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올린 가상자산법②] '상장·거래·보관' 집중된 거래소 권한 분리 시급...업계, 법인계좌 거래허용 요구

2024-07-22     김건우 기자
19일부터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불공정거래행위 규제와 이용자 자산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상장부터 거래까지 모든 범위를 포함하지 않아 2단계 법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 중에서도 가상자산거래소 내에서 상장심사, 중개, 수탁 등 가상자산거래의 전 과정이 이뤄지고 있어 이해상충 내지 리스크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거래소 등 이해관계자들도 거래소로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키는 업권 분리에 대해서는 전체적인 맥락에선 동의하고 있다. 다만 거래소들은 법인계좌 개설 허용과 다양한 상품 취급 등의 규제 완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반대급부로 내세우고 있다.

◆ 업권 분리 없이는 소비자보호·시장 확대 어려워

현재 가상자산 상장은 각 프로젝트를 상장하고자 하는 가상자산거래소의 심사를 받아 승인을 받고 거래소에 상장하는 구조로 이뤄져있다. 상장된 가상자산을 거래하고 보관하는 것도 모두 거래소가 담당하고 있다. 

문제는 각 단계별로 주체가 분리되지 않고 거래소에게 모든 권한이 있다보니 상장심사, 매매 과정에서 내부통제가 어렵다는 점에 노출되어있다. 비슷한 형태를 가진 자본시장의 경우 ▲상장심사(한국거래소) ▲거래(증권사) ▲예탁 및 관리(한국예탁결제원) 등으로 엄격히 분리되어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국내 가상자산시장을 뒤흔들었던 '위믹스(WEMIX)' 사태다. 위믹스는 지난 2022년 12월 거래소 협의체인 닥사(DAXA)를 통해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이후 3개월 만인 지난해 2월 코인원이 재상장했고 코팍스, 빗썸, 코빗 등도 줄줄이 거래 지원에 나섰다. 

거래소들의 합의해 상장폐지를 결정했던 가상자산에 대해 거래소들이 슬그머니 재상장하면서 거래소들에게 주어진 막강한 권한을 분리해야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된 대표적인 계기가 되었다. 

금융당국과 거래소 및 학계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은 가상자산업의 기능적 분리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우선 금융위는 지난 5월 가상자산거래소의 발행·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해상충 해소 방안을 담은 이행 보고서를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했는데 해당 보고서에는 가상자산업의 기능별 구분 및 진입·영업행위 규제 도입이 논의중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계에서도 가상자산거래소로 모든 기능과 권한이 집중된 것은 이해상충 뿐만 아니라 위험의 전이 차원에서라도 분리 또는 규제가 이뤄져야함을 강조하고 있다. 

류경은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4월 은행법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하나의 기능에서 발생한 위험이 장애 없이 다른 기능으로 파급돼 위험이 전이·고조되는 위험 등이 지적된다"면서 "그러나 현행 특정금융정보법 및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만으로는 이 부분에 대한 이해상충을 제대로 규율하기 어렵고 사실상 규제 공백의 영역이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가상자산거래소들 역시 장기적으로 업권 분리는 불가피하다고 보고 소비자보호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업권 분리로 인한 가상자산거래소의 기능 약화를 막기 위한 반대급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도 동시에 주장한다. 

대표적인 것이 가상자산 법인계좌 거래 허용과 거래소의 취급 상품 확대다. 현재 가상자산거래는 개인계좌를 통해서만 가능한데 금융당국은 자금세탁 우려로 가상자산거래 목적의 은행계좌 개설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법 개정 사안은 아니지만 2단계 법안에서 법인계좌 허용이 반영될 것을 거래소들은 기대하고 있다. 

대형 가상자산거래소 관계자는 "오히려 거래소마다 경쟁력이 높아지고 이용자보호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에는 동의한다"면서 "다만 법인계좌 개설 허용이나 거래소가 다양한 상품을 취급할 수 있도록 규제완화가 수반된다면 업계와 소비자 모두 상생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업권 분리와 맞물려 가상자산업권의 법적 구속력을 갖춘 자율규제기구 신설도 2단계 법안에서 논의될 과제로 꼽힌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으로 가상자산업계가 금융당국 관할로 들어왔지만 여전히 업계 내에서는 법적 지위를 가진 자율규제기구가 없는 상황이다. 

가상자산거래소들의 협의체인 닥사를 통해 자율규제를 시도하고 있지만 법적 구속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일본의 경우 자금결제법상 자율규제단체 인가를 받아 설립된 암호화폐거래소협회(JVCEA)가 규제권한을 위임받아 행사하고 있는 것과는 다르다.

다만 일본의 경우 지나치게 강한 규제로 인해 상장되는 가상자산 수가 적어 시장 진흥에 어려움을 겪자 최근 규제완화 스탠스로 나서고 있다는 점은 참고할 만한 지점이다. 

이정두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오퍼레이션 관련 상당부분은 자율규제로 갈 수밖에 없다"면서 "현재의 닥사는 사업자들간의 협의체로 사실상 자율규제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제대로 된 자율규제가 가능하려면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2차 입법에서 보완되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