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고정이하자산 여전히 증가세...BNK투자증권 고정이하자산 비율 15% 넘어

2024-07-09     이철호 기자
부동산 PF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국내 증권사의 고정이하자산 규모가 여전히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고정이하자산 비율은 전년보다 소폭 하락했다. BNK투자증권(15.5%)을 제외한 다른 주요 증권사들은 모두 10% 미만을 기록했다.

9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48개 증권사의 고정이하자산규모는 6조5893억 원으로 전년 말 대비 3.8% 증가했다.

다만 총자산 중 고정이하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인 고정이하자산비율은 3.4%로 전년 말보다 0.4%포인트 하락했다.

증권사가 보유한 자산은 채무자의 상환능력을 고려해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가지로 나뉜다. 이 중 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인 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자산을 통틀어 고정이하자산이라 한다.

고정이하자산은 일반적인 자산보다 회수 가능성이 낮아 통상 부실자산으로 평가된다. 

부문별로 고정이하 사모사채 규모가 1조5008억 원으로 전년 말 대비 32.6% 늘었다. 사모사채는 발행회사가 자금 조달 목적으로 유가증권을 발행하는 것으로, 부동산 PF 사업비 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고정이하 채무보증 규모는 39.6% 줄어든 9071억 원이었다. 채무보증은 채무자가 대출을 갚지 못할 때 증권사가 대신 돈을 지불하는 보증으로, 부동산 PF 대출 과정에서 높은 수수료를 대가로 체결되는 경우가 많다.
 

1분기 자기자본 기준 상위 20대 증권사 중에서는 BNK투자증권의 고정이하자산비율이 15.5%로 가장 높았다. 다만 전년 말에 비해 4.3%포인트 하락해 부실 위험이 다소 줄었다.

BNK투자증권의 고정이하 사모사채 규모는 지난해 말 1600억 원에서 올해 1분기 말 2030억 원으로 400억 원 이상 늘었다. 반면 고정이하 채무보증 규모는 427억 원에서 100억 원으로 감소했다.

BNK투자증권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좋지 않은 상황인 만큼, 연초부터 내부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신경 쓰고 있다"라며 "수익 기반 다양화를 위해 전통 IB 강화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고정이하자산비율 10% 이상이었던 하이투자증권(대표 성무용)과 현대차증권(대표 배형근)은 올해 들어 고정이하자산비율이 하락하는 모습이다.

하이투자증권의 올해 1분기 말 고정이하자산비율은 8.1%로 전년 말 대비 2.7%포인트 하락했다. 현대차증권 역시 전년 말보다 3.0%포인트 하락한 9.9%였다.

20대 증권사 중 13곳이 전년 말보다 고정이하자산비율이 하락했고 6곳은 상승했다. 가장 상승폭이 높은 곳은 신영증권(대표 원종석·황성엽)으로 전년 말 대비 3.8%포인트 상승했다.

신영증권은 올해 1분기 들어 고정이하 사모사채 규모가 전 분기보다 200억 원 증가한 반면, 전체 채무보증 규모가 2807억 원 줄어들었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PF 대출로 인해 고정이하자산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양적 부담이 적고, 브릿지론 익스포저가 없어 부동산 PF 관련 리스크는 낮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나,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기자본 10위 이내의 대형 증권사 중에서는 삼성증권(대표 박종문)이 7.1%로 가장 높았다. 전년 말 대비 0.7%포인트 오른 수준이다.

삼성증권은 1분기 고정이하 사모사채 규모가 7211억 원으로 전년 말보다 36.8% 늘었다. 반면 고정이하 채무보증 규모는 1431억 원으로 26.3% 줄었다.

삼성증권은 고정이하자산으로 분류된 자산 중 실제 원금손실 가능성이 높은 자산 비중은 매우 적다는 입장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이익은 나지 않지만 원금회수가 거의 가능한 '고정'이 대부분이고, 실질적으로 손실 가능성이 높은 부실자산은 극히 적다"라며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다"라고 전했다.

한편, 20대 증권사 중 고정이하자산비율이 가장 낮은 증권사는 KB증권(대표 김성현·이홍구)으로 전년 말보다 0.1%포인트 하락한 0.6%였다.  

이어 대신증권(대표 오익근)이 1.0%, NH투자증권(대표 윤병운)과 미래에셋증권(대표 김미섭·허선호)이 1.6%로 뒤를 이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