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출범 우리투자증권, 종금사-온라인 리테일 시너지낼까?...과속 성장 추구 리스크 우려도

2024-07-31     이철호 기자
우리종합금융-한국포스증권 합병을 통해 출범하는 우리투자증권(대표 남기천)이 종합금융회사(이하 종금사) 라이선스와 온라인 리테일 간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양사 간 합병 시너지가 그다지 크지 않고 무리한 확장으로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포스증권은 우리종합금융과 합병해 8월 1일부로 사명을 '우리투자증권'으로 변경한다. 합병 후 우리투자증권은 종합증권사로 전환될 예정이다.

지난 5월 우리금융지주는 우리종합금융과 한국포스증권을 합병하기로 의결했으며, 7월 24일 금융위원회로부터 합병 인가를 받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우리금융그룹은 2014년 이후 10년 만에 증권사를 갖추게 됐다.

우리투자증권을 이끄는 남기천 대표는 1964년생으로 1989년 대우증권에 입사해 런던법인장, 고유자산운용본부 상무 등을 역임했다. 이어 멀티에셋자산운용 대표를 거쳐 우리자산운용 대표, 우리종합금융 대표 등을 역임하며 증권업과 자산운용업 경력을 두루 갖춘 인물로 평가된다.

우리투자증권은 △종합금융부문 △세일즈&트레이딩(S&T)부문 △리테일부문 △리스크관리부문 4개 사업부로 구성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남 대표 체제의 우리투자증권이 10년간 유지 가능한 종금사 라이선스를 적극 활용해 사세 확장을 시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일반 증권사와 달리 1인당 5000만 원까지 보호되는 종금형 CMA 판매가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 메리츠증권(대표 장원재·김종민), 유안타증권(대표 뤄즈펑) 등이 종금형 CMA로 고객을 유치하고 불어난 자금을 바탕으로 사업을 확장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래에셋증권(대표 김미섭·허선호), 한국투자증권(대표 김성환), NH투자증권(대표 윤병운), KB증권(대표 김성현·이홍구) 등에서만 판매하는 발행어음 영업이 가능하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상품을 통해 유치한 자금으로 IB(기업금융) 영업 확대도 꾀할 수 있다는 것이 증권업계의 시각이다.

업계에서는 온라인 펀드 플랫폼을 영위해 온 한국포스증권의 경험을 바탕으로 디지털 플랫폼에서 영업 확대가 가능할지도 지켜보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이 모바일 고객을 위한 MTS 개발에 들어가는 가운데 오는 11월 출시되는 우리금융그룹 슈퍼앱 '뉴원'에도 증권 관련 기능이 추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 관계자는 "종금사 라이선스를 통해 특화된 상품으로 고객을 끌어모으는 한편 중견·중소기업 대출 실적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라며 "종금형 CMA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고 우리금융그룹 차원의 지원이 더해지면 충분히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종합금융과 한국포스증권 합병을 통한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과거와 달리 CMA 종류가 다양해지고 안정형 상품에 대한 선택지도 확대된 상황에서 종금형 CMA가 큰 메리트를 갖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증권사가 다양한 CMA를 취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종금형 CMA가 특별히 강점이 있다고 보기 힘들며 펀드 시장도 많이 침체된 상황"이라며 "출범 초기부터 고객 확보에 나서야 하는데 제대로 된 MTS도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무리한 성장 추구에서의 리스크 확대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우리투자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약 1조1500억 원으로 국내 증권업계 중 18위에 해당한다. 우리금융그룹이 제시한 '10년 내 초대형 IB 진입' 목표를 달성하려면 자기자본 4조 원 돌파가 필수적이다.

문제는 부동산 PF 침체, 고금리 등의 여파로 단기적인 실적 확대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이다. 자기자본 규모가 한정된 상황에서 지나치게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다 리스크가 커진 사례를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 증권업계의 시각이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무리한 투자를 단행하거나 리스크가 큰 비즈니스에 진출할 경우 위험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라며 "사업 확장을 위해 외부 인력을 수혈하는 과정에서 기존 인력의 처우에 대한 불만이 커지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은 단기적으로 자체 성장에 집중하는 한편 그룹 계열사와의 시너지 확대에 힘을 기울인다는 입장이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무리한 확장이 아닌 성장 로드맵에 따라 점진적인 사업 확장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또한 회사와 임직원 간에 자유롭게 소통하고 화합하는 기업 문화를 조성하고 임직원 개개인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