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부동산 PF 충당부채 8% 감소…대신·iM증권만 30% 넘게 증가한 까닭은?

2024-09-09     이철호 기자
부동산 PF 충당금 부담이 덜어지면서 올해 증권사 충당부채 규모가 전년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증권사들이 전년보다 충당부채 부담을 줄였으나 대신증권(대표 오익근), iM증권(대표 성무용, 구 하이투자증권) 등은 충당부채 규모가 오히려 늘었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국내 증권사 전체 충당부채 규모는 총 2조577억 원으로 전년 말 대비 8% 감소했다.

자기자본 기준 국내 20대 증권사의 충당부채 규모도 전년 말보다 8.8% 줄어든 1조9808억 원이었다.
 

대형사 중 미래에셋증권(대표 김미섭·허선호)의 충당부채 규모는 2023년 말 718억 원에서 올해 6월 말 246억 원으로 65.7% 감소했다.

한국투자증권(대표 김성환) 역시 지난해 말 1800억 원에서 올해 6월 말 1018억 원으로 충당부채를 43.5% 줄였으며 삼성증권(대표 박종문)도 충당부채가 47.5% 줄어든 315억 원이었다.

자기자본 11~20위권의 중소형 증권사 중에서는 교보증권(대표 박봉권·이석기)이 전년 말 718억 원에서 올해 6월 말 358억 원으로 충당부채를 50.1% 줄였고 현대차증권(대표 배형근)도 59.7% 감소한 135억 원이었다.

증권업계 전반적으로 충당부채가 줄어든 데는 지난해 대비 부동산 PF 충격이 완화됐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 등을 통해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결과 금리 하락 국면에 접어든 올해 들어 충당금 부담이 덜해졌다는 것이 증권업계의 설명이다.

실제로 채무보증 충당부채의 경우 지난해 말 1조1520억 원이었으나 올해 6월 말에는 9156억 원으로 20.5% 감소했다. 채무보증 충당부채는 채무자가 빚을 갚을 수 없는 경우 대신 갚겠다고 보증을 서는 채무보증과 관련된 충당부채로 부동산 PF 시행사 대출과 연관이 깊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금리가 상승하는 시기에는 부동산 PF와 같은 대체투자 자산 가치가 계속 떨어져서 충당금 부담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며 "올해는 시장금리가 하락 국면에 접어들면서 충당금 적립 부담이 줄고 이에 따라 충당부채도 줄어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증권사가 전년 대비 충당부채가 줄어드는 가운데 대신증권의 올해 6월 말 충당부채 규모는 1668억 원으로 전년 말보다 31.2% 증가했다.

대신증권은 건설사의 유동성 확보를 위한 펀드 조성에 참여한 결과라는 입장이다. 대신증권은 지난 2월 롯데건설의 2조3000억 원 규모 PF 매입 펀드 조성에 참여한 바 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1분기 건설사 PF펀드 조성에 참여한 결과 충당부채가 늘어난 것이며 2분기에는 충당부채가 거의 늘지 않았다"고 밝혔다.

iM증권의 충당부채도 전년 말 대비 35.7% 증가한 1600억 원이었다. 2022년부터 부동산 PF 리스크 대응을 위해 충당금을 적립한 결과라는 것이 iM증권 측의 설명이다.

iM증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부동산 PF 사업장 평가기준 변경에 맞춰 올해 상반기 1800억 원 수준의 충당금을 적립했다"며 "부동산 PF 시장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자 충당금을 공격적으로 쌓아오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전체 증권사 중 충당부채 규모가 가장 큰 증권사는 신한투자증권(대표 김상태)으로 전년 말 대비 2.8% 증가한 3934억 원이었다. 신한투자증권은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위해 타사 대비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어 KB증권(대표 김성현·이홍구)이 1.9% 감소한 3436억 원으로 2위였으며 유안타증권(대표 뤄즈펑)이 2.5% 증가한 1980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