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민원평가-대형가전] 에어컨·TV·냉장고 품질 불만 40% 차지...LG전자 민원관리 우수

2024-06-03     박인철 기자
올해로 7회를 맞은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의 ‘소비자민원평가대상’은 총 민원 건수와 시장점유율 대비 민원점유율, 민원처리율 등 3개 항목별로 평가를 진행했다. 홈어플라이언스, 통신, 자동차, 유통 등 총 10개 부문 40개 업종 285개 기업을 대상으로 2023년 한 해 동안 소비자고발센터에 제기된 소비자 민원을 분석해 기업별 민원 현황과 업종 및 업체별 민원 유형의 특징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등 대형가전에서 가장 많이 제기된 소비자 불만은 품질과 AS로 나타났다. 두 항목의 민원 점유율이 전체의 70%를 웃돌았다.

이들 제품의 특성상 고장나면 일상에 영향을 끼치다 보니 소비자 민원도 두 항목에서 쇄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2023년 한 해 동안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제기된 주요 가전업체 6개사의 민원을 분석한 결과 국내 가전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44.1%)와 LG전자(25.2%)가 3분의 2 이상을 차지했다. 다만 매출 규모를 고려했을 때 민원 관리는 우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양 사의 실적 점유율이 총 96.5%에 달하기 때문이다.

특히 LG전자의 민원 관리가 돋보였다. 지난해 LG전자의 생활가전 매출은 30조 원으로 삼성전자(26조 원)보다 많았는데 민원 점유율은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쿠쿠전자(7722억 원, 1.3%)를 제외한 오텍캐리어(5503억 원), 위니아(3531억 원), 쿠첸(3310억 원) 3사는 실적 점유율이 1% 미만이다. 위니아의 경우 실적 점유율이 0.6%에 불과한데 민원 비중은 15%에 달해 개선이 필요했다.
 

소비자 민원은 품질과 AS에서 각각 40%, 31.6% 발생하며 71.6%를 차지했다. 이어 ▲환불·교환(13.2%) ▲불친절(9%) ▲설치·철거(5.6%) 순으로 이어졌다.

대형가전으로 분류되는 냉장고, 세탁기, TV, 에어컨은 소음 같은 주관적인 불만부터 강화유리 파손 등 리콜로 이어지는 사례까지 ▷품질 불만 유형이 다양하게 나타났다.

냉장고는 냉매 문제로 냉기가 돌지 않는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냉장고 문 표면에 녹이 슬거나 코팅이 벗겨지는 문제부터 시작해 강화유리가 갑자기 폭발해 재산상 손해를 입은 소비자도 있었다. 세탁기도 강화유리 도어가 폭발하는 문제와 함께 누수 피해를 호소하기도 했다. 에어컨은 여름 한때 민원이 집중되며 냉장고와 마찬가지로 냉매가 누설돼 시원하지 않다는 민원이 속출했다. TV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패널 불량, 파손 등으로 소비자들의 애를 태웠다. 

가전제품 공통적으로 '소음'에 대한 불만이 잇달았다. 잠들기 어려운 정도의 소음이 냉장고 등 대형가전에서 발생해도 제조사 측정 결과 '정상 범위'라는 설명으로 이렇다 할 해결을 보지 못했다는 내용이다. 

밥솥은 주로 내솥 내구성에 관한 불만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사용한 지 몇 개월 지나지 않아 내솥 코팅이 벗겨지고 밥이 눌러붙는 등 문제가 지적됐다. 
 
▷ AS는 부품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두드러졌다.

대형가전은 고가다 보니 최대 10년 이상 거뜬히 사용할 것을 계획하는데 구매 5년이 지나지 않았는데 부품이 없어 수리받지 못하고 폐기했다는 민원이 속출했다. 특히 구형의 경우 고장이 잦고 부품이 단종돼 수리받지 못한다는 데서 불만을 토해냈다. 이 경우 감가상각 보상을 받을 순 있으나 새 제품을 구매하기엔 비용이 턱없이 모자란 탓이다.

AS에서는 출장비, 부품비, 공임비의 적정요율에 대한 항의도 거셌다. 고치지도 못했으면서 단순히 방문해 점검했다는 이유만으로 출장비를 청구해 부당하다는 불만부터 공임비가 너무 비싸게 책정돼 있다는 지적이다. 드물게는 현장에서 AS 비용을 현금으로 요구하는 황당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가전 유형 중에서는 에어컨의 AS 지연 문제가 극심했다. 가전업체들은 6~8월 한여름에도 원활한 서비스를 위해 AS 인력 충원 등 보강 등 나섰지만 단기간에 수요가 집중되며 수 일 이상 기다려야 하다 보니 소비자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특히 이 기간에는 에어컨에 AS가 몰리면서 다른 가전까지 AS 지연 불똥이 튀었다. 
 
▲강화유리가 깨지고(왼쪽), 코팅이 벗겨진 냉장고
▲반점이 생긴 TV, 배관이 꺾인 에어컨
▷ 설치/철거 관련 소비자 불만은 에어컨과 TV가 주를 이룬다.

에어컨은 실외기 설치 장소가 위험한 곳에 있다는 이유로 '중대재해법'에 따라 설치를 거부하는 경우도 잦았다. 에어컨 배관을 잘못 설치해 해마다 냉매가 누설되는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도 잇따랐다. 

이사할 때 이전 설치하는 경우 비용이 비싸다는 지적도 꾸준하다. TV, 에어컨 등 대형가전은 철거, 운송, 설치를 포함해 100만 원을 훌쩍 웃도는 경우가 잦아 서비스에 대한 기대가 큰 탓도 있다. 식기세척기는 설치 시 싱크대 수도 배관과 연결하는 과정에서 미숙한 설치로 누수되는 일이 빈번했다.

▷ 불친절에 대한 민원도 10%에 달한다. 주로 소비자와 현장에서 접촉하는 엔지니어에 대한 불만인데 수리가 되지 않은 상황에 출장비만을 요구했다는 민원, 수리해도 고쳐지질 않아 물어봐도 '초보는 설명해도 모른다'는 식으로 대꾸받은 적 있다는 불만도 있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입 시 약속한 포인트 적립을 미루는 경우도 있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