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민원평가-손해보험] 심사 강화로 보험금 지급 불만 폭발...한화손보 민원관리 우수
고질병 '불완전판매'도 30% 육박
2024-08-28 이예린 기자
# 서울시 구로구에 사는 이 모(남)씨는 지난 2월 병원에서 1000만 원을 들여 양 무릎에 줄기세포 주사 치료를 받고 거동이 힘들어 1박2일간 입원했다. 업계 10위권 규모의 A손해보험사 실손보험에 가입해둬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의료자문 동의를 요구했다고. 이 씨가 거절하자 보험금 지급 심사 절차가 보류된 상태다. 이 씨는 “의사가 치료가 필요하다고 진단했고 당일 거동일 힘들어 입원했다. 직접 진료한 의사의 제안을 따랐을 뿐인데 직접 보지도 않고 의료자문을 받아야 한다니 의심이 간다"고 억울해했다.
# 인천 남동구에 사는 이 모(여)씨는 2019년생인 자녀가 2021년부터 발달지연으로 병원에서 언어치료를 받으며 호전되고 있으나 치료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는 의사 소견을 받았다. 업계 3위권에 드는 B손해보험사 보험상품을 가입했던 이 씨는 진단서와 치료 세부내역서를 제출하고 보험금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씨는 “검사를 수긍할 수 없어 다른 병원에서 재검사했고 발달지연 코드를 받아 서류를 다시 제출했지만 또다시 거절당한 상황”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 경기도 수지구에 사는 강 모(남)씨는 지난해 10월 화물트럭을 운전하던 중 뒤에서 오던 차량이 들이박아 뒷 범퍼가 파손되는 사고를 겪었다. 상대 차주에게 대물 보험 접수를 요청했지만 쌍방과실을 주장했다. 강 씨는 말로 합의가 되지 않아 본인이 가입해뒀던 업계 10위권 규모의 C손해보험사에 사고를 접수했다. 화물트럭 특성상 운행이 곧 수익으로 연결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범퍼가 파손된 채로 불안하게 차를 몰 수밖에 없었다고. 강 씨는 "최초 보험 접수 후 6개월간 진행 사항에 대해 가타부타 먼저 연락 한 통 없었다"며 기막혀했다.
# 인천시 부평구에 사는 이 모(여)씨는 2014년 업계 3위권에 드는 D손해보험사에 실손보험 가입 후 매월 7만5000원의 보험료를 납입해왔다. 그런데 올해 초 보험료가 12만4806원으로 급등한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씨는 “실손보험금 청구를 한 번도 했던 적이 없었는데 갑작스럽게 보험료가 70% 가까이 인상되니 부당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올해 상반기 소비자들이 손해보험사를 대상으로 가장 많은 불만을 제기한 문제는 '보험금 지급'이었다. 보험상품 내용이 가입 당시와 다르다는 '불완전판매' 민원도 뒤를 이었다. 이외에 ▶자동차사고 등 보험 신청 접수 후 처리가 늦어진다는 불만과 ▶고객센터 응대가 미흡하다는 민원도 잇따라 제기됐다.
올해 1~6월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제기된 12개 손해보험사 관련 민원을 집계한 결과 전체 민원 건수가 지난해 상반기보다 약 9.1% 증가했다.
조사 대상 보험사 중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메리츠화재·흥국화재·롯데손해보험·NH농협손해보험·MG손해보험·AIG손해보험 등 대부분이 보험급 지급에 소비자 불만이 집중됐다.
신계약건수 대비 민원점유율이 가장 낮은 곳은 한화손해보험이었다. 지난해 기준 신계약건수가 116만 건(6.5%)인데 민원 점유율은 3%에 불과해 민원 관리가 가장 우수했다고 분석된다.
NH농협손해보험(42만 건, 2.3%)과 AIG손해보험(21만 건, 1.2%)도 신계약건수 대비 민원 점유율은 각각 1.3%, 0.7%로 매우 낮아 민원 관리가 우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민원 점유율이 가장 높은 곳은 DB손해보험으로 20.5%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신계약건수가 347만 건으로 업계 2위를 차지해 민원 관리에서는 양호했다는 분석이다. 삼성화재(17.5%)와 현대해상(17.2%)도 민원점유율이 17%를 웃돌았으나 지난해 기준 신계약건수가 각각 356만 건, 274만 건으로 업계 상위권에 올라 민원 평가에서는 선방했다.
KB손해보험(235만 건, 13.1%) 메리츠화재(225만 건, 12.5%)는 신계약건수 대비 민원점유율이 각각 13.5%, 12.8%로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흥국화재(31만 건, 1.7%)와 MG손해보험(8.7만 건, 0.5%)은 민원점유율이 규모에 비해서는 높아 개선이 필요했다.
◆ 보험금 부지급에 민원 들끓어...보험금>불완전판매>사고 처리 순 불만 많아
손해보험 가입자들은 ▷보험금 지급(45.8%) 관련 불만을 가장 많이 제기했다.
최근 몇 년째 이어지고 있는 백내장과 도수치료에 이어 무릎줄기세포 주사치료와 여유증 등 기타 비급여 항목도 심사가 강화되면서 보험금 부지급 갈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의사 권유로 입원해 치료, 수술했는데 입원비보다 현저히 적은 통원치료 보험금만 지급받으며 업체와 다투는 사례가 상당수였다. 도수 치료, 체외파 충격 치료는 치료 효과가 현저히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치료 횟수를 제한해 갈등을 빚었다. 몸살, 감기 등으로 수액을 맞을 때는 과잉 치료라 보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일이 잦았다.
암 수술을 받은 소비자들은 사후 치료에 쓰이는 주사제 역시 직접적인 치료가 아니라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해 보험사와 분쟁을 겪기도 했다.
이어 ▷불완전판매가 27.6% ▷사고처리 불만은 13.1%도 두자릿수 비율로 높게 나타났다.
불완전판매의 경우 보험상품 가입 당시 설계사의 설명이 미흡했다는 지적 등으로 민원이 30%에 육박하며 높게 나타났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는 설계사 퇴사 등으로 계약자에게 통보 없이 담당자를 바꾼 뒤 소비자가 원하는 이로 변경을 제한하면서 원성을 샀다. 바뀐 담당자가 거의 방치하는 상황인데도 변경이 안된다는 점에 대해 소비자들이 울분을 토했다. 설계사 변경을 원할 경우 지점을 방문하라고 제안하는 등 번거로운 절차도 문제로 지적됐다.
'일상생활배상 특약'을 가입했던 소비자들은 상담원, 설계사 안내와 달리 거주 여부 등에 따라 누수 등 사고 보상을 받지 못하면서 불완전판매라고 주장했다. 연락이 끊긴 가족이 계약자로 가입자 동의 없이 보험이 가입되거나 곧 절판된다며 가입을 종용해 손해를 봤다는 소비자 불만도 잇따랐다.
보험 접수 후 처리가 지연되는 불만도 10%를 웃돌았다. 손해보험 특성상 주로 자동차사고 발생 후 보상까지 처리 소요시간이 너무 길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차 사고는 과실여부를 다투다 보니 수개월이 걸릴 수는 있지만 이 기간 제대로 된 안내나 대응이 이뤄지지 않아 소비자 불만을 샀다.
이외에도 ▷고객센터 7.7 ▷계약 및 해지 3% ▷보험료 인상 2.7% 순으로 집계됐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예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