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질병코드 도입' 공청회..."과학적 근거 부족" VS "사회적 개입 필요"

2024-09-13     최형주 기자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강유정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은 찬성과 반대로 갈라진 의학계의 입장을 각각 들여다볼 수 있는 자리였다.

강유정 의원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대부분의 토론회가 찬성 측끼리, 반대 측끼리 따로 모여 개최되는 경우가 많지만 오늘 공청회에선 찬성과 반대가 한자리에 모였다”며 “게임업계와 정신 의학계, 정부 부처별로 의견이 분분하지만 1년 후면 도입을 위한 초안이 나오기 때문에 그 전에 사회적 합의를 해서 의견을 도출하지 않으면 상황에 휩쓸릴 수 있어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강유정 의원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공청회는 정부 관계자들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영민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콘텐츠산업과장이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객관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고, 김연숙 보건복지부 정신건강관리과장은 게임 질병코드 도입 여부는 민관협의체를 중심으로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국가통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현정 통계청 통계기준과장은 게임 질병코드 도입 내용을 포함하는 WHO의 ‘ICD-11’ 도입 진행 절차에 대해 설명했다.

▲공청회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이어 진행된 의학계 발표에서도 찬성과 반대 입장이 나뉘었다. 우선 박건우 고려대 안암병원 뇌신경 센터장은 게임 이용장애라는 진단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건강한 게임 이용자들까지도 부당하게 평가받고, 자기인식에 대해 부정적으로 영향을 끼치며, 과도하고 불필요한 의료 개입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조문석 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는 게임이용장애에 대한 합의된 정의나 인과관계에 대한 이론적 메커니즘도 명확히 정립되어 있지 않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상태에서의 발표라는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게임이용장애가 건강상 문제와 비용을 유발한다는 합리적 근거를 축적해야 하고 과잉의료화 가능성과 사회적 비용을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조문석 교수, 박건우 센터장, 이만우 실장, 이해국 교수, 이상규 교수가 토론에 임하고 있다.

이상규 한림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게임 질병코드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10년 사이 전 세계적으로 게임이용장애 치료 수요와 유관 연구들이 크게 증가했으며 게임이용장애의 행동중독 모델을 지지하는 연구 결과들이 축적되고 있다는 해외 연구 결과에 대해 설명했다. 게임이용장애는 게이머들이 겪는 부작용이며 적절한 관리와 개입을 통해 예방·치유될 수 있다는 인식이 보편화돼야 우리 사회가 게임을 건강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된다고 밝혔다.

이해국 카톨릭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WHO의 결정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이 교수는 ICD-11에 게임이용장애 등재를 추진하기로 한 것은 연구결과를 확인하고 보건 전문가들이 일정 기준에 합의한 결과라고 밝혔다. 게임은 일반적인 상품이 아니며 위험할 수 있고 사회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또 22조 게임 매출의 15%를 차지하는 마케팅 비용 이해 관계에 얽매인 집단군이 게임 질병코드 등재를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좌장을 맡은 이만우 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장은 “게임 콘텐츠 사업을 발전시켜야 하는 기능의 문제와 국민들의 정신건강을 보호해야 한다는 문제는 양가적이지만 현재 두 가지를 다 추구해야 하고 통합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책 설계부터 과제를 실현하는 단계까지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이를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최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