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ㆍ영화 트렌드 “UCC에 물어봐”
‘유한도전’‘빵상 아줌마’… 누리꾼들 폭발적인 호응 공중파 통해 확대 재생산 아이디어 뱅크’역할도
지난 2006년 타임 지가 올해의 인물로 ‘당신(you)’을 선정했을 때만 해도 UCC(User Created Contents.사용자 제작 콘텐츠)의 힘은 미약했다. 당시 UCC는 개인적인 기록을 담은 영상이나 방송, 영화의 패러디가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1년여 만에 기성 저작물 못지않은 UCC가 쏟아지면서 역으로 방송, 영화에 영향을 미치는 대중문화 트렌드 세터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주 포털사이트 인기 검색어 1위를 차지했던 ‘유한도전’ ‘빵상 아줌마’같은 낯선 이름의 UCC들이 대표주자다. 대구의 중학교 3학년 남학생 6명이 제작한 UCC ‘유한도전’은 MBC 인기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을 패러디한 영상물. 최근 6회까지 등장해 1만건에 이르는 조회 수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빵상’은 우주인과 소통한다고 주장하는 황선자 씨가 케이블채널 tvN ‘리얼스토리 묘’에 출연해 선보였던 자칭 우주언어. 황씨는 네티즌으로부터 ‘빵상 아줌마’라는 별명을 얻은 후 UCC의 주인공이 됐고 방송 나왔던 ‘우주인의 노래’는 힙합음악, 게임 등과 결합한 10여 가지의 UCC로 탄생해 벌써 몇 달째 화제를 낳고 있다.
이들 UCC의 인기 비결은 전문가 저작물에 버금가는 ‘품질’에 있다. ‘유한도전’은 중학생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깔끔한 편집과 연출이 돋보인다. 특히 실제 ‘무한도전’과 거의 차이가 없는 자막, 음향효과, 촬영기법 등은 네티즌 사이에서 폭발적인 호응을 얻는 원동력이 됐다. ‘빵상 아줌마’ UCC 가운데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음악파일 ‘MC 빵상’ 역시 ‘우주인의 노래’를 힙합 스타일로 리믹스해 웬만한 기성가수의 곡 못지않은 리듬감과 중독성 있는 멜로디가 일품이다. 인터넷 사이트 디시인사이드(www.dcinside.com)에 게재된 ‘MC빵상’은 무려 11만2000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벨소리로도 제작돼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퍼지고 있다.
그러자 아마추어의 저작물인 UCC가 언론, 방송을 타며 재생산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KBS 예능 프로그램 ‘개그 콘서트’의 ‘애드리브라더스’ 코너는 ‘빵상 아줌마’를 활용한 개그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10월 28일 ‘빵상 아줌마’를 처음으로 방영한 tvN 측은 지난 20일 2탄을 방송하면서 관련 UCC 제작자를 만나보고 인터넷에 화제로 떠오르고 있는 UCC 1, 2, 3위를 소개했다. 또 다른 케이블 채널 MBC에브리원 ‘김구라의 구라데스크’도 황선자 씨를 스튜디오로 초대한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유한도전’ 역시 지난 일주일 새 관련 기사만 수십건에 달하는 명실상부한 ‘인기 프로그램’이 됐다.
이러한 ‘UCC 파워’는 할리우드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 18일 미국에서 개봉한 블록버스터 영화 ‘클로버필드’는 가정용 캠코더에 찍힌 재난 상황을 보여준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삭제와 녹화가 반복되며 기묘하게 편집된 영상은 휴대전화 카메라 등을 통해 일상적으로 영상물을 제작하는 UCC 시대로부터 모티프를 따왔다.
UCC 게시물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9월 세계적인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브리트니를 내버려 둬’라고 울부짖는 동영상을 올린 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팬 크리스 크로커는 UCC가 800만건의 조회 수를 기록한 이후 한 TV프로덕션과 계약하고 리얼리티쇼에 출연할 예정이다. 크로커와 계약한 프로덕션 관계자는 “크리스 크로커의 캐릭터를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김하나 기자(hana@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