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경영] 대한항공은 왜 안전 최고 임원에 25년간 외국인을 선임할까?....'해저드 리포트'도 주목

2024-09-06     유성용 기자
['소소한 경영'은 소비자를 소중히 하는 경영,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도모하는 기업들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거창한 구호보다는 소비자를 위해 세심하게 고민하고 진정성 있게 실천하려는 노력이 소비자 중심 경영의 초석이 되리라 기대해 봅니다.]

# 지난 2022년 미국 LA에서 한국으로 출발 예정이던 여객기가 공항에서 탑승교와 부딪혀 운항이 불가능해졌고 310명 승객이 크리스마스에 발이 묶이는 일이 있었다. 오작동을 일으킨 탑승교 하부에 여객기 엔진이 접촉해 발생한 사고였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오사카 공항 게이트 리노베이션 공사를 진행하던 중 직원이 신/구형 탑승교가 혼재돼 오접현 및 승객 부상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을 발견했다. 즉각 조업사, 공항공단과 협의 후 게이트별 탑승교 장비 운영 매뉴얼을 제작해 배포하며 승객 안전을 도모했다.

#지난 2018년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내부에 리튬배터리가 내장된 스마트 수하물 가방(Smart Luggage)에 대해 화재 또는 폭발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대한항공은 즉각 장착된 리튬배터리가 분리되지 않는 모델에 대해 위탁 수하물 탁송, 휴대 수하물 반입을 제한했다. 이어 직원의 아이디어를 활용해 자사 홈페이지와 여행사 판매 페이지 등에 고객 안내문을 상세히 적어 고객이 겪을 수 있는 불편 상황을 사전 예방했다.

대한항공의 이 같은 고객 안전 조치는 사내 자율보고제도 ‘해저드 리포트(Hazard Report)’의 운용 결과물이다.

스마트 수하물 가방 안내 아이디어는 2018년 6월 시작된 해저드 리포트의 첫 성과물이나 다름없다.

해저드 리포트는 대한항공 전 직원과 외부협력업체 구성원들이 각종 항공안전위해요인, 안전 관련 문제점을 자율적으로 보고할 수 있도록 운영하는 창구다.

공항 또는 항공기 내외에 항공 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는 장애물, 위험물이 발견된다면 누구나 해저드 리포트를 작성해 보고할 수 있다. 업계에서 유일하게 대한항공이 운영하고 있는 제도다. 대한항공은 직원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월 1회 시상식을 개최해 포상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고객 서비스가 이뤄지는 현장 근무자들이 발견한 위해요소나 현장에서 직접 시행하는 예방활동이 항공 안전사고 예방에  큰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안전을 위한 대한항공의 노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대한항공은 오는 10월 마지막 주 금요일에 ‘세이프티 데이(Safety Day)’ 행사를 진행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진행된다.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이 직원들과 함께 ‘안전문화 확산’ 결의를 다지고 실천계획을 수립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대한항공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항공사, 고객 중심 경영으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항공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임직원 모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올해는 대한항공이 창립 55주년을 맞은 만큼 세이프티 데이에서 안전에 대한 더욱 강력한 메시지가 나올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지난해 10월 열린 제1회 세이프티 데이에 참석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 세 번째)

대한항공은 지난해 안전사고 예방에 솔선수범하는 모범 지점을 선정해 포상하는 ‘최우수 안전 지점(Station Safety Excellence)’ 제도도 도입했다.

조직 내부에 안전문화가 긍정적으로 형성되고, 안전사고 예방활동을 강화하는 데 효과가 큰 것으로 전해진다.
 
버추얼 휴먼 ‘리나’

안전을 위한 컨트롤 타워도 남다르다. 대한항공은 대표이사 직속에 안전보안실을 운영하고 있다. 안전보안실을 중심으로 운항, 객실, 정비, 종합통제, 여객, 화물 본부 및 국내외 취항 지점을 포함하는 전사 안전관리시스템(SMS) 조직을 구축했다.

특히 안전보안실에는 국내 항공 업계에서 현재 유일하게 외국인 임원을 선임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독립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00년 4월부터 외국인 안전전문가를 고용하기 시작했다.

지난 4월부터는 베넷 앨런 월시 전무가 항공안전전략실장을 맡고 있다. 미국 트로이대에서 항공자원관리를 전공하고 델타항공, 아틀라스항공 등에서 25년 이상 항공안전 관련 업무를 수행했다. 대한항공에 오기 전 3년간은 하와이안항공에서 최고안전책임자(CSO)를 지냈다.

대한항공이 안전 최고 임원에 25년째 외국인을 선임하고 있는 것은 항공사의 안전은 생명과 직결된 매우 중요한 문제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임원 영입은 임직원 교육과 훈련 등에서 선진 프로그램을 도입할 수 있고 한국 특유의 ‘봐주기 문화’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어 조직 내부에 긴장감이 높아지는 것도 장점으로 여긴다고 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