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내 대리인 지정제' 발의한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게임산업 육성과 소비자 보호 위한 법적 장치 반드시 필요”
“게임 산업은 K-콘텐츠 수출의 선봉장이 됐지만 법적 뒷받침이 부족하다. 게임 소비자와 산업계 모두에 실효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22대 국회 시작과 함께 '국내 대리인 지정제'를 발의한 강유정(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일 소비자가만드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게입산업 육성과 이용자 보호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지난 2022년 국내 게임산업 수출액은 89억8175만 달러(약 12조2457억 원)에 달했다. 전체 콘텐츠 산업 수출액 132억4301만 달러(약 18조555억 원) 대비 67.8%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강 의원은 게임이 대표적인 여가 콘텐츠이자 문화 예술의 한 분야로도 인정받고 있음에도 그만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강 의원은 정치권이 책임을 지고 산업과 이용자 보호의 고른 성장을 도모해 정부와 업계에 대한 게임 소비자들의 신뢰를 우선 회복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특히 국내 게임사에 대한 역차별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국내 대리인 지정제'를 반드시 도입해 중국 게임사의 시장질서 교란과 이에 따른 소비자들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다음은 강유정 의원과의 일문 일답.
-문학과 영화 평론가로 알려져 있다. 국회의원이 되면서 게임에 관심을 가지게 된 배경이 있나.
게임은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 수출액의 70% 가량을 차지하며 K-콘텐츠 산업의 선봉장이 됐다. 오래전부터 국민의 대표적인 여가 컨텐츠로 자리잡았고, 문화예술진흥법상 문화 예술의 한 분야로도 인정 받았다.
국회 등원 전 문학과 영화를 주로 다뤘고 이들은 ‘서사’가 중심이 된다는 점에서 게임과 공통점이 있다. 게임 원작의 영화들도 많아 이전부터 친근함을 느껴왔다.
하지만 이같은 위상과 다르게 게임이 가지는 가치에 비해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낀다. 적절한 법 제도가 뒷받침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용자와 산업계 모두에게 실효성 있는 제대로 된 법 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게임 정책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국회 시작과 함께 ‘국내 대리인 지정’ 제도를 발의했다. 게임 소비자들의 권익 보호에도 관심이 있었나?
우리나라 게임 시장은 짧은 시간 동안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 반면 그 성장의 방향이 게임 ‘산업’에만 방점이 찍혀 있었다.
이는 정치권의 책임도 크다고 생각한다. 게임을 산업의 측면 위주로 다뤘고, 그나마도 정치적인 활용의 수단으로만 삼아왔다. 이러는 동안 게임 이용자들의 권익은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다고 느꼈다.
산업과 이용자 보호는 함께 고르게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도 가능할 것이라 생각해 왔고, 게임 소비자들의 권익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됐다.
-해외 게임사의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화가 꼭 필요하다고 느낀 지점이 있었나?
과거 물의를 빚었던 해외, 특히 중국게임들의 사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해외, 특히 중국 게임들은 최근까지도 ▲먹튀 논란 ▲선정적 광고 ▲광고와 실제 내용이 전혀 다른 게임 내용 ▲백도어성 안티치트 프로그램 논란 등 다양한 사례로 물의를 빚어왔다. 각 사건의 세부 내용은 달랐지만 ‘국내 이용자의 권익 무시’라는 점에서 문제점은 일맥상통하다.
이들이 이런 배짱을 부릴 수 있는 이유는 ‘어차피 한국법으로는 처벌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유통 중인 대부분의 중국 게임은 한국에 별도의 지사나 법인이 없기 때문에 이들을 규제하거나 처벌하기 어렵다.
최근 논란이 된 한 게임은 한국지사가 있긴 하지만 영세한 규모다. 하지만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이용자들의 몫이 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개선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다.
국내 대리인제도를 통해 게임 이용자를 보호하는 한편, 국내 게임사와 역차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자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화 법안에 대한 실효성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정보통신망법 등 타법에도 국내대리인 제도 조항이 있지만, 대리인 지정 외 다른 책임을 부과하고 있지는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반면 이번에 발의한 게임법 개정안은 국내대리인제도를 통해 게임의 ▲시스템등급분류 ▲관련사업자의 의무 및 금지사항 관련 준수 업무 ▲게임물의 표시 의무 ▲사후관리에 따른 보고 등을 대리하도록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하도록 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였다.
개정안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실효성이 있을지 여부에 의문을 가지는 분들도 계실 거다. 당연히 국내 대리인 제도가 만능키는 아니며 법망을 피해가는 해외게임사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국내 대리인 제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서비스 콘텐츠 사업에 대해 고민하는 모든 나라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문제이자 고민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처럼 해외 게임사가 ‘먹튀’ 하도록 방치하는 것과, 대리인 제도를 통해 최대한의 울타리를 쳐 국내 게임계를 보호하는 것 중 어떤 것이 나을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게임 질병 코드 도입을 막기 위한 통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임기 초부터 게임 관련 법안들을 발 빠르게 발의하고 있는데, 이유가 있나?
