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말 전도된 ‘너훈아 패러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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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케이블 채널이 ‘나훈아 기자회견’의 바지 지퍼 해프닝을 패러디해 논란이다. 이미 방송된 예고편만으로도 선정성이 문제되고 잇다. ETN 신설 프로그램인 ‘판타지걸 꿈생’ 예고편 영상에는 이미테이션 가수 너훈아가 기자들 앞에서 “제 거시기가 잘렸다고 합니다. 제가 만 5분 동안 보여드리겠습니다”고 말하며 실제로 바지를 내린다.
보기에 민망한 회색 내의가 드러나자 기자들은 “보여줘서 고맙습니다”고 말한다. 이어 “평상시에 내복을 입으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지자 너훈아가 “마음이 너무 추워서 입었습니다”고 마무리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제작진의 의도는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나훈아의 기자회견을 비틀어 프로그램을 띄우려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패러디의 효과는 별로 없고 선정성만 도마에 오르게 됐다.
이번 패러디가 소문을 사실인 양 유포시키는 우리 사회에 조금이라도 통렬한 비판과 자극이 됐을까? 동영상을 보면 비판은커녕 나훈아에 대한 모욕과 희롱이 될 수도 있다. 사건의 본질을 훼손시키고 민망함과 불쾌함까지 안겨준다. “나훈아를 두 번 죽이는 행위”라는 한 네티즌의 의견이 이런 정서를 반영한다.
너훈아 씨는 “나훈아 씨의 답답하고 억울한 심정을 이해한다. 차마 벗을 수 없었던 그를 대신해 내가 벗어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상황 판단이 그렇게도 안 되는지 묻고 싶다.
명예훼손을 넘어 인격적 살인에 가까운 사안을 가벼운 장난거리로 만들어버리는 방송사의 무개념과 몰상식은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궁금하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