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태극기 '윤봉길 태극기' 아니다

2008-01-16     뉴스관리자
문화재청이 건국 60주년을 맞아 역사적 가치가 있는 태극기를 근대문화재로 지정키로 한 가운데 이화여대가 소장한 '임시정부 태극기'가 지금까지 알려진 바와 달리 윤봉길 의사의 항일투쟁 출정선서에 사용된 태극기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16일 이화여대에 따르면 이 대학 박물관에 소장된 '임시정부 태극기(257.5㎝×128㎝)'는 그동안 알려진 것과 달리 윤봉길 의사가 훙커우(虹口) 의거를 앞두고 '항일투쟁 출정선서'를 하면서 찍은 사진에 등장하는 태극기와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대 박물관이 소장한 태극기는 흰 천 위에 태극과 4괘를 헝겊으로 오려 붙여 만든 것으로, 장준하(張俊河ㆍ1915∼75) 선생이 1944년 백범 김구 선생에게서 건네받아 보관하다 1975년 이화여대 박물관에 기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태극기와 관련해 박물관 기록은 '1932년 윤봉길 의사가 훙커우 의거를 앞두고 출정선서를 할 때 찍은 사진의 배경에 걸려 있던 태극기'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윤봉길 의사가 1932년 찍은 항일투쟁 출정선서 사진의 배경에 걸린 태극기와 이화여대가 소장한 태극기는 태극과 4괘의 위치가 서로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윤봉길 의사 태극기는 태극의 '양(陽.붉은색)' 부분을 위쪽으로 볼 때 4괘가 좌측 윗편부터 시계방향으로 이(離)-건(乾)-감(坎)-곤(坤) 순이나, 이화여대 소장 태극기는 건(乾)-이(離)-곤(坤)-감(坎) 순으로 배열돼 있다.

   또 태극 모양을 보면 윤봉길 의사 태극기는 '양(陽)'을 나타내는 붉은 색 부분의 오른쪽이 둥글게 두텁고 왼쪽으로 갈수록 가늘어지는 반면 이화여대 태극기는 정반대 모양이다.

   윤봉길 의사를 연구해 온 경희대 강효백 교수는 "훙커우 의거 직후인 1932년 5월 10일 중국 신보(申報)에 실린 윤 의사 출정선서 사진에 나오는 태극기와 이화여대 태극기를 비교분석한 결과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박물관 관계자는 "기증 당시 자료에는 '윤봉길 의사 사진에 등장한 태극기'라고 돼 있어 그렇게 알고 있었지만 최근 유물과 사진을 대조한 결과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이 태극기는 연경 임시정부에서 사용된 이후 김구 선생과 장준하 선생을 거쳐 지금까지 보관돼 온 만큼 역사적 가치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태극기는 독립기념관, 국사편찬위원회, 하남역사박물관 등이 소장한 태극기와 함께 근대문화재 후보에 올라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