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대 실적·은행주 신고가 행진에도 카카오뱅크 주가 나홀로 역주행, 왜?
2024-07-05 김건우 기자
정부 차원의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으로 주요 은행주들이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지만 카카오뱅크는 밸류업 수혜주에 포함되지 않아 상승 랠리에 동참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4일 종가 기준 카카오뱅크 주가는 2만1050원으로 연초 대비 26.1% 하락했다. 올 들어 은행주 대부분이 신고가를 경신하는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3% 증가한 1112억 원으로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달성했고 올해 상반기 예상 당기순이익도 같은 기간 19.4% 증가한 2195억 원으로 반기 기준 최대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카카오뱅크는 정부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주에서는 제외되어 있다는 점이 주가 부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밸류업 수혜주로 꼽히는 금융지주사들은 올해 주가가 30~50% 가량 올랐다.
대장주인 KB금융은 4일 종가 기준 8만5900원으로 연초 대비 무려 58.8% 상승했고 하나금융과 신한금융도 같은 기간 주가가 각각 51.6%와 33.4% 상승했다. 지방금융지주로 범위를 넓혀도 DGB금융(-3.3%)를 제외하면 JB금융(33.4%)과 BNK금융(23.1%)도 올 들어 주가가 20~30% 가량 올랐다.
우리금융을 제외하면 외국인 지분율이 60% 이상인 이들은 기존에도 배당·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포함한 총주주환원율을 확대하면서 주주가치 제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타 업권에 비해 배당수익률이 높은 은행주가 배당을 확대하면서 밸류업 수혜주로 곱히고 있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지난해부터 주주 배당을 시작했지만 배당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고 배당가능이익도 많지 않아 주주들이 만족할 만한 배당을 시행하기 어려운 구조다. 2023년 회계연도 기준 카카오뱅크의 배당수익률은 0.6% 가량으로 20~30% 내외인 다른 은행주에 비해 크게 낮다.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즈 등 카카오그룹주 주가가 동반 부진인 점도 카카오뱅크 주가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지주사격인 카카오의 주가가 올 들어 25.8% 하락한 것을 비롯해 카카오페이(-46.3%)와 카카오게임즈(-26.4%) 주가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카카오그룹은 그동안 △쪼개기 상장 △주요 임원의 스톡옵션 행사로 인한 신뢰 저하 뿐만 아니라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한 경영진의 사법리스크 등이 겹치면서 주가 반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카카오뱅크 내부적으로는 대출성장 지연으로 인한 수익성 저하 우려가 리스크 요인이다. 올해 1분기 기준 카카오뱅크의 여신 잔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41% 증가한 41조3000억 원으로 비약적 성장을 했는데 증가액의 대부분은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이다. 지난해 신규 취급액이 9조1000억 원에 달했고 올해도 1분기에만 2조7000억 원이 순증했다.
그러나 은행권 주담대 취급액이 급증하자 최근 금융당국이 총량관리를 강조하면서 각 은행들이 더 이상 주담대를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3일 금감원에서 열린 '은행권 가계부채 간담회'에서도 금감원은 연말까지 가계대출 증가율을 명목 GDP 성장률 범위 내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대출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카카오뱅크는 플랫폼 비즈니스 등 비이자이익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올 들어서는 플랫폼 비즈니스 수익이 개선되는 등 긍정적인 모습이지만 아직까지는 전체 수익에 기여하는 비중이 낮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대출성장률 둔화는 플랫폼 경쟁력이나 대출금리 경쟁력 하락이라는 자체 요인보다 가계대출 성장률 관리 정책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플랫폼 경쟁력은 여전히 유효하다"면서 "다만 (대출) 성장률 회복이 다시 확인되기 전까지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주가 흐름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도 "대출자산 성장성 둔화 우려, 주식시장에서의 플랫폼 기업에 대한 선호도 약화, 전통 은행주의 강세가 지속되는 등 카카오뱅크의 투자환경은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라며 "높은 자본비율과 건전성이 양호한 대출자산, 견조한 수익성, 지속적인 플랫폼 트래픽 등 카카오뱅크의 장점은 여전히 유효하나 지금은 부각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