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주담대 금리가 인뱅보다 더 낮아...하나은행·농협은행 3%대 유지

2024-06-14     김건우 기자
올 들어 은행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금리가 지속 하락하는 가운데 일부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가 인뱅보다 더 낮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은행 대출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금융채 금리가 최근까지 하락세였고 연초 인뱅을 중심으로 한 대환대출 수요가 급증하면서 대형 시중은행들이 이를 만회하기 위해 공격적인 대출영업에 나선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14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4월 취급 분할상환방식 주담대(신규취급액 기준) 평균 금리가 가장 낮은 곳은 하나은행으로 3.75%를 기록했다. iM뱅크와 경남은행이 3.86%, 농협은행이 3.87%를 기록하며 뒤를 이었고 KB국민은행(4.04%), 신한은행(4.08%), 우리은행(4.13%) 등은 4%대 초반대를 형성했다.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은 하락폭이 상당히 가파른 점이 특징이다. 최근 6개월 간 주담대 평균 금리 추이를 살펴보면 하나은행은 지난해 11월 취급 기준 4.55%에 달했지만 4월 기준 3.75%로 6개월 만에 0.8%포인트 하락했고 농협은행도 같은 기간 4.79%에서 3.87%로 0.92%포인트 떨어졌다.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 3월과 4월 취급 기준으로 은행권 최저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은행 측은 지난 2월부터 주기형 주담대를 출시했는데 변동형 주담대보다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고 취급 규모가 늘어나면서 평균 금리가 내려가는 효과를 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혼합형보다 주기형 주담대가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다보니 주기형 주담대 출시 이후 평균 금리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대출금 상환 방식은 크게 혼합형과 변동형, 주기형 3가지로 나뉜다. 혼합형(고정+변동)은 5년간 고정금리를 적용한 후 6개월 변동금리로 바뀌는 방식, 변동형은 6개월마다 대출 금리가 바뀌는 방식이다. 주기형은 혼합형처럼 변동금리로 전환되지 않고 5년 주기로 고정금리가 갱신되는 형태다.

농협은행은 취급 기준 주담대 금리가 올 들어 크게 하락한 것은 맞지만 개별 은행 차원의 요인보다는 주담대 준거금리가 되는 시장금리 하락으로 인한 효과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농협은행도 하나은행처럼 지난 4월 말부터 출시한 주기형 주담대 금리를 혼합형보다 낮게 책정하며 고정형 주담대 늘리기에 나섰다. 

주담대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코픽스(Cofix) △금융채(5년물) 금리가 올 들어 지속 하향세를 유지하면서 주요 은행의 주담대 금리도 인하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4.24%에 달했던 금융채 5년물 금리는 13일 기준 3.71%까지 하락했는데 올 들어서는 3.7~3.8% 수준을 오락가락하고 있다. 코픽스 역시 지난 4월 신규취급액 기준 3.54%를 기록하며 5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대형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의 주담대 인하 기조는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조정했다기보다는 금융채와 같은 시장금리 인하 효과가 가장 크다"고 밝혔다. 

반면 100% 비대면 특성상 시중은행보다 낮았던 인뱅 주담대는 올 들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1월 취급 기준 주담대 금리가 3.70%까지 내려갔지만 이후 3달 연속 상승세로 전환되며 4월 기준으로는 3.93%까지 올랐다. 케이뱅크 역시 같은 기준으로 주담대 금리가 3.70%에서 4.03%로 0.33%포인트 상승했다. 

은행권에서는 올해 1월 비대면 주담대·전세대출 대환대출 플랫폼이 오픈하면서 당시 인뱅들이 경쟁력 있는 금리를 제시하며 모객 효과를 누린 뒤 금리를 올려 대출 수요를 조절하면서 일부 인뱅들의 주담대 금리가 시중은행을 역전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인뱅 3사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주담대 잔액(전세자금대출 포함)은 31조3960억 원으로 작년 말 대비 4조7700억 원(17.9%) 증가했고 특히 전년 동기 대비로는 87.5% 늘어나는 등 주담대 잔액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한편 최근 들어 은행권 주담대 취급액이 확대되면서 주요 은행들의 주담대 금리 인하 릴레이에 제동이 걸릴지도 관심사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5월 은행 주담대 취급액은 전월 대비 6조 원 늘었는데 직전 달 순증가분(5조1000억 원)까지 고려하면 2달 만에 11조1000억 원 증가한 셈이다.

특히 금융당국에서도 향후 금리와 주택시장 공급 환경에 따라 증가폭이 확대될 수 있어 주택시장 동향과 가계대출 증가요인을 모니터링하고 가계대출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혀 향후 주담대 금리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주택수요 증가 뿐만 아니라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대출 수요가 몰린 측면이 있다"면서 "다만 금융당국에서도 주담대 총량규제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