닉의 150인치 PDP TV가 많은 주목을 받았다. 삼성과 LG, 소니 등이 기록한 100인치대 크기 신기록을 단숨에 뒤엎은 것이다. 파나소닉 관계자는 “150인치는 영상을 실물과 같은 크기로 구현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삼성전자가 선보인 3D 입체화면 PDP TV와 케이블 없이 영상과 음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와이어리스 가전제품들도 관심을 모았다. 이경식 상무는 “전에 없던 새 기술은 그리 눈에 띄지 않았다”며 “대신 기존 기술들을 최대한 조합해 보다 쉽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들이 다수였다”고 전했다.

〔라스베이거스(미국)=최정호 기자/choijh@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