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홍콩 ELS' 분쟁조정·배상 속도 내는데...증권사는 잠잠, 이유는?
2024-06-25 김건우 기자
최근 은행들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신탁(ELT) 관련 금융당국의 분쟁조정안을 수용하고 자율배상에 속도전을 내면서 증권사가 판매한 홍콩 ELS 관련 분쟁조정이 어떻게 진행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은행과 달리 증권사는 대부분 비대면 판매로 이뤄져 설명의무 위반 등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작고 판매규모도 크지 않아 분쟁조정 사례가 많지 않다는 것이 금융투자업계와 증권사들의 주장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홍콩 ELS 관련 분쟁조정 여부를 두고 업계와 협의 중이지만 증권사는 은행과 달리 민원이나 분쟁조정 신청건이 적다는 점에서 분쟁조정 여부를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지난 달 중순 KB국민은행 등 5개 은행 대표 사례 1건씩을 분쟁조정위원회에 올려 분쟁조정안을 발표했다. 각 은행들은 발표된 분쟁조정안을 적극 수용하고 고객과의 자율배상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 달 말까지 5대 은행의 자율배상 합의건수는 2만여 건이 넘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전체 은행 홍콩 ELT 판매계좌(24만8000여좌) 대비 10%가 넘는 숫자다.
그러나 같은 상품을 판매했던 증권사의 경우 금융당국 차원의 분쟁조정 진행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판매규모가 작고 비대면 판매 비중이 높아 불완전판매 소지가 상대적으로 적은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증권사의 홍콩 H지수 ELS 판매잔액은 3조4000억 원, 판매계좌수는 15만5000좌로 판매액 기준 17.9%, 계좌수 기준 38.5%에 그친다. 특히 계좌수 기준 비대면 판매가 87%로 은행(9.5%)에 비해 9배 이상 더 높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 달 은행 분쟁조정안 발표 당시 은행과 증권사의 검사 및 지적사항이 상이하고 판매채널 오프라인 비중 등 판매 유형도 다르다"면서 "분쟁조정 절차를 두고 증권사들과도 협의 중인 단계"라고 말했다.
금감원에서 판단하고 있는 홍콩 H지수 ELS 관련 불완전판매 주 요인으로는 △무리한 실적경쟁 조장 △고객 투자성향 소홀 △영업점 단위 불완전판매 등이 거론된다.
다만 증권사의 경우 지난 3월 금감원에서 발표한 홍콩 ELS 관련 검사결과에서도 △투자자 성향분석 부적정 △부적합 투자자에게 판매 △녹취의무 위반 등 일부 불완전판매 사안에 대해서만 대표 사례로 언급됐다.
당시 금감원에서도 증권사의 경우 대체로 일괄 지적사항이 확인되지 않아 개별 투자자에 대한 판매원칙 위반이 확인되는 사례를 중심으로 배상비율이 적용됐다고 판단한 바 있다.
분쟁조정의 경우 유사한 형태의 민원이 다수 발생했을 때 빠른 소비자 피해보상을 위해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은행에 비해 불완전판매 민원이 상대적으로 적은 증권사는 분쟁조정보다는 개별 회사의 사적화해 형태로 처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일단 증권사나 보험사 변액보험 관련 ELS 고객이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지 않기 때문으로 판단된다"며 "분쟁조정은 대표 사례에 따라 일괄 적용되다보니 분쟁조정에 나서지 않는 고객도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당사의 경우 민원 자체가 많지 않았고 검토했을 때 조치가 취해져야 하는 판매건에 대해서는 이미 조치가 들어가는 등 당국에 올릴 만한 분쟁조정 사례가 없다"면서 "은행과 달리 비대면으로 대부분 판매했고 비대면은 설명서를 받고 확인하는 절차가 있어 불완전판매 논란에서 빗겨가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