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2% 부족했던 전지현의 ‘생얼’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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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 부족했던 전지현의 ‘생얼’ 도전’
‘CF 여왕’이 감행한 모험은 ‘신선’했다. 영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감독 정윤철)에서 노메이크업에 고무줄로 헝클어진 파마머리를 질끈 동여매고 나타난 전지현의 모습은 ‘신선’하다고 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그것은 CF의 여왕이 감행한 모험이 ‘신선했다’는 것일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31일 개봉을 앞둔 영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에서 전지현은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덤비는 휴먼다큐멘터리 PD(송수정)를 연기했다. 송수정은 지금까지의 스크린 속 전지현 이미지와는 180도 다른 캐릭터라는 점에서 기대감을 높여왔다. “전지현이 맡은 배역은 지금껏 보여줬던 그녀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는 정윤철 감독의 말처럼 전지현이 맡은 이번 캐릭터는 센 것이었다.
21일 언론 시사를 통해 처음 일반에 영화가 공개된 후 전지현은 “송PD 역할은 제가 맡은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에서 이번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 강하게 느껴졌다.
실제로 전지현은 이번 영화를 위해 국내 톱CF 스타로, 또 여배우로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 했다. 촬영 내내 화장끼 없는 이른바 ‘생얼’로 다녀야 했고, 수년간 기른 앞머리도 싹둑 잘라냈다. 거기에다 입에도 대보지 않았다는 담배를 줄로 달고 살았다고 한다.
그러나 스크린에서 만나본 전지현은 “송수정PD의 눈을 하고 있었다”는 황정민의 칭찬에도 불구하고 실망스런 수준이었다. 스크린 상의 그녀는 거칠게 말하려 노력했을 뿐, 육두문자 수준은 아니었다. 영화 홍보 때 매번 언급됐던 흡연신에서도 적극적으로 자신 속에 캐릭터를 녹여내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전지현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크게 히트했던 ‘엽기적인 그녀’(2001) 이후로 이렇다 할 성공작이 없다. 이후 ‘4인용 식탁’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데이지’ 등 간간이 영화에 출연했지만 ‘뻔한 전지현의 영화’라는 비판 속에 관객에게는 번번이 외면당해야만 했다. 그녀가 광고에서 보여준 모던함과 멜로 드라마의 청순한 이미지도 이미 관객들에게는 식상한 컨텐츠였다. CF계의 스타로 떠오른 전지현으로서는 ‘배우 전지현’으로 나아가기 위해 기존 이미지, 그 이상을 보여줘야 하는 어려움을 극복하기란 쉬워보이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배우 전지현’으로 거듭나기 위한 하나의 포스트가 되었다고는 할 수 있을 듯 하다. 최소한 그녀의 열정만은 확인했으니 말이다.
이제 전지현은 국내의 톱스타 이미지를 뒤로 한채 새로운 세계인 할리우드 진출을 앞두고 있다. 지금까지 공개된 몇 장의 스틸컷으로만 봐도 해외에서 찍었다는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는 그녀의 또 다른 도전임에 틀림없다.
도전이 도전으로 끝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제 31일 관객들의 평가만 남아 있다.
홍동희 기자, 손수진 인턴기자(mystar@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