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사이언스 송영숙 회장 전격 해임...오너 일가 다시 균열

2024-05-14     유성용 기자
한미그룹 오너 일가 간 갈등의 골이 다시 깊어지는 모습이다.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차남 임종훈 대표의 한미사이언스 공동대표 체제가 한 달 만에 막을 내렸다.

화합을 강조한 장남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의 입장과 궤를 달리하는 결정이라 지난 3월 경영권 분쟁에서 힘을 모았던 형제 간 연합전선에도 변화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4일 오전 한미사이언스는 서울 송파구 사옥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송 회장을 대표이사직에서 해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한미사이언스는 가족 공동대표 체제가 구축된 지 40일 만에 임 대표 단독체제가 된다. 송 회장의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직은 유지된다. 임기는 2026년 3월 29일까지다.

이날 이사회는 임 대표가 소집한 만큼 가족 간 갈등 봉합이 여의치 않음을 대변한다.

송 회장 해임은 지난달 이뤄진 임원인사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한미사이언스는 4월 15일 송 회장 장녀인 임주현 부회장을 한미사이언스에서 한미약품 R&D센터 글로벌사업본부 총괄로 이동하는 인사발령을 냈다. 하지만 인사는 10일 뒤 취소됐다.

당시 오너 일가들의 의중이 어떻게 반영됐는지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은데, 임 대표가 반발했다고 보는 시각이 크다. 송 회장 역시 자신과 상의 없이 인사 발령이 이뤄졌다며 강력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대표 입장에서는 한미약품 대표를 자신이 맡을 경우 임 부회장이 연구개발(R&D)을 맡으며 2인자 자리에 앉아 있는 상황이 달갑지 않다. 현재 임 대표는 한미약품에서 미등기 임원으로서 사장직을 맡고 있다. 한미약품은 매년 매출의 10% 이상을 R&D에 쏟고 있다.

일각에서는 장남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가 가족 간 화합을 강조한 상황이라 임 대표와의 형제 간 갈등도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실제 송 회장 해임 안건에도 임 사내이사는 반대 목소리를 낸 것으로 전해진다.

경영권 분쟁에서 형제 측에 섰던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도 입장이 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는 터라 향후 경영권 분쟁 재발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공동대표 체제에서는 모든 의사결정에 대표들의 승인이 필요하다. 향후 상속세 해결을 위해 투자유치, 지분 매각 등 중대 결정사안이 남은 상황이라 한미사이언스의 단독대표 체제 전환은 가족 간 갈등이 여러 안건에서 이뤄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한미그룹 오너 일가들이 내야 할 상속세는 약 5000억 원이다. 지난해까지 절반 이상을 납부했고 향후 2년간 2000억 원 이상을 더 내야 한다.

한미사이언스는 지분을 보유한 21명의 오너 일가 중 14명이 담보대출을 받고 있다. 담보대출비율은 약 54%. 오너 개인별로는 임종윤 사내이사가 주식의 89%를 담보로 제공한 상태다. 송 회장과 임 부회장도 담보대출비율이 각각 51.6%, 41%다. 오너 일가들의 자금 상황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에서 상속세 재원마련 방안 수립이 필요하다.

오너 일가들은 보유 지분의 일부를 국내외 투자사에 매각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할 방침으로 전해진다. 아직까지 공식적인 자금조달 방안은 공개된 게 없다.

한미사이언스도 지난 10일 “최대주주 지분 매각과 관련해 현재 결정된 바가 없다”고 공시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