통상적으로 법안이 발의되면 소관 상임위원회에 상정이 되고 심사되기까지 짧으면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까지도 걸리게 된다.
특히 법안 발의건수 대비 심사건수가 적다 보니 병목현상이 생겨 발의 시점이 임기 초에 비해 임기 중후반부로 갈수록 심사 기간이 길어지는 경향이 있다.
지난 국회에서도 이같은 통계법 개정안이 발의되긴 했지만 국회 개원 후 3년이 다 되어가던 시점이라 병목 현상이 심했고, 2023년 말 총선 체제로 넘어가며 제대로 심사되지 못했다.
따라서 개정안들을 조속히 심사되도록 하기 위해 임기 초에 적극 발의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기재위 소속 민주당 동료 의원분들과 적극 공조해 법안이 심사되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게임 질병 코드 도입까지 시간적 여유가 없는 상황인가?
특히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하는 WHO의 제11차 국제질병분류(ICD-11)는 2030년에 우리나라에 적용될 전망이다. 5년 넘게 여유가 있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ICD를 국내 체계에 맞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통계청이 초안→조정안→잠정안→최종안의 단계를 거쳐 한국질병분류(KCD)에 적용하게 되는데, 최종안이 확정되기까지 수년의 시간이 걸린다.
이 과정 중에서 ‘초안’이 완성되는 시점이 가장 중요하다. 초안이 완성되면 그 이후로는 이 초안을 기준으로 계속해서 조정해 나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통계청에서는 KCD-10의 초안을 내년 2025년 10월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즉, 초안이 나오기까지 불과 1년 여의 시간이 남은 상황이다. 따라서 통계청이 초안을 내놓기 전에 이번 통계법 개정안이 빠르게 심사돼야 한다.
-이외에도 현재 게임업계에 개선돼야 할 문제점이 있다면?
단기적으로는 이용자 신뢰 회복이 관건이다. 현재 이용자들이 국내 업계를 바라보는 시선은 적대적인 것에 가깝다.
이러면 당장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문제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질병코드 문제가 대중들에게 처음 알려진 2019년 당시에는 게임 이용자들이 게임업계 편에 서서 든든한 우군 역할을 했다. 때문에 여론전에서도 등재 찬성 측을 압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게임업계가 게임 이용자들의 지지를 바라기란 어려운 일이다. 심지어 질병코드 등재에 찬성하고 나서는 게임 이용자들도 여럿 보이는가 하면, 확률형 아이템 위주의 게임을 도박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따라서 게임업계가 즉각 노력해 이용자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고, 그래야만 막을 수 있는 이슈들이 많다고 본다.
-장기적으로는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나.
장기적으로는 게임업계가 체질 개선을 해내야 한다.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모바일 장르 편중화는 약 15년 전부터 시작됐고 짧은 시간이 아니다. 게임 개발자들도 모바일 게임 위주로 기술을 익혔고 이를 반대로 생각해보면 ‘다른 장르의 기술력은 떨어졌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게임 트렌드는 변화하기 마련이다. 이미 모바일 MMORPG 장르는 이용자들의 외면이 매출액 감소로 이어지며 사양세에 접어들었다. 따라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출시할 수 있는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국회의원으로서 게임 소비자들과 업계를 위한 포부 한 말씀 부탁드린다.
국내 게임 산업은 짧은 시간 동안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고 수많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등 대한민국의 산업경제 발전의 한 축이자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전 세계 10억 명이 넘는 글로벌 유저들이 즐기는 ‘배틀그라운드’, 스팀플랫폼에서 글로벌 판매 1위를 달성한 '데이브 더 다이브', 인디게임의 가능성을 만들어낸 ‘팀 파이트 매니저’, ‘스컬’과 같은 국산 게임은 우리의 저력을 보여준다. 또 e스포츠라는 장르와 산업을 일군 것도 K-게임 산업의 힘이다.
반면 아쉬운 대목도 여전히 존재한다. 게입업계가 특정 비즈니스 모델, 즉 확률형 아이템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로 과도하게 몸집을 키워 여러 부작용을 낳았다. 사행성 논란이 그치지 않았고, 글로벌 경쟁력은 약화됐으며, 이용자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다. 게임생태계를 키우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게임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정부 지원이 부족하다. 산업의 글로벌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하는 낡은 기업규제와 술, 담배, 도박으로 취급하는 개인 규제가 발전을 막고 있다. 그러면서도 선거철만 되면 현실성 부족한 포퓰리즘 정책들이 나오는 등 정치적 활용의 수단으로 이용됐다.
이용자와 산업계 모두에게 실효성 있는 제대로 된 정책 필요하다. 이를 위해 규제와 진흥, 균형감 있는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불필요한 게임 규제는 철폐하되, 이용자를 보호하고 산업이 건전하게 성장하기 위한 적절한 수위의 안전장치를 마련할 것을 약속드린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최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