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진돗개 순종 보존하고 애견문화 알리는 데 앞장

2023-09-20     박인철 기자
삼성그룹이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3주기(10월25일)를 한 달 앞두고 생전 이 선대회장의 '애견' 행보 사례를 재조명했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무엇보다 개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한국의 국가 이미지 개선 ▲현대인의 정서 순화 ▲생명의 소중함에 대한 인식 확산 ▲애견 문화 저변 확대를 통한 관련 산업 창출 등을 위해 애견 사업을 시작했다.

첫 사업은 진돗개 순종을 보존하는 일이었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여러 종류의 개를 키워 보면서 진돗개를 세계 무대에 내놓아도 전혀 손색이 없다고 생각했다.
▲2005 크러프츠 도그쇼 진돗개 전시
특히, 개의 중요한 특성인 희생과 충성에 있어 진돗개를 따를 만한 품종도 드물었다. 진돗개는 한국에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음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순종이 없다는 이유로 우수성이 세계에 잘 알려지지 않았고 원산지가 한국이라는 것도 인정받지 못했다.

이에, 이건희 선대회장은 순종 진돗개 보존에 직접 뛰어들었다. 이 선대회장은 1960년대 말경 진도를 찾아 거의 멸종 단계였던 진돗개 30마리를 구입했다. 10여 년 노력 끝에 순종 한 쌍을 만들어 냈고, 진돗개 300마리를 키우며 순종률을 80%까지 올려놓았다.
▲2005 크러프츠 도그쇼 진돗개 전시
이건희 선대회장의 진돗개에 대한 관심이 애견 사업으로 확장된 것은 '88 서울올림픽' 무렵이었다. 올림픽을 앞두고 우리나라에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보신탕' 문제로 연일 시끄러웠다.

올림픽 이후에도 유럽 언론은 한국을 '개를 잡아먹는 야만국'으로 소개하는 등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해 갔다. 영국 동물보호협회는 대규모 항의시위를 계획하기도 했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국가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한국 상품 불매운동으로 연결되면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고민 끝에 동물보호협회 회원들을 서울로 초청해 집에서 개를 기르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고, 애완견 연구센터 등에 데리고 가 한국 '애견 문화'의 수준을 보여줬다.

이런 노력 덕분에 영국 동물보호협회의 시위는 취소됐고, 그 이후로는 더 이상 항의도 없었다.
▲2005 크러프츠 도그쇼 진돗개 전시
이건희 선대회장은 1993년 신경영 선언을 기념해 국내 최초의 시각장애인 안내견 학교를 설립해 '초일류 삼성'을 향한 변화의 첫 걸음을 사회공헌으로 시작했다. 진정한 복지사회가 되려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배려하고, 같은 사회의 일원으로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는 사회 구성원들의 따뜻한 마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삼성은 1993년 국내 최초의 체계적인 안내견 양성기관인 '삼성안내견학교'를 설립했다. 이후 삼성은 ▲인명구조견('95년) ▲청각 도우미견('02년) ▲흰개미 탐지견('03년) 등 개를 통한 CSR 활동을 확대해 갔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세계 속에 한국의 애견문화를 널리 알리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1993년부터는 영국 왕실이 후원하는 권위 있는 세계적인 애견대회인 크러프츠 도그쇼를 후원했고, 2013년 대회에는 진돗개 '체스니'(Chesney)가 최초로 출전해 입상을 했다.
▲2005 크러프츠 도그쇼 진돗개 전시
삼성은 2008년에는 일본에 청각 도우미견 육성센터를 설립했고, 이건희 선대회장은 일본 명문 야구단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최고 선수로 꼽히는 나가시마 시게오 선수에게 진돗개 암수 한 쌍을 선물로 주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에버랜드 테마파크 안에서 진돗개의 장애물 경주 모습을 선보이며 국내 애견 문화 저변 확대에 나서기도 했다.

삼성은 시각장애인들의 자립을 위한 토대 마련을 돕기 위해 안내견 양성과 함께 안내견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한 노력도 병행했다. 정부와 국회도 장애인 복지 향상을 위해 함께 나서면서 안내견을 동반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제도적인 변화가 이어졌으며, 안내견 양성을 위한 환경도 크게 개선됐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