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급발진 사고 대부분은 휴먼 에러" VS "제조사가 입증해야"
2024-09-13 임규도 기자
이번 설명회는 제동장치의 작동 원리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사고기록장치와 교통사고 조사절차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기 위해 마련됐다.
KAMA 강남훈 회장은 인사말에서 “의도치 않은 급가속 현상이 인명사고로 이어져 사회적 관심이 더욱 높아져 국민들의 급발진 의심 사고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증가하고 있다”며 “자동차업계는 국민이 불안감을 해소하고 더욱 안전하게 탈수 있는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운전자 실수 방지 목적의 페달오조작 방지장치, 비상자동제동장치 등 신기술을 개발하고 신속하게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페달오조작 방지 장치는 오는 11월 국제 기준 제정을 목표로 논의 중이다. 비상 자동제동 장치는 현재 승용·승합·화물 등 모든 자동차에 설치가 의무화돼 있다.
이날 설명회에서 ▲사고기록장치(EDR) ▲브레이크 시스템 ▲급발진 의심 사고 분석 절차 ▲경찰청의 공학적 교통사고 조사 및 사례를 주제로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최영석 원주한라대학교 교수는 ‘사고기록장치(EDR)’를 주제로 발표했다. EDR은 사고 전후 속도, 가속·브레이크 페달 조작 여부 등을 사고 전후 몇 초 동안의 데이터를 저장한다.
그는 "EDR이 해외 및 국내에서 수만 건 이상의 사고 분석의 결과를 통해 신뢰성이 검증됐다"고 주장했다. 충돌로 인한 EDR 오류 발생 가능성에 대해선 "오류 데이터로 기록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EDR 데이터는 조작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EDR 데이터 분석도를 높이기 위해 저장하는 데이터 항목을 추가하는 기준 개정 추진 중”이라며 “최신 차량은 각종 제어 장치로 인해 복잡성이 증가하면서 운전자 오조작 가능성이 높아져 이를 방지하기 위한 오조작 방지 장치 기술 개발 혹은 운전자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교수는 브레이크 시스템을 주제로 발제했다. 그는 "자동차의 제동력은 차량 중량 및 속도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보다 더 크게 설계돼 있다"며 "브레이크가 급발진 현상에 가장 확실한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브레이크 오버라이드 기능을 통해 제동 신호와 가속 신호를 동시에 보낼 때 제동 신호를 우선하게 돼 양 발로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을 동시에 밟을 경우 엔진 출력이 아무리 높은 상태라도 무조건 속도가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사고 직전 브레이크 등이 들어왔음에도 속도가 줄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아도 브레이크 등이 들어올 수 있는 긴급제동장치 등의 작동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성지 대전보건대 교수는 급발진 의심 사고 분석 절차 주제 발표에서 급발진 의심 사고 시 나타나는 페달 또는 신발 자국 및 육안검사 등의 분석 기법을 소개했다.
그는 "급발진 의심 현상이 가속케이블 고착, 플로어매트 간섭, 엔진오일의 흡기 유입 등의 다양한 형태로 발생할 수 있지만 현재까지 발생한 사고 대부분은 휴먼 에러(Human Error)"라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급발진 의심 현상은 운전 경력과 무관하게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며 "대부분은 휴먼 에러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에 따른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조민제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연구관은 “경찰에 접수된 사건을 중심으로 사고기록장치(EDR) 분석과 차량 충돌 시뮬레이션 분석, 영상분석, 거짓말 탐지기 분석을 시행해 교통사고의 실체적 원인을 밝혀내고 있다”며 "급발진 등 사회적 이슈가 있거나 대형 사고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도로교통공단으로 이관돼 더욱 정밀한 분석이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모인 전문가들은 제조물 책임법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급발진은 페달 오조작 등의 휴먼 에러로 차라리 안전 기술을 강화하는 것이 낫다는 견해와 책임을 제조사에 넘겨도 과연 소비자가 대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는 것이다.
페달 블랙박스 의무화에 대해서도 비용 문제와 영상 조작 가능성, 보안 가능성을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들의 주장과 달리 차량 결함 여부를 소비자가 밝히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입증 주체를 제조사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지난 21대 국회에선 제조사가 차량 결함 여부를 증명하도록 하는 이른바 ‘도현이법’ 개정이 무산됐는데 법 개정을 위한 움직임이 다시 이어지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지난 7월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 시 결함 원인에 대한 입증책임을 제조사가 부담토록 하는 내용을 담은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도현이법은 2022년 12월 강원도 강릉에서 급발진으로 추정되는 차량이 가속 상태로 600M 정도를 내달리는 사고로 이도현 군(당시 12세)이 숨진 사건을 계기로 마련된 제조물책임법(PL법) 개정안이다.
한편 이번 설명회에 급발진 발생 가능성을 주장하는 입장을 펴온 한문철 변호사와 박병일 국내 1호 자동차 명장 등을 배제한 것이 패널 구성 형평성에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임규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