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폭스바겐 최초의 ‘챗GPT 전기차’ ID.7, 뛰어난 회생제동 능력·첨단 사양 눈에 띄네

2024-09-23     박인철 기자
폭스바겐 ID.7은 처음 보는 신기술이 대거 탑재됐다. 전기차 장점인 회생제동 능력도 탁월하다. 각종 첨단 사양도 많아 독일 출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차다.
 


아직 한국에 출시되지 않은 프리미엄 전기차 세단 ID.7을 지난달 독일에서 만났다. 고효율로 업그레이드된 MEB(폭스바겐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최초의 전기차로 완충 시 주행거리가 무려 621km(글로벌 기준)에 달한다.

독일에서 ‘올해의 차 2024’ 부문을 수상하기도 한 ID.7을 타고 독일 노르트하임, 드레스덴 등 아우토반을 가로질렀다.
 


ID.7은 묘한 느낌을 주는 자동차다. 전면은 익숙한 폭스바겐 모델 느낌인데 측면과 후면을 보면 세단 같으면서도 해치백의 느낌까지 담고 있다.

C필러까지 깔끔하게 떨어지는 라인에 뒤쪽은 해치백처럼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는 무게감도 준다. 전장 4961mm, 전폭 1862mm, 전고 1536mm, 휠베이스 2966mm의 차체가 넉넉하다.
 


휠베이스가 긴 만큼 1열이나 2열 모두 180cm의 성인이 앉아도 넉넉하다. 후면에 전기 모터가 배치된 덕인지 레그룸에서 걸리는 부분이 없다. 헤드룸도 마찬가지다. 기본 트렁크 용량도 532L로 여행 캐리어 2개가 충분히 들어간다.
 
▲소형 사이즈의 계기판


실내에 들어서면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이 계기판이다. 여태 시승한 차량 중 최소형의 계기판이다. 정보를 보기 어려울까 했는데 중앙에 15인치의 센터 디스플레이가 크게 배치돼있어 불편함을 덜어준다.

게다가 증강현실 헤드업디스플레이가 운전석 유리에 속도, 카메라, 내비게이션 등 웬만한 주행 정보를 큼지막하게 표기해주기 때문에 계기판을 볼 일이 많지 않다. 
 


ID.7은 챗GPT가 탑재된 최초의 차다. 자체 음성 어시스턴트 시스템인 ‘IDA’에 챗GPT를 통합한 건데 단순한 음성 제어 시스템을 넘어 일상 대화도 주고받을 수 있다.

‘하이 ID’ 혹은 운전자가 지칭한 애칭으로 말을 건 뒤 한국의 인구가 몇 명이나 되는지, 데일리 의상 추천이라든지 등 차와 관련 없는 대화도 나눌 수 있었다. 챗GPT와 나눈 문답은 즉시 삭제되고 차량 데이터에도 접근 권한이 없기 때문에 보안도 믿을 수 있다.
 
▲손으로 에어컨 방향과 강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


역시 최초 탑재된 어댑디브 시트 클리마트로닉 기능도 인상적이다. 히팅, 쿨링, 건조 기능을 탑승객의 요구에 따라 조종할 수 있다. 바람 세기나 방향도 자유자재다. 

ID.7은 운전자가 시트에 앉으면 자동으로 시동이 켜진다. 77kWh 배터리로 최고 출력 286마력, 최대 토크 55.6㎏·m의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아우디의 차량처럼 어댑티브 새시 컨트롤 기능이 있어 주행 환경에 따라 서스펜션 댐퍼를 세팅해 승차감, 주행스타일(스포츠, 에코, 개인조절, 인디비듀얼, 컴포트) 등 다양한 모드로 운전을 즐길 수 있다.

처음엔 적응이 어려울 수 있다. 브레이크 페달을 평소보다 더 깊숙이 밟아야 제동이 된다. 그러나 적응만 되면 내연기관 세단의 부드러운 승차감을 ID.7에서도 느낄 수 있다.
 
▲아우토반을 달리는 ID.7


이번 시승은 인스트럭터 주행에 따라 아우토반을 달리는 코스가 많았는데 속도 제한이 있어 150km 이상으로 달리지는 못했다. 다행히 차량이 많지 않아 줄곧 120km가 넘는 고속 주행을 이어갔는데 ID.7의 뛰어난 회생 제동 능력을 엿보게 됐다.

스펙에는 100km 주행 시 14.1~16.3kWh의 에너지 소비 효율을 할 수 있다고 적혀 있는데 실제 주행에는 멈춤없이 주행을 이어가니 줄곧 17hWh를 넘었다. 175kW의 전력이면 10분 만에 204km까지 주행거리를 더 확보할 수 있다. 충전소 인프라가 넓지 않은 한국에서도 빛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양한 기능이 담겨 있는 마사지. 시간 세팅도 가능하다.


여기에 마사지 기능이 다양하게 탑재돼있어 운전의 지루함을 덜 수 있다. 한 부위만 선택해 받을 수도 있고 시간 세팅도 가능하다. 한국향 차량이 아님에도 통풍 시트 기능이 있다는 점도 놀라웠다.
 
▲조작이 편했던 센터 디스플레이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 IQ.드라이브, 트래블·레인·이머전시·사이드·파크 어시스트, 프로액티브 탑승자 보호 등 첨단 보조 시스템이 많아 운전자가 할 일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조작도 직관적으로 빠르게 반응한다. 그저 정신만 잘 차리면 된다.
 


다만 선뜻 구매를 결정하기에는 다소 높은 가격대가 아쉽다. 2025년형 ID.7은 유럽에서 약 8400만 원부터 가격대가 출발한다. 다만 7000~8000만 원대 수입 전기차가 BMW ‘i4’·’iX3’, 벤츠 ‘EQB’, 렉서스 ‘RZ450e’ 정도인데 세단은 i4뿐이라 재밌는 경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독일 현지 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