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머니, 환불 약속 번복으로 소비자 피멍...'해피캐시' 전환 유도해 구매처·PG 통한 환불 막아
지급보증 가입 안해...보상 구제 장치 전무
2024-08-05 이은서 기자
#사례2=경기 성남에 사는 이 모(여)씨는 올 초 위메프에서 30만 원의 해피머니 상품권을 구매했었다. 마찬가지로 해피머니 측 환불 공지를 보고 지난 7월25일 상품권을 포인트로 전환했지만 해피머니 측 입장번복으로 환불은 요원해진 상태다. 해피머니 고객센터는 전화 연결이 안 돼 1대1 문의로 항의하면 “논의 후 다시 안내하겠다”는 답변에 그쳤다. 이 씨는 “아직도 사이트에서는 환불해주겠다는 팝업이 뜨고 있다. 공지를 꼼꼼히 살펴보지 않으면 포인트 전환을 해놓고 나처럼 환불도 못 받고 발만 동동 구르는 소비자가 많을 것 같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해피머니 문화상품권 판매업체 ‘해피머니아이엔씨’가 상품권 환불 정책을 발표한 지 6일 만에 입장을 번복해 소비자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해피머니아이엔씨는 7월25일 사이트를 통해 '온라인을 통한 환불만 가능하다'고 공지했으나 7월31일 티메프의 기업 회생 신청으로 인해 미지급금을 받을 수 없게 되자 상품권 환불에 대한 입장을 바꿨다.
게다가 해피머니아이엔씨가 지급 보증 및 피해 보상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소비자 피해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상품권 발행업체들을 규제할 법안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5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해피머니 환불을 신청했으나 입장 번복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급증하고 있다. 티몬과 위메프는 해피머니 상품권을 7~10% 할인된 가격에 팔았다. 상품권을 저렴하게 구매 후 포인트로 전환해 이득을 보는 일명 ‘상테크(상품권+재태크)’족들이 대량으로 구매하면서 많게는 수백, 수천만 원에 달하는 피해자도 나오고 있다.
해피머니는 여행·레저·서점·쇼핑·외식·영화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사용이 가능한 상품권이다. 전국 4만2000여곳의 사용처를 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티메프 정산 지연 사태로 대부분의 사용처들이 해피머니 상품권을 이용한 결제를 막았다.
해피머니아이엔씨는 소비자들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7월25일 상품권 환불을 신청할 수 있는 온라인 창구를 개설했으나 이달 29일 티메프가 기업 회생을 신청함에 따라 이틀 뒤인 31일 환불 관련 입장을 철회했다.
이 사이에 온라인 환불을 받기 위해 지류상품권을 ‘해피캐시’로 빠르게 전환한 소비자들의 상품권은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됐다. 온라인으로 상품권 등록을 마친 상태라 구매처인 티몬, 위메프에 환불을 신청하거나 일부 카드사·결제대행업체(PG사) 등에 이의제기를 통해 구매 취소를 요청할 수도 없어 해피머니가 환불 발표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해피머니아이엔씨는 지급 보증과 피해보상 보험계약에도 가입하지 않아 피해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구제 장치도 없다. 해피머니의 이용약관에는 ‘이 상품권은 별도의 지급 보증 및 피해보상보험계약 없이 발행자의 신용으로 발행됐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급보증보험에 가입돼 있으면 선불정산금에 대한 기업의 채무에 대해 가입금액 만큼 보상받을 수 있다.
현재 전자금융업자는 금융감독원의 전자금융업자 이용자자금 보호 가이드라인에 따라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하나 해피머니아이엔씨는 전자금융업자로 미등록한 것으로 알려진다. 또 전자상거래법은 통신판매업자에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 등을 체결하도록 돼 있다 보니 통신판매중개업자로 분류되는 해피머니아이엔씨는 계약의 의무가 없다.
관련 법 미비로 상품권 업체들이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99년 상품권법이 폐지된 이후 관련 법안이 꾸준히 발의되고 있으나 번번이 임기만료로 폐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학영 국회부의장이 20대, 21대 국회에서 연달아 이용자 보호를 골자로 한 상품권법을 대표 발의했지만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2017년 11월 22일 발의한 상품권법안은 △상품권 발행사가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춰 금융위원회에 신고 △상품권발행자가 합병 외의 사유로 해산한 경우에는 이 내용을 금융위원회에 신고 △금융위원회가 매출액 등의 기준에 따라 연간발행한도 등을 제한할 수 있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2021년 7월 26일 발의한 상품권법안도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상품권 이용자 보호를 위해 상품권 발행자가 상품권 발행액의 최대 50%를 발행보증금으로 공탁 또는 채무지급보증 △미상환 상품권 수익은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해 공익적 사업에 활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전문가들은 상품권 발행 업체들을 규제할 법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상품권법과 같은 관련 법의 제정을 통해 상품권발행업체의 파산 등으로 운영을 할 수 없을 경우 환불의 우선순위를 소비자로 둔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정윤선 미래소비자행동 사무총장은 “해피머니 상품권처럼 선불 시스템은 특수한 경우인데도 우리 생활에 이러한 선불시스템이 늘어나면서 그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상품권 업계를 규제할 제도나 법안을 점검하고 보완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은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