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민원평가-가전] 품질·AS에 민원 집중...삼성·LG전자 민원관리 양호, 위니아·쿠쿠전자 개선 시급

고가 제품에 대한 소비자 기대 영향

2024-08-30     송혜림 기자
2024년 상반기 소비자 민원은 달라진 소비 패턴에 따라 변화를 보였다. 올 초부터 이어진 부실 시공 이슈로 건설사 하자보수 관련 민원이 크게 늘어난 반면 가전·렌탈, 이동통신 서비스 등 전통적인 업종과 대형마트 등 이용자가 감소하는 업종에서는 민원이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자유여행이 증가하며 항공사, 숙박예약사이트 민원은 치솟은 반면 패키지가 주력인 일반 여행사는 감소하는 추세를 나타냈다. 상반기 동안 소비자고발센터에 제기된 소비자 민원을 업종별로 분석했다. [편집자 주]

#사례 1.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이 모(남)씨는 지난 2021년 삼성전자 창문형 에어컨을 구매했다. 2년 후 온도표시 고장으로 수리비 8만 원을 내고 수리를 받았다. 그러나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이번엔 찬바람이 나오지 않는 문제가 발생해 15만 원을 내고 다시 유상수리를 받았다. 이 씨는 “구매한 지 3년 밖에 되지 않는 제품이 2번이나 큰 고장이 났는데 AS무상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수리비를 내는 게 이해되질 않는다”라고 토로했다.

#사례 2.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강 모(여)씨는 지난 6월 LG전자 냉장고를 설치하고 작동하자마자 전면부 패널이 고장난 걸 확인하고 부품을 교체했다. 그러나 제품은 여전히 작동하지 않았고 이유모를 연기까지 피어올라 본사에 항의하니 ‘핵심 부품 고장이 아니므로 환불은 어렵다’면서 ‘수리 3번은 받아야 환불이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강 씨는 “냉장고가 고장나 있는 동안 음식물들은 보관조차 제대로 못했다”면서 “설치 시점부터 비정상적인 제품을 계속 고쳐서 써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사례 3. 울산 울주군에 거주하는 구 모(남)씨는 위니아 에어컨을 사용하던 중 지난해 8월 불량 판정을 받았다. 본사 측에선 제품 환불을 해주겠다며 수거해갔다. 처음엔 3개월 내 환불해주겠다고 안내했지만 1년이 지난 올해 6월까지도 완료되지 않았다. 구 씨는 “회사 부도로 인해 당장 환불이 어려워 재정 상황이 개선되는 대로 순차적으로 환불해주겠다고 전달받았다”면서 “언제 환불이 이뤄질지 시점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불안을 토로했다.

#사례 4. 경기도 남양주에 거주하는 이 모(남)씨는 지난 2021년 파세코 에어컨 2대를 구매 후 사용하던 중 4개월 차에 누수와 약한 찬바람으로 한 대는 교체, 한 대는 수리했다. 그러나 올해 6월에 한 제품에서  다시 찬바람이 나오지 않아 AS를 접수하니, 수리기사는 ‘냉매 관로가 문제’라면서 수리비 25만 원을 청구했다. 이 씨는 “사용 기간이 3년 밖에 안됐는데 관로 문제로 냉매가 벌써 새면 제품 하자가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사례 5. 부산 기장군에 사는 최 모(여)씨는 최근 신일전자 음식물처리기를 사용하다가 전원이 켜지지 않는 문제가 발생해 AS를 접수하려 본사 고객센터에 연락을 시도했다. 그러나 10일이 넘도록 전화량이 많다는 이유로 연락이 닿질 않았다. 최 씨는 “40만 원이나 주고 산 제품이 1년 채 안돼 고장나 황당할 따름”이라면서 “가뜩이나 여름철에 수리가 지연돼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가전제품을 이용하며 소비자들은 ‘품질(37.3%)’에 가장 많은 불만을 쏟아냈다. 이어 AS(27.7%), 환불·교환(18.9%), 서비스(9.8%), 설치·철거(5.3%) 순으로 불만이 높게 나타났다.

국내 주요 가전 업체 13곳을 대상으로 상반기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제기된 소비자 불만을 집계한 결과 삼성전자가 33%로 가장 높았다. 이어 LG전자가 24.8%로 높게 나타났고 위니아(15%)가 그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민원 점유율 합은 57.8%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다만 가전업체 13곳 중 두 곳의 매출 점유율은 90% 이상이다 보니 민원 관리에선 양호하다는 평가다.

올 상반기 삼성전자는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DA) 부문 매출은 27조9000억 원, LG전자의 H&A(생활가전) 매출은 17조4505억 원이다. 매출 합산 규모만 45조3505억 원이다. 이 두 곳을 제외하면 연 매출 1조 원을 넘는 곳은 없다.

