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한·SK증권,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 내리고 하이·IBK·이베스트투자증권은 올려...엇갈린 배경은?
2024-05-17 이철호 기자
KB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이 2분기에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을 인하한 반면, 하이투자증권, IBK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은 이용료율을 높였다.
투자자예탁금 이용료는 투자자가 맡긴 금전을 증권사가 이용하는 대가로 지급하는 금액으로 은행 수시입출금식 통장의 이자와 비슷하다. 이용료율이 높을수록 증권사 고객이 받는 이자도 증가한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지난 4월 1일부터 평잔 100만 원 이상 원화 예탁금이용료율을 1.06%에서 1.02%로 0.04%포인트 인하했다. 100만 원 미만은 0.05%로 유지 중이다.
외화 예탁금이용료율도 평잔 800달러 이상인 경우 0.73%에서 0.67%로 0.06%포인트 인하했다. 800달러 미만은 여전히 0.05%다.
KB증권 측은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지급받는 수익금에서 인건비, 전산비 등의 직간접비용을 공제금으로 차감한 후 이용료율을 산정했다"며 "수익금과 공제금 변동사항을 분기 단위로 점검해 이용료율 변경이 필요하다면 이를 공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한투자증권도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 인하를 단행한다. 6월 3일부터 평잔 50만 원 이상은 1.05%에서 1.00%로 0.05%포인트 인하된다. 50만 원 미만은 0.85%에서 0.10%로 0.75%포인트 인하된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시장금리 인하로 수익금은 감소하는데 인건비, 전산비 등의 비용이 증가해 예탁금 이용료율을 조정했다"며 "2022년부터 1%대 이용료율을 유지해 왔고 인하된 지금도 업계 평균 수준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SK증권이 4월 15일부터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을 1.02%에서 0.98%로 0.04%포인트 낮췄다.
반면 하이투자증권은 4월 15일부터 50만 원 이하 예탁금 이용료율을 0.10%에서 2.00%로 1.90%포인트 인상했다. 100만 원 이하는 0.65%에서 2.00%로, 100만 원 초과인 경우는 0.65%에서 0.70%로 올렸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투자자예탁금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수익과 관련 비용 등을 비교해 이용료율을 올릴 수 있는 측면이 있다면 이를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IBK투자증권도 6월 17일부터 50만 원 이상 예탁금 이용료율을 0.55%에서 1.00%로 0.45% 인상한다.
IBK투자증권 측은 "이전에도 예탁금 이용료율로 인한 수익은 거의 없는 상황에서 투자자에 이익을 공유하고자 이용료율을 재산정했다"고 전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6월 1일부터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을 50만 원 미만 1.0%/50만 원 이상 0.4%에서 100만 원 이하 1.0%/100만 원 초과 0.4%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50만 원~100만 원 구간의 이용료율이 0.6%포인트 인상됐다.
이베스트투자증권 관계자는 "금융투자협회가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 공시 기준을 100만 원으로 정함에 따라 이에 맞춰 이용료율을 조정했다"며 "100만 원 미만의 소액투자자 고객이 많아 이들을 위한 혜택을 확대하기 위함도 있다"고 설명했다.
DB금융투자는 고객예탁금 이용료율을 50만 원 미만 2.0%/50만 원 이상 0.6%에서 100만 원 이하 1.50%/100만 원 초과 0.55%로 바꿨다.
50만 원 미만과 100만 원 초과 구간은 이용료율이 인하되는 반면 50만 원~100만 원 구간은 이용료율이 인상되는 구조다.
증권업계에서는 시장금리가 하락 추세에 접어들면서 투자자로부터 받은 예탁금 수익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증권금융은 MMF·국공채 등의 안전자산 위주로 예탁금을 운용해 수익을 증권사에 전달하는데 시장금리가 하락하면 채권 이자 수익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평균 금리는 2023년 3.57%에 달했으나 올해 3월에는 3.31%로 하락했다. 국고채 10년물 평균 금리도 2023년에는 3.64%였으나 올해 3월은 3.39%였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아직 불명확한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주문에도 아직 1% 수준인 예탁금 이용료율을 낮추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5월 16일 기준 국내 20대 증권사의 투자자예탁금 별도예치 운용수익률은 3.53%인 반면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은 1.15%에 불과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일부 증권사에서 인건비, 시스템 비용 등의 증가로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을 인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금융당국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고객에게 제공할 이자를 줄이는 것이 되다 보니 업계 전반적으로 이용료율 인하에 동참하는 모습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