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독일서 만난 명품 전기차 아우디 ‘SQ8 e-트론’...탁월한 스피드에 안정감도 돋보여
2024-08-05 박인철 기자
1억5000만 원 명품 전기차의 성능은 본토에서도 훌륭했다. 탁월한 스피드에 안정감까지 도로 위의 존재감이 대단했다. 아우디 고성능 전기차 ‘SQ8 스포트백 e-트론’ 얘기다.
지난달 25일 독일 뮌헨 아우디 컨퍼런스센터에서 잉골슈타트 아우디 포럼까지 약 75km의 코스를 SQ8 e-트론으로 주행했다. 지난달 한국에서도 출시한 신형으로 가격은 1억5460만 원이다.
Q8-이트론의 최고급 버전의 전기차인 SQ8 e-트론은 전기 SUV 중에서도 특히 체형이 날렵한 느낌이다. 전장은 4915mm인데 전고가 1625mm로 낮은 편이다. 대형SUV임에도 준중형인 메르세데스 벤츠 ‘EQA’와 같은 수준이다.
루프라인의 경사도 완만해서인지 차도 생각보다 크다는 느낌이 덜했다.
블랙 패키징, 깔끔한 도장 마감 등 고급스러움이 강했던 외관과는 반대로 실내는 스포티한 느낌까지 살렸다. 나파 가죽의 시트와 핸들에는 블랙&레드 조합으로 이 차의 캐릭터, 빠르고 고급스러운 느낌이 있다. 핸들은 손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타공됐다. ‘S’ 로고가 새겨진 플로어 매트나 기어도 깜찍하다.
대형 차량인 만큼 실내의 넉넉함도 확실하다. 특히 트렁크는 최대 528l로 좌석을 아래로 접을 시 1567l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 하는데 접지 않고도 대형 커리어 2개와 백팩 2개를 싣는 데 문제가 없었다.
최근 들어 수입 고급차나 현대차그룹의 신형을 보면 디스플레이가 하나로 합쳐진 파노라마 시스템을 흔히 볼 수 있는데 SQ8 e-트론은 계기판과 센터 디스플레이의 역할이 분리돼 있다. 올드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분리된 시스템이 더 조작이 편하다. 역할을 확실히 알기 쉽기 때문이다.
SQ8 e-트론은 중앙 디스플레이와 공조 등을 조절할 수 있는 작은 디스플레이까지 모두 운전자가 편안하게 조작할 수 있도록 각도가 틀어져 있다. 아우디 특유의 탄력 있는 터치 감도나 반응 속도 모두 한국과 큰 차이 없이 익숙하다.
SQ8 e-트론의 최대출력은 503마력(370kW), 최대토크는 99.24kg.m다. Q8 e-트론이 최대 출력 408마력(300kW), 최대토크 67.71kg.m라는 점을 생각하면 확실히 퍼포먼스에 초점을 맞춘 럭셔리 전기차다.
이 차는 실제로 타보면 그 진가가 느껴진다. 뮌은 서울과 비슷한 도로 환경으로 고속도로에 차가 있는 편이라 답답했지만 공간만 생기면 민첩한 몸놀림으로 반응해 운전자의 꽉 막힌 마음을 뚫어준다. 주로 110~130km의 속도로 달렸는데 동승자의 말에 따르면 흔들림이 없어 그 정도 속도로 달리는지도 몰랐다고 한다.
시골에 가까운 잉골슈타트 지역에 들어서서는 스피드를 유감없이 즐겼다. 170, 180km를 달리는 와중에도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는 안정감이 탁월하다. 제로백(0km/h에서 100km/h로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단 4.5초다.
양산차 최초로 3개의 모터(전륜 하나, 후륜 2개)를 장착, 환경에 따라 후륜 모터가 양쪽 휠에 토크를 빠르게 배분한다. 여기에 차량 하부에 장착된 휠 스포일러가 휠 주변 공기흐름을 분산해 공기저항을 줄여줘 매끄러운 주행을 이끈다. 역동적이고 안정감 있는 주행을 즐길 수 있는 이유다.
뮌헨이나 잉골슈타트 모두 과속 방지턱이 따로 없어 그 충격에 대한 반응을 알 수 없었다, 다만 굴곡진 코스에선 전자식 콰트로가 접지력과 안정성을 높여줘 운전자가 느낄 수 있는 휘청거림이나 불안감을 지워준다. 센서가 운전자의 주행 스타일을 파악해 구동력을 적절히 분배해 운전을 쉽고 재밌게 만든다.
엔진이 없는 전기차는 무소음에 가까운 모터의 가속을 느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반면에 풍절음이나 노면의 마찰은 더 잘 들리는 경우가 있다. SQ8 e-트론은 이 부분에서도 합격점이다. 이중접합 유리가 바깥의 소리를 잘 잡는다. 마찰 역시 불쾌감을 느끼지 않았다.
딱 하나 아쉬운 점은 주행거리인데 국내 기준 완충 시 주행거리가 복합 351km다. 다만 1억5000만 원이 넘는 차량을 구매할 정도의 재력을 갖춘 이들에겐 주행거리가 크게 문제 되진 않을 것 같다. 한 번 타보면 고성능 전기차의 메리트를 확실히 느낄 수 있는 전기차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독일 현지 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