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게임사 ‘국내 대리인 지정’ 게임법 결국 폐기...‘확률정보 공개’ 국내업체만 역차별
미국·중국 게임업체 자율규제 미준수 다발
21대 국회가 29일부로 종료됨에 따라 해외 게임사들의 국내 대리인 지정을 골자로 하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결국 폐기됐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22일 시행된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제도’가 국내업체를 역차별한다는 지적도 거세다. 업계는 이같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실효성 있는 국내 대리인 지정 제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6월 이상헌 전 의원이 발의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이용자 보호를 위해 해외 게임사들의 국내 대리인 지정을 강제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발의 이후 문화예술법안소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결국 지난 3월 시행된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 법안은 대리인 없이 국내 서비스를 진행 중인 해외 업체들을 규제하지 못하는 반쪽짜리 법안이 됐다.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가 올초 마지막으로 공개한 ‘확률공개 미준수 게임물 리스트’에 따르면 미준수 국내 업체는 ‘쿡앱스(포트리스 사가)’ 단 한 곳뿐이며 미준수 횟수도 1회에 그쳤다. 대부분의 미준수 업체는 미국과 중국 게임사가 많았다.
▲미국의 EA(에이펙스 레전드)가 누적 23회 확률공개 자율규제를 미준수했고 ▲미국 밸브 코퍼레이션(도타2)이 23회 ▲중국 블랑코존(퍼즐오브Z)이 23회 ▲중국 카멜게임즈(Age of Z) 23회 ▲중국 릴리스 게임즈(라이즈 오브 킹덤즈) 23회 ▲핀란드 스몰 자이언트 게임즈(엠파이어&퍼즐) 23회 자율규제를 준수하지 않았다.
이같은 결과를 반대로 해석해보면 대부분의 국내 업체들은 확률정보 공개 자율규제를 꾸준히 지켜왔다는 뜻이 된다. 국내 대리인 지정 제도가 없어 해외 게임사를 규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는 국내 게임사들 만을 규제하는 반쪽짜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게임업체 관계자는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 이전에도 대부분의 국내 게임사들은 자율규제를 준수해왔다”며 “이같은 규제 밖에서 플레이하고 있는 해외게임사들과의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최근 게임위가 공개한 약 150건의 적발 사례를 보면 국내 업체와 해외업체 간의 준수율 차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며 “국내 업체가 준수를 위해 전보다 많은 공을 들이는 만큼 해외 게임사도 동일한 경각심을 가지고 법적 규제를 피할 수 없도록 대리인 제도 등의 통과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4월 말 ‘2024~2028 게임산업진흥 종합계획’ 세부 과제에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화를 포함시켰다. 이영민 게임콘텐츠산업과 과장은 22대 국회에서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구성되는 즉시 해외 게임업체의 국내 대리인 지정 사안을 제1안건으로 올리겠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넘어야할 산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법이 통과된다고 모든 것들이 바로 해결될 수는 없고 해외 게임사들이 따라줘야 하는 문제가 수반되기 때문에 잘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자체 등급 분류 사업자들이 플랫폼을 통해 조치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최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