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석 금투협회장 힘주는 공모펀드 직상장…"투자 편의성 개선" vs "투자자 보호 취약" 엇갈려

2024-07-16     이철호 기자
정부가 상장공모펀드 법제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금융투자협회(회장 서유석)가 일반 공모펀드의 거래소 직접 상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존 공모펀드의 단점을 해소하고 침체된 공모펀드 시장을 활성화한다는 복안이다.

업계에서는 상장공모펀드가 공모펀드의 매매 편의성을 높일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지만 공모펀드 침체의 본질에서 벗어난 해결책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등 크게 엇갈리고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는 지난달 말 장외 공모펀드 직상장을 위한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신청에는 30여 개의 자산운용사가 참가해 현재 운용 중인 대표 상품을 중심으로 공모펀드 상장에 나섰다. 신청이 접수된 펀드 수는 약 50~60개로 알려졌다.

상장공모펀드는 ETF(상장지수펀드)처럼 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는 공모펀드를 말한다.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공모펀드 경쟁력 제고 방안으로 상장공모펀드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ETF와 달리 지수연동 조건이 없는 공모펀드의 상장 거래를 추진·검증한 다음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제도화한다는 방안이다.

이는 지난해 취임 후 임기 절반을 마친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의 주요 목표이기도 하다. 서 회장은 지난 1월 기자간담회에서 정체된 공모펀드 경쟁력 제고 및 활성화를 위해 지수 연동조건이 없는 기존 공모펀드의 상장 거래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지난 1월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공모펀드 경쟁력 제고 및 활성화를 위해 지수 연동조건이 없는 기존 공모펀드의 상장 거래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출처-금융투자협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상장공모펀드가 기존 공모펀드에서 문제로 제기된 매매 과정에서의 번거로움을 해소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 공모펀드와 달리 HTS·MTS에서 바로 매매할 수 있어 투자자의 거래가 편리해지고 펀드 판매도 용이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에 판매되던 ETF와 달리 지수연동 요건이 없는 상장공모펀드를 통해 자산운용사가 다양한 투자상품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기존 공모펀드보다 매매가 자유로운 상장공모펀드를 통해 펀드 시장에서의 ETF 쏠림 현상을 줄이고 전체 펀드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현행 ETF와 달리 특정 지수와의 연동의무가 없는 상장공모펀드를 통해 자산운용사가 운용의 묘미를 살릴 수 있을 것"으로 바라봤다.

반면, 상장공모펀드가 공모펀드 시장 침체의 본질에서 비껴간 방안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ETF 시장이 활성화되기 전에도 공모펀드가 사모펀드에 밀리는 것은 거래 편의성뿐만 아니라 낮은 투자성과를 비롯한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것이다.

기존 공모펀드 대비 투자자 보호가 취약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상장공모펀드 상품에 대해 충분한 이해 없이 투자자가 직접 상품을 매매할 경우 투자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거래가 불편해서 공모펀드가 침체된 게 아닌데, 거래 편의성을 개선해 공모펀드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은 본질에 어긋난다"라며 "오히려 펀드 판매 과정에서 판매사의 책임이 줄어들어 투자자 보호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게 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공모펀드 활성화를 위해서는 성과보수형 펀드, 손익차등형 펀드 등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라며 "트렌드에 따라 인기 펀드를 그대로 따라 상품을 만드는 걸 지양하고 투자자와의 소통도 강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금투협 관계자는 "소액으로 공모펀드에 가입하려 해도 계약하기까지 1시간 이상 소요되는 경우가 많은데, 상장공모펀드는 이런 번거로움을 줄여 투자자의 편익을 높여줄 수 있다"라며 "저렴한 비용으로 공모펀드를 매매하게 됨에 따라 과도한 판매보수를 낮추는 효과도 불러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품과 관련된 이슈가 발생할 경우 ETF처럼 시장공시를 통해 투자자에게 이를 알리게 된다"라며 "장기간 운용하면서 성과가 좋은 공모펀드가 상장되기 때문에 투자 안정성은 ETF보다 높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