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CFD 몸사리는데 메리츠는 종목 확대...한투 서비스 중단, 삼성·신한·키움증권 재개 불투명
2024-07-22 이철호 기자
증권업계에서는 해외주식 투자에서의 절세 수단으로 CFD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고위험 상품 투자자를 이끌 메리트가 크게 줄었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엇갈리고 있다.
CFD는 실제 투자상품을 보유하지 않고 진입가격과 청산가격의 차액을 현금으로 결제하는 장외파생상품이다. 최소 증거금 40%로 최대 2.5배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하나, 투자원금 이상의 손실을 볼 수 있어 고위험 상품으로 꼽힌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대표 장원재)은 오는 8월 1일부터 해외 CFD 거래 가능 종목을 확대한다고 공지했다. 이에 따라 메리츠증권 고객은 해외에 상장된 기타자산 ETF를 CFD로 거래할 수 있게 됐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CFD를 이용하는 전문투자자 고객이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수 있도록 해외 상장된 채권형, 리츠 ETF를 거래 가능 종목에 추가했다"라고 밝혔다.
반면 한국투자증권(대표 김성환)은 2025년 1월 16일부로 CFD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고객들에게 공지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4월 말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 이후 5월부터 CFD 신규 매매와 신규 계좌 개설을 중단한 바 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 이후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돼 1년 가까이 CFD 서비스를 중단해 오다 고객 보호 차원에서 이번에 서비스 완전 종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이 CFD 서비스 종료를 발표한 가운데 자기자본 기준 10대 증권사 중 메리츠증권 이외에 △NH투자증권(대표 윤병운) △KB증권(대표 김성현·이홍구) △하나증권(대표 강성묵) 등이 CFD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 미래에셋증권(대표 김미섭·허선호)과 대신증권(대표 오익근)은 CFD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고 있다. △삼성증권(대표 박종문) △키움증권(대표 엄주성) △신한투자증권(대표 김상태) 등은 지난해 CFD 서비스를 중단했고 아직 재개 여부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 이후 침체를 면치 못하던 CFD 시장은 올해 2분기를 기점으로 조금씩 되살아나는 모습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8일 기준 증거금 포함 CFD 명목잔고는 1조2328억 원으로 관련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지난해 8월 말의 96.9% 수준이다.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이던 5월 29일과 대비해서는 21.2% 증가했다.
특히 해외주식에서 CFD를 통한 매수가 활발해지는 추세다. 7월 18일 해외주식 매수 관련 CFD 잔고는 증거금포함 2287억 원으로 지난해 8월 말 대비 40.0% 늘었다.
증권업계에서는 CFD 시장의 회복세의 원인으로 해외주식 투자에서의 절세 효과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해외주식 CFD는 직접 투자(22%) 대비 파생상품 양도소득세 11%가 적용돼 과세 부담이 적다. 또한 CFD는 금융소득이 2000만 원 이상인 경우 다른 소득과 합산해 부과되는 금융소득종합과세도 적용되지 않는다.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미국을 비롯한 해외 주식거래가 활발해짐에 따라 해외주식 CFD는 향후에도 더욱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5월 외화증권 시가총액은 1199억 달러로 전년 말 대비 15.1% 늘었다.
증권사 관계자는 "해외주식에서 직접 투자 대비 CFD를 통한 투자가 세금 혜택이 많아 거래대금이 많은 투자자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라며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와 같은 주식 관련 세금에 민감한 투자자들 사이에서 해외주식 CFD를 하는 이들이 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반면, 증시 변동성으로 인한 반대매매가 가져오는 고객 피해와 증권사 손해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CFD 고객이 투자금 손실을 입을 뿐만 아니라 증권사도 미수금으로 인해 수천억 원의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 이후 CFD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CFD 영업이 힘들어지고 래버리지 투자에서의 매력도도 줄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지난해 9월부터 개인전문투자자가 CFD 거래를 하려면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에 대해 충분한 투자경험을 갖췄음을 확인받아야 하며 CFD 최소 증거금률 규제도 상시화됐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레버리지 비율이 줄어드는 등의 CFD 관련 규제로 인해 고위험 투자를 선호하는 고객이 예전만큼 CFD에 대한 메리트를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