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절차 앞당긴 신한금융, 연말 CEO 교체 바람 불까?...'지배구조 모범관행' 반영에 세대교체 가능성
2024-09-19 김건우 기자
금융당국이 권고한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반영하는 첫 정기인사라는 점과 예년에 비해 한 달 정도 빨리 자회사 CEO 경영승계절차를 시작한다는 점에서 대규모 인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진 회장이 임기 첫 해 경영안정을 위해 전원 유임을 결정한터라 임기 2년차 후반부에 실시하는 이번 인사에서는 세대교체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한금융은 지난해까지는 이사회 내부규정상 자회사 CEO 임기만료 2달 전부터 자회사 최고경영자 후보추천위원회(자경위)를 가동했다. 그러 올해부터는 '은행장 경영승계절차 임기만료 3개월 전 개시' 및 '자회사 대표이사 승계후보군 선정 프로세스 도입' 내용이 포함된 자회사 경영승계계획을 개정하며 예년 대비 한 달 가량 빨리 자경위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정기주총을 끝으로 임기가 끝나는 신한금융 계열사 CEO는 총 12명이다. 내년 말까지 임기가 보장된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와 조재민 신한자산운용 대표를 제외한 모든 계열사 CEO가 해당된다.
◆ 신한은행 정상혁·신한카드 문동권, 수익성 개선으로 업계 1위 사수
먼저 첫 번째 임기 2년을 마무리하는 신한은행, 신한카드, 신한라이프 등 핵심 계열사 CEO들은 유임 가능성이 높다.
가장 관심을 받는 인물은 정상혁 신한은행장이다. 정 행장은 한용구 전 행장 유고로 지난해 2월 은행장에 취임한 그는 임기 첫 해였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0.7% 증가한 3조677억 원으로 5대 시중은행 중 3위에 머무르며 체면을 구겼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기준 순이익에서는 전년 대비 22.2% 증가한 2조535억 원으로 1위를 달성했다. 2위인 하나은행과의 격차가 3000억 원 이상 벌어질 정도로 압도적인 1위다.
실적 뿐만 아니라 타행과 달리 정 행장 임기 내에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은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경쟁사인 KB국민은행은 '홍콩 ELS' 판매액이 가장 많은 곳으로 대규모 손실 사태로 곤욕을 치렀고 우리은행은 전임 회장 부당대출 의혹과 각종 횡령사고, 농협은행도 대규모 횡령 및 금융사고로 어수선한 상황이다.
신한카드 첫 내부 출신 CEO로 주목 받은 문동권 신한카드 대표도 2년 간의 첫 임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을 앞두고 있다. 문 대표는 LG카드 시절부터 카드업계에서만 20여 년 이상 한우물을 판 인물로 전문성을 인정 받아 그동안 신한은행 부행장 출신이 내려오던 신한카드 대표이사에 첫 내부 인사로 임명됐다.
신한카드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9.7% 증가한 3793억 원으로 이번에도 카드업계 순이익 1위 자리를 지켰다. 비용효율화를 통한 실적 개선이라는 설명이지만 신용카드사업과 할부금융, 리스부문 등 전 사업 부문의 고른 성장을 달성했다.
특히 신한카드는 하나카드 여행 특화카드 '트래블로그'가 흥행에 성공하자 발빠르게 '신한SOL트래블'을 선보이며 해외결제 시장을 되찾는 수완을 발휘했다. 신한SOL트래블 출시 전에는 하나카드에 해외이용금액 순위가 밀렸지만 출시 이후 4월부터는 줄곧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신한라이프 이영종 대표는 신한라이프가 업계 4위 생보사로서 수익성을 점진적으로 개선하면서 새로운 먹거리인 '요양사업'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신한라이프의 당기순이익은 직전년도 대비 5.1% 증가한 4724억 원을 달성한데이어 올해 상반기도 전년 대비 0.4% 증가한 3117억 원으로 순이익 증가폭은 높은 편은 아니지만 회계기준 변경 및 성장 둔화에 갇힌 생보업권 상황을 감안하면 호실적이다.
특히 성장 정체에 갇힌 업권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 올해 초 시니어사업 전담 자회사인 신한라이프케어를 출범시키는 등 시니어 요양사업도 진두지휘하고 있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화학적 결합의 마지막 단계인 통합노조 출범도 올해 말까지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 외 계열사 중에서는 이희수 신한저축은행 대표와 정운진 신한캐피탈 대표가 거취가 주목 받고 있다.
이희수 신한저축은행 대표는 올 들어 순이익 감소를 피하지 못했지만 타 저축은행 대비 수익성 방어에 성공했다.
신한저축은행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6.6% 감소한 125억 원에 그쳤지만 4대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 중에서는 순이익이 가장 높다. KB저축은행은 상반기 순이익이 32억 원에 머물렀고 하나저축은행과 우리금융저축은행은 적자 상태라는 점에선 선방한 셈이다.
다만 경영실적과 무관하게 신한금융 계열사 CEO 중 3연임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점과 다른 계열사 CEO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연령(만 60세)으로 인해 세대교체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면 정운진 신한캐피탈 대표는 부동산PF 충당금 여파로 신한캐피탈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3% 감소한 1084억 원에 그치면서 연임 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건전성 지표 역시 악화됐는데 연체율은 6월 말 기준 전년도 말 대비 1.17%포인트 상승한 2.45%, 고정이하여신비율도 같은 기간 4.35%포인트 상승한 6.09%까지 치솟았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