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업계, 원유값 동결에 셈법 복잡....매출원가율 79% 달하지만 가격 인상 명분 사라져

2024-09-03     송민규 기자
상반기 유업체들의 매출원가율이 꿈쩍도 하지 않으면서 제품가 조정을 두고 유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매출원가율은 전체 매출에서 원재료비와 인건비, 제조경비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매출원가율이 높으면 수익성이 악화한다.

서울우유(조합장 문진섭)와 매일유업(대표 김선희·김환석), 남양유업(대표 김승언) 3곳의 상반기 합계 매출원가율은 79.1%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0.1%포인트 상승했다. 

올해 원윳값 협상이 동결로 결론이 나면서 한숨을 돌린 모양새지만, 공급받는 우윳값 가격이 고정된 유업계 특성상 가격인상 외에는 뾰족한 돌파구가 없는 상황이다.

3일 우유업계 세 곳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우유의 원가율이 83.7%(-0.8%p↓)로 가장 높았다. 이어 남양유업이 82.7%(2.4%p↑)으로 뒤를 이었고, 매일유업은 71.8%(0.2%p↓)로 가장 낮았다.
지난 7월 지난한 협상을 통해 원윳값이 동결된 것은 긍정적이다. 원윳값에 따른 추가적인 원가 압박에 대한 걱정은 덜어냈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는 2달간의 원유가격 협상을 통해 흰우유 등에 사용되는 음용유용 원유는 ℓ당 1084원 동결, 치즈·분유 등에 사용되는 가공유 가격은 ℓ당 5원 인하된 882원으로 결정했었다.

업계에서는 동결된 원윳값에 안도하면서도 다소 아쉽다는 입장이다. 원유가격 인상에 맞춰 제품가격을 조정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했지만 당장 원윳값이 동결된 이상 가격 인상 명분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원윳값 협상 결과가 나오기 전 제품가 조정을 발표한 매일유업을 제외하면 유업체들이 동결이라는 숫자를 받아 들고 안도하는 동시에 속이 타는 이유다.

이 때문에 우유업계가 추석이 지난 뒤 4분기에 본격적으로 가격 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유제품 가격은 원윳값 협상 결과를 따라갔다”며 “올해는 원윳값이 동결된 이상 다른 원가요소가 크게 오르는 상황이 아니면 제품가 조정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원가율이 높아도 무조건 가격을 올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수요가 더 크게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라며 “현시점에서 (가격 조정과 관련) 검토 중인 내용은 없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도 확정적으로 답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