위니아의 경우 매출 규모가 292억 원으로 삼성, LG와 비교할수없이 작지만 민원 점유율은 15%에 달한다. 이는 최근 기업 회생 절차를 밟는 과정 중 제품 AS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민원이 몰린 탓이다.

연간 매출 규모 7000억 원대의 쿠쿠전자의 민원 점유율은 10.2% 이다. 쿠쿠전자의 민원 점유율은 2022년 9.6%에서 지난해 9.9%, 올해는 10%대를 넘기는 등 지속 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이들 네 곳을 제외한 가전 업체들의 민원 점유율은 비슷한 수준이다. ▲오텍캐리어(4.9%) ▲다이슨(2.9%) ▲신일전자(2.6%) ▲SK매직(1.7%) ▲위닉스(1.6%) ▲필립스코리아, 파세코(1%) ▲일렉트로룩스(0.1%) 순이다.
 

◆ TV '액정'·에어컨 '냉매'·냉장고 '소음' 고장 속출

가전을 이용하는 소비자들 민원이 가장 많은 분야는 ▶품질(37.3%)와 AS(27.7%) 문제로 전체의  65%를 차지했다. 가전의 경우 한 번 사면  10년 이상 사용하는 가전이란 생각에 구매하는 경향이 커서 품질 문제가 생겼을 때 불만이 증폭되는 양상이 있다.

품질은 가전 유형별로 특이점이 있다. 

올 여름에도 에어컨은 냉매가 새는 문제에 갈등이 집중됐다. 가동 첫해에 냉매가 새 충전했다면서 황당해하는 소비자들이 상당수였고  냉매 누수가 매년 반복되는 여름 행사라며 답답해하는 사례도 많았다. 에어컨 기기 본체나 배관 선을 중심으로 곰팡이가 피는데 제조사는 집안 환경만 탓한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특히 2, 3년 전 선풍적인 인기를 끈 창문형에어컨은 최근 들어 당시 구매했던 제품들이 잇따라 고장나며 품질 의혹이 커졌다.

TV의 경우 액정에 반점이 생기거나 줄이 가는 등 문제가 잦았다. 유명 기업 제품임에도 해상도가 고르지 못하다는 지적도 빈번했다. 주로 패널 문제인데 보증기간이 지난 경우 수십만 원에 달하는 수리비를 소비자가 고스란히 부담해야 해 불만도 더 컸다.
 
▲(왼쪽 윗줄부터 시계방향) 곰팡이 핀 에어컨, 결로 현상이 생긴 냉장고, 흰 반점이 생긴 TV 액정, 곰팡이 핀 정수기

냉장고는 온도 이상, 소음 등 민원이 제기됐다. 소비자는 잠에 들지 못할 정도로 시끄러운 소리가 나는데 '정상 범주'라고 판정해 갈등을 빚거나 온도 이상에도 설정을 잘못했다며 소비자 탓만 하는 일도 있었다.

세탁기, 건조기는 허용량의 빨랫감을 넣었는데 세탁, 건조가 되지 않으면서 원인도 파악하지 못해 애를 끓이는 소비자들이 불만을 토로했다. 밥솥의 경우 내솥의 코팅이 벗겨지고 뚜껑의 고무패킹 압력이 풀리는 문제가 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에는 스마트가전이 대세로 모바일 앱을 통해 제품을 관리하다 보니 앱 오류, 연결 불가 등 문제가 생기는 것도 두드러진 불만 양상 중 하나로 나타났다.

AS는 공통적으로 방문예정일이 기대보다 늦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세탁기부터 냉장고, 에어컨, 밥솥, 청소기 등 대부분 가전이 생활에 필수다 보니 하루이틀이 넘어가면 불편이 가중돼 소비자들의 불평이 터져 나왔다.

부품이 없어 수리가 지연되는 일도 드물지 않았다. 부품보유기간임에도 아예 단종 등으로 수리를 받지 못한 경우 감가상각해 보상해줬지만 그 값으로 새 제품을 구매하기엔 부족하다보니 억울해하는 경우도 다발했다.

▶환불·교환(18.9%) 민원도 20%에 육박했다. 주로 이용자 과실이 아닌 이유로 제품이 고장나거나 AS 및 부품 입고 지연으로 환불 및 교환을 요청했지만 업체들이 응하지 않은 사례들이 포함됐다. 특히 소비자들은 잦은 AS에 지쳐 환불을 요청했지만 업체서는 AS를 해주겠다고 맞서 갈등을 빚었다. 

그 밖에는 ▶서비스(9.8%) ▶설치·철거(5.3%)가 뒤를 이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