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마켓서 게임 사니 '반값'...IP 우회한 해외직구 성행, 제재 수단 없어 게임사들 속앓이

2024-09-06     최형주 기자

최근 국내 게임업계가 글로벌 진출을 위해 PC·콘솔 게임을 다수 개발하고 있는 가운데 오픈 마켓을 통해 해외에서 직구된 게임들이 헐값으로 판매돼 게임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게임업체들은 오픈마켓에 판매 중단을 요청하는 것외에 뾰족한 대책도 없어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자체 개발한 패키지 게임들이 네이버쇼핑, 지마켓등 오픈마켓에 대거 등장해 정가의 절반이하로 판매되고 있다.  넥슨의 '데이브 더 다이버(이하 데이브)', 네오위즈의 'P의 거짓' 등이 대표적이다. 데이브는 지난 6월까지 400만 장 이상이 팔렸고 P의 거짓은 누적 이용자가 700만 명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산 패키지 게임들이 오픈마켓을 통해 정가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현재 스팀을 통해 데이브는 정가 2만4000원, P의 거짓은 6만4800원에 판매되고 있으나 오픈마켓을 통해선 데이브 1만~2만 원대, P의 거짓 4만5000원~5만 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오픈마켓에서 이처럼 저렴하게 게임 판매가 가능한 이유는 쇼핑몰 판매자들이 각 국가별 판매 정책을 악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팀을 통해 판매되는 소프트웨어는 각 국가별 소득 수준 등에 따라 판매가격이 다르다. 5일 기준 데이브는 남부아시아(인도, 파키스탄 등)에서 1만949원에, P의 거짓은 중남미(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등)에서 4만8112원에 판매되고 있다.

예를 들어 오픈마켓을 통해 데이브의 게임 코드 구매를 요청하면 판매자들은 소비자에게 스팀 플랫폼 계정을 남부아시아로 변경할 것을 요구한다. 이후 판매자 자신의 IP를 VPN을 통해 가격이 가장 저렴한 남부아시아로 변경한 후, 해당 국가에서 게임을 구매해 소비자에게 선물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데이브 더 다이버 가격표. 국가별 판매 정책이 달라 가격 차이도 크다.

결국 게임들이 헐값으로 판매되는 상황이어서 게임사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소프트웨어 해외 직구에 대한 법적 규제 정책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앞으로 넥슨의 퍼스트 버서커: 카잔, 빈딕투스를 비롯해 펄어비스의 붉은사막, 네오위즈의 P의 거짓 DLC, 안녕 서울:이태원 편,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 PC 버전 등 다양한 국산 패키지 작품들의 출시가 예정된 상황이라 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넥슨과 네오위즈는 이같은 판매 행태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으며 피해 규모는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네오위즈는 오픈마켓들에 게임 해외 직구 판매 중단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 해외 직구에 대해 판매 금지를 강제할 수단이 없다보니 결국 피해는 국내 게임업계에 고스란히 돌아온다”며 “스팀 등 게임 플랫폼에서 약관을 통해 이러한 방식의 해외 직구를 금지하고 있지만 정작 판매자가 아닌 구매자를 제재하는 구조라 업계에서도 문제 해결에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최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