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겜톡] 그라비티 '더 라그나로크', 원작 감성 그대로 이식...캐릭터 육성 부담은 대폭 줄여

2024-09-19     최형주 기자

그라비티가 지난 9일 라그나로크 시리즈 최신작 ‘더 라그나로크(이하 더라그)’를 출시했다. 캐릭터를 육성하고 게임을 플레이하며 작품의 매력에 빠져봤다.

그동안 그라비티는 라그나로크 IP로 다양한 게임들을 출시해왔다. 더라그는 시리즈 중 원작인 PC판 라그나로크의 모바일 이식에 가장 공을 기울인 작품이다.

게임의 첫 인상은 라그나로크 그 자체였다. 그래픽은 2D 캐릭터와 3D 배경이라는 특이한 아이덴티티를 가진 원작을 그대로 빼다 박았다. 유저 인터페이스(UI)만 모바일에 맞춰 새롭게 구성됐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캐릭터를 육성하면서는 원작에서 느꼈던 육성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한 게임이라고 느껴졌다.

▲자동사냥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우선 캐릭터를 만들고 퀘스트를 따라가기만 하면 2차 전직까지는 반나절도 걸리지 않았다. 전직을 마치고 나면 게임 내 콘텐츠와 필드에서의 자동사냥을 통해 캐릭터 육성이 가능하다. ‘노가다 게임’이라 불렸던 원작의 단점이 사라지는 순간이다.

레벨업을 위한 주요 콘텐츠는 ▲끝없는 탑을 오르는 엔들리스 타워와 ▲필드 내 특정 몬스터를 처치하는 수배 퀘스트가 존재한다. 엔들리스 타워는 캐릭터 레벨에 맞춰 차근차근 오르면 되고, 분당 일정량의 경험치가 쌓이는 방치형 시스템도 준비돼 있다.

수배 퀘스트는 매일 6회 반드시 플레이해야 하는 일종의 숙제이지만 클리어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 간단한 미션들로 구성돼 큰 부담은 없다. 이 두 콘텐츠만 꾸준히 플레이한다면 레벨업에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많은 경험치를 얻을 수 있는 엔들리스 타워. 방치형 경험치 획득 시스템도 마련돼 있다.

이전 라그나로크 시리즈에서 볼 수 있었던 ‘월드 레벨’ 개념도 적용됐다. 매일 서버 추가 경험치가 지급되는 레벨 상한이 조금씩 늘어나는 시스템이다. 장점은 초보자들과 숙련자들의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새로 게임을 시작한 유저들도 추가 경험치를 받으며 빠른 성장이 가능해지며 실제로도 기존 유저들의 레벨을 따라잡기 어렵지 않다.

자동사냥이 존재하지만 육성의 재미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더라그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바로 아이템 드롭율이다. 몬스터를 잡을 때마다 굉장히 높은 확률로 여러 아이템이 떨어진다. 마치 핵앤슬래시를 플레이하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50레벨을 달성한 기자의 장비 및 인벤토리 상황. 아이템이 정말 잘 나온다.

원작인 PC 라그나로크는 아이템이 안나와도 너무 안나오는 게임이었다. 카드나 장비 하나를 먹기 위해 열 시간 이상 한 종류의 몬스터를 잡으며 지루하게 수동으로 사냥을 해야 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5분 정도만 필드 몬스터를 잡아도 다양한 장비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다.

극악의 드롭율로 유명했던 카드 역시 사냥을 통해 어렵지 않게 획득할 수 있고, 뽑기·합성·융합 등 수집형 RPG 시스템을 적용해 원하는 카드를 비교적 손쉽게 얻을 수 있었다. 이렇게 획득한 다수의 장비와 카드류를 활용해 캐릭터를 더욱 강하게 육성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다만 카드 자체를 육성하는 시스템이 존재해 최고 등급까지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이를 위해 무한한 파밍을 지속해야 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그래도 플랫폼에 맞춘 자동사냥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점은 큰 위안이다.

▲합성 시스템을 통해 카드를 성장시킬 수 있다.

사업모델은 다소 과금을 유도하는 편이다. VIP 특전 등은 게임을 원활하게 플레이하기 위해 반드시 구매해야 한다고 느껴졌다. 자동사냥 중 장비 분해나 카드 드랍률 증가, 던전 소탕 기능 오픈 등 편의를 위한 필수 기능이 특전에 포함돼 있다.

그럼에도 더라그는 큰 과금없이도 플레이할 수 있는 구조다. 앞서 언급했듯 자동사냥을 통해 획득한 아이템으로 캐릭터를 육성하면 된다. 또 월드 레벨 시스템으로 인해 과금 정도에 따른 성장도 차이가 크게 벌어지지 않는다. 다만 특전에는 능력치를 높일 수 있는 옵션들이 일부 존재해 PvP 콘텐츠를 즐기고 싶다면 결제가 필수적이다.

▲자동 분해 등 일부 필수 옵션이 유료 특전을 통해 제공된다.

재화 수급을 위한 게임 내 경제 구조는 설계 오류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아이템이 워낙 잘 나오는 편이라 거래소를 통해 다른 유저들에게 판매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기자도 첫 날 신화 등급 아이템 4개를 올려놓았지만 단 하나도 팔지 못했다. 가치가 높은 카드 외에는 현재 거래되는 아이템이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따라서 유료 재화인 ‘다이아’의 수급이 굉장히 어렵다. 게임 내 화폐인 ‘제니’도 장비의 강화와 제련 등으로 소모 속도가 굉장히 빨라 자칫 관리를 잘못하면 회복 물약을 살 돈이 부족해 사냥을 가지 못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껴졌다.

▲UI가 너무 복잡했다.

복잡한 유저 인터페이스(UI)와 조작감도 아쉽다. 자동사냥이 가능한 게임이라 천천히 적응해 나가면 되긴 하지만 각 메뉴 아이콘들의 분류 방식이 일관적이지 못해 직관성이 떨어진다. 또 수동으로 캐릭터를 조작할 때 이동이나 타게팅 등의 커맨드에 대한 반응 속도가 매우 느려 전술적 플레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느껴졌다.

▲유저간 격차를 줄여주는 월드 레벨 시스템. 육성 부담을 덜어준다.

직접 플레이해본 더라그는 장점이 많은 게임이다. 원작을 추억하는 30대와 40대들을 위해 PC 버전 특유의 그래픽을 그대로 옮겨놨다. 또 해당 연령층이 직장인임을 감안해 파밍과 레벨업 등 육성 요소를 최대한 가볍게 설계한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UI 등 몇 가지 단점이 보이기도 했지만 이를 감안해도 ‘PC 라그나로크’를 즐겨본 경험이 있는 게이머라면 반드시 플레이해 봐야 할 작품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최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