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라가 뉴욕을 때려부순 까닭은?

2008-01-28     뉴스관리자
 남태평양 폴리네시아 군도에서 실시된 핵실험의 여파로 태어난 거대괴수 '고질라'는 미국 뉴욕으로 질주해 도시를 초토화시킨다.

   최근 개봉된 영화 '클로버필드'의 괴물 역시 뉴욕에 나타나 자유의 여신상 목을 잡아뜯는 만행을 저질렀고 '인디펜던스 데이'나 '우주전쟁' 등 외계인 침공을 주제로 한 영화에서도 뉴욕은 전화(戰禍)를 피하지 못했다.

   심지어 운석낙하를 소재로 한 영화 '딥 임팩트'에서는 운석충돌로 인한 해일로 도시 전체가 지도에서 지워져 버리는 수난를 당하기도 했다.

   할리우드가 유독 뉴욕을 각종 재난의 무대로 삼는 까닭은 흥미롭게도 미국 영화의 해외시장 진출과 관련돼 있다.

   27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할리우드 영화사들이 '뉴욕의 파괴'라는 이미지를 연출하는 이유는 동유럽과 한국, 남미 관객들의 눈을 끌기 위해서이다.

   뉴욕은 전세계 사람들이 도시 윤곽만으로도 어딘지 알아볼 수 있는 유일한 미국의 대도시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영화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해외시장에 먹히는 영화는 가능한 단순한 하나의 지배적 이미지로 표현될 수 있어야 하는데 영화 '투모로우'에 나오는 얼음에 덮인 맨해튼처럼 폐허가 된 뉴욕의 이미지는 이러한 목적에 딱 들어맞는다는 것.

   파라마운트사(社)의 한 중역은 "미국 관객들은 매년 수차례씩 박살나는 뉴욕을 보는 것이 식상할 수 있겠지만 이게 해외에서 팔리는 것"이라 말했다.

   영화사들이 해외관객들의 입맛을 맞추는 데 공을 들이는 까닭은 지난 10년간 미국내 영화매출이 계속 줄어든 반면, 해외 시장에서의 매출액은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미국 영화가 지난해 중국에서 올린 수익은 모두 1억5천800만 달러로 전년도보다 38%나 증가했다.

   해외관객들의 취향을 고려하다 보니 미국 영화가 오히려 미국에서 외면받는 경우도 생긴다.

   이러한 상황을 가장 잘 대변하는 영화는 지난해 5월 개봉한 '스파이더맨3'로 미국내 매출은 세편의 시리즈 가운데 가장 낮았지만 해외매출은 5억5천400만 달러로 시리즈 최고액을 기록했다.

   마블 스튜디오의 데이비드 메셀 회장은 많은 해외 시장이 아직도 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 관객들의 입맛에 맞춘 영화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