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그룹 올해도 실적 훈풍...정기선의 '친환경 전환' 미래 비전 힘 받는다
2024-07-03 유성용 기자
오너 3세인 정기선 부회장은 2021년 미래 비전 제시 후 실적 성과를 내며 그룹 내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실적 컨센서스에 따르면 올해 HD현대그룹 상장사 9곳 중 8곳의 매출이 증가할 전망이다. 6곳은 수익성도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조선부문의 호조세가 눈에 띈다. HD한국조선해양(대표 정기선‧김성준)은 올해 1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이 기대된다. 2012년(1조9932억 원)에 이어 12년 만의 일이다.
HD현대중공업(대표 이상균‧노진율)도 영업이익이 두 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두 곳 모두 매출 증가율은 10%대지만 고부가가치 선별 수주 등으로 수익성 측면에서 성과가 좋다.
HD현대미포(대표 김형관)은 지난해 1529억 원 적자를 냈지만 올해는 211억 원 이익을 내며 흑자전환 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부문 호조로 그룹 지주사인 HD현대(대표 권오갑‧정기선)는 올해 영업이익이 3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년 대비 50%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2017년 설립된 이후 2022년(3조3870억 원)에 이어 두 번째에 해당되는 규모다. 2025년에는 4조 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다시 쓸 전망이다.
HD현대그룹의 조선부문은 2022년까지 적자였지만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환경 규제 대응을 위해 친환경 선박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대규모 발주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며 “올 들어 후판 가격이 내려간 상황에서 컨테이너선과 가스선 발주가 늘면서 호재 국면이 길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HD한국조선해양의 수주 상황도 순조롭다. 상반기 수주는 올해 목표인 135억 달러의 90% 이상을 달성했다.
변압기, 배전반 등 전기전자 제품 솔루션 업체인 HD현대일렉트릭(대표 조석)은 인공지능(AI) 시장 확대 수혜로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8%, 68%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HD현대일렉트릭 주가는 지난해 말 8만2200원에서 올 들여 31만700원으로 3.9배나 올랐다.
HD현대건설기계(대표 최철곤)와 HD현대인프라코어(대표 조영철‧오승현)는 업황 침체 속에서도 전년에 비해 소폭 늘어난 매출을 기록하며 선방하는 모습이다.
정 부회장은 올해 건설 장비 부문에서도 수익성 개선을 위한 해법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정 부회장은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 참석해 건설 장비를 중심으로 한 비전 ‘사이트(Xite) 트랜스포메이션’을 발표한 바 있다. AI 적용 건설 장비로 현장의 무인 자율화를 앞당기는 방식이다.
HD현대에너지솔루션(대표 박종환)은 주력인 태양광 침체로 유일하게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할 전망이다.
정 부회장은 2021년 3월 미래 비전 제시 후 실적 성과를 내며 순조롭게 그룹 내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2026년 3월 권오갑 HD현대그룹 회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시점에 정 부회장의 회장 승진이 이뤄질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정 부회장은 2030년까지 육·해상에서 수소의 생산부터 운송·저장·활용 등 전 과정에 해당하는 수소 밸류 체인을 구축하겠다는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미래 친환경 시장을 선도할 조선해양·에너지 기업으로의 전환 계획도 함께 밝혔다.
지난 5월 상장한 HD현대마린솔루션(대표 이기동)도 정 부회장의 친환경 전환 추진의 결과물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 2016년 친환경 선박 개조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확신하고 회사를 설립했다. 8년 만에 증시에 입성한 HD현대마린솔루션은 상장 첫날 시가총액이 7조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조4305억 원의 매출과 2015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며, 올해도 두 자릿수 비율로 증가할 전망이다.
HD현대 관계자는 “조선과 정유 등 주력사업의 시황 개선이 이어지고 있다. 수익성을 제고하는 영업 전략을 펼치고 친환경 연료추진 미래선박, AI 기술을 접목한 차세대 선박, 스마트 조선소 구축 등 탄소중립 시대 시장을 선도할 초격차 기술을 확보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엔 본격적으로 배당을 실시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