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X그룹 곳간에 현금 1조3000억, 26%↑...전기차‧2차전지 분야 M&A 노린다
2024-05-31 유성용 기자
업황 침체로 주력 계열사들의 실적이 부진한 상황이지만 인수합병(M&A) 등 신사업 발굴을 위한 체력을 비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31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X그룹 4개 상장사들이 보유한 3월 말 기준 현금성자산(개별기준)은 1조3030억 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26.2% 늘었다.
지난해 업황 침체로 주요 계열사 실적이 부진한데, 현금성자산은 실적 분위기가 좋았던 2022년(1조3719억 원)과 맞먹는 수준이 됐다.
LX세미콘(대표 이윤태)이 3009억 원에서 5599억 원으로 86%나 늘었다. LX홀딩스(대표 구본준‧노진서)와 LX하우시스(대표 한명호), LX인터내셔널(대표 윤춘성) 등 나머지 상장사들도 모두 현금성자산이 증가했다.
LX세미콘은 올 들어 매입채무와 미지급금이 2000억 원가량 늘었다. 현금사용을 최대한 줄여 비축한 모습이다.
현금을 쌓아 내실을 다지고 적절한 M&A 물건이 나오면 적극 대처할 수 있는 준비태세를 갖추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실제 구본준 LX그룹 회장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2024년은 LX의 도약을 일궈낼 다음 3년을 준비하는 중요한 변곡점”이라며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위기 대응 체제를 고도화하고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LX그룹 관계자는 “안정적인 수익 창출 기반 확보를 위해 보유자산의 운영효율화와 신사업 발굴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HMM과 태영그룹 산하 종합 환경기업 에코비트 등의 인수 후보자로 거론됐지만 LX그룹이 적극 나서지 않은 이유로 볼 수 있다.
구 회장 장남인 구형모 부사장이 LX그룹의 신사업 확대 및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LX MDI를 이끈 지 1년 6개월이 지난 상황이라 M&A 등에 대한 기대감도 커져가는 상황이다.
그룹의 외형 성장이 정체된 것도 M&A 기대감의 요인으로 꼽힌다. LX그룹은 지난해 총자산이 11조3570억 원으로 0.7% 늘며 제자리걸음 했다. 자산 5조 원 이상 대기업집단의 총자산 평균 증가율은 6.7%다.
LX그룹은 2021년 5월 출범 후 이듬해인 2022년 LX글라스(옛 한국유리공업)를 인수했다. 사실상 눈에 띄는 유일한 M&A건이다.
하지만 성과는 좋다. LX글라스는 지난해 매출 3540억 원, 영업이익 244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6.1%, 32% 증가했다.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성과라 의미가 더욱 크다.
현금을 대폭 쌓은 LX그룹 상장사들은 재무건전성도 우량하다. LX인터내셔널의 부채비율은 77%다. LX세미콘은 40%, 지주사인 LX홀딩스는 4%에 그친다. LX하우시스가 186%로 높지만 우려할만한 위험 수준은 아니다.
주력 계열사들도 올해는 경영환경이 나아진 상황이다. LX세미콘은 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실적 개선이 전망된다. LX하우시스도 자동차 업황 호조에 산업용 필름‧자동차소재 부품 분야에서 성과가 예상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