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TV 사업이라면 적과의 동침도 불사

2008-01-29     뉴스관리자
IPTV 사업을 위해서라면 앙숙 기업이 한솥밥을 먹는 가하면, '갑-을' 관계의 기업이 서로 경쟁에 나서는 등 기존의 질서가 재편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다음[035720]은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이하 한국MS) 및 셀런[013240]과 IPTV 사업을 위해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3각 제휴에 합의했다.

   업계에서는 다음과 한국MS의 악연, 하나로텔레콤[033630]의 협력업체로서의 셀런의 위치를 생각할 때 이번 제휴가 여러모로 의미깊다는 반응이다.

   다음은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와 메신저 끼워팔기 분쟁과 관련해 지난 2001년부터 5년에 걸친 반독점 분쟁을 겪은 바 있어 이번 제휴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당시 다음은 MS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고 1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까지 제기했고, 결국 MS는 다음에 3천만달러 상당의 거액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화해를 성사시킬 수 있었다.

   5년간에 걸친 반독점 분쟁으로 생긴 양사간 감정의 골이 깊었던 만큼, 업계에서는 이번의 제휴를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합작법인까지 계획중인 이들의 제휴는 IPTV의 위력 앞에서 어떤 것도 용서할 수 있다는 사례라는 것.

   셀런 역시 이번 제휴를 통해 하나로텔레콤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립을 선언했다.

   지금까지 셀런은 단순히 하나로텔레콤의 '하나TV'에 셋톱박스를 공급하는 협력업체의 지위에 만족해왔지만, 이번 제휴의 주역이 되면서 경쟁업체로 부상했다.

   최근 하나로텔레콤이 SK텔레콤[017670]에 인수되면서 셋톱박스 공급에 변동이 생기는 것이 아닌가하는 일각의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셀런은 독자노선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셀런 김영민 대표는 "수시로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셋톱박스의 특성상 계약 변동이 쉽지 않다. SK텔레콤의 영업망을 통해 하나TV 가입자가 늘어나는 것은 반길 일 아닌가"라며 기존의 셋톱박스 공급자로서의 확고한 위치는 변함없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자신감이 기존의 협력업체 지위에서 경쟁업체 지위로 '격상'된 셀런의 입장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는 반응이다.

   이에 대해 하나로텔레콤 관계자는 "셀런과의 협력 관계에는 변함이 없다. 기존처럼 합리적인 관계를 유지해갈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하나로텔레콤은 오는 3월부터 현대디지털텍[038340]로부터 셋톱박스를 제공받기 시작하는 등 장기적으로 공급선 다원화를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IPTV 사업이 장기적으로 가져올 파급효과가 엄청난 만큼 관련 업계 모두가 절박하게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며 "IT와 미디어산업이 융합되는 상황이 이들 기업에게 모든 것을 잃을 수 있지만 또한 얻을 수 있는 위기이자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