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현의 쓴 소리 단소리> 한국타이어 '줄 초상 괴담'
국내 최대의 타이어 회사인 한국타이어 대전 공장을 둘러 싸고 비극과 코미디가 잘 배합된 드라마가 진행되고 있다. 그 드라마에 굳이 제목을 붙이면 ‘한국타이어 줄 초상 괴담’이다.
드라마 내용에 매우 암울하고 비극적이면서 코미디적이 요소까지 섞여 있다.
이 드라마의 비극적인 요소는 불과 1년반 사이에 14명의 한국타이어 노동자가 사업장에서 돌연사해 시체로 실려 나가거나 암으로 죽어 갔다는 점이다. 국내 대기업 공장에서는 그 유례가 드문 ‘떼죽음’이다.
산업안전이란 용어 개념조차 없었던 1960-1970년대에도 유례가 없었던 사건이자 사고다. ‘참사(Disaster)’라고 해도 결코 지나친 표현이 아니다.
문제는 이런 일이 왜 벌어졌느냐다. 한국타이어가 건강검진 절차도 없이 약골근로자를 너무 많이 채용해 1년반 사이에 사망자가 이렇게 많이 나왔을까? 아니면 한국타이어에 입사할 때 건강검진을 제대로 받고 일을 하다가 공장 내부 환경 때문에 모두 목숨을 잃었을까?
이 드라마가 코미디라는 지적은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방식 때문에 나오고 있다.현장 조사를 담당한 한국산업보건연구원이 최근 14명의 떼주검은 작업환경과 무관하다는 내용의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해 의혹이 날로 증폭되고 있다.
유족 대표는 “현장에 유족들도 못 들어 가고 전문가들도 못 들어 가고 자기들끼리 회사 직원들하고...”라며 울부 짓고 있다. 반발이 심해지자 한국산업보건연구원은 당황하며 한발 물러 섰다. 돌연사의 직접적인 원인을 찾지 못했을 뿐이지 작업환경이 돌연사와 관계가 없다는 것은 아니라며 발표 내용에 물을 탔다.
이 드라마의 코미디 부분 시나리오 작가는 바로 노동부라는 지적이다. 이런 참사가 벌어지면 논란의 소지를 미연에 차단하기 위해 정부와 회사, 피해자,정당 대표등이 골고루 참여하는 특별 대책팀이 구성되야 한다. 그리고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참여 조사기관, 조사방식이 결정돼야 했다.
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현장 조사 업무를 떠 넘기고 쏙 빠져 버렸다.
조사방식도 마찬가지다.이런 사고가 나면 우선 현장 보존이 기본이다. 머리카락 한올, 지문하나 조차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현장을 폐쇄했어야 했다. 이것은 상식이다.역학조사 현장을 환기 하고 깨끗하게 빗자루로 쓸고 물청소까지 한 후 한 조사를 누가 신뢰할 수 있겠느냐는 질타가 쏟아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참여연대는 “이번 역학 조사는 사측에 의해 유해물질이 치워지는등 사망자가 근무했던 작업환경과 다른 작업 환경하에서 이뤄졌고, 조사대상 유해물질중 국내 관리기준이 없는 것도 존재해 조사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못박고 있다.
벌써부터 이 드라마의 결말은 뻔하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장을 모두 청소, 증거가 모두 사라진 상태에서 공신력 있는 조사를 과연 할 수 있겠느냐며 유족대표들은 하소연하고 있다.
적어도 ‘한국타이어 줄 초상 괴담’을 지켜 보는 관중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객관적.상식적 해법 마련이 시급하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두눈을 크게 뜨고 이 드라마를 계속 지켜 볼 것이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엔킹 대표이사/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