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쇼핑·노팁·노옵션'이라더니 대놓고 팁 강요...수그러들지 않는 패키지여행 가이드 '갑질'

여행 인솔자 서비스 관리, 제재 필요

2024-09-26     송민규 기자
# 충북에 사는 김 모(남)씨는 하나투어의 패키지여행 상품을 이용했다가 선택관광을 강요 받아 불쾌했다고 토로했다. 선택일정 참가 여부를 확인할 때 불참자가 많자 가이드가 불만을 표시하면서 이후 불친절한 태도로 일관했다는 것. 김 씨는 “가이드가 일행들에게 선택관광을 하지 않을 거면 자유여행을 가지 왜 패키지 상품을 왔냐고 대놓고 말하더라”고 황당해했다.

# 경기도 용인시에 사는 오 모(여)씨는 모두투어에서 '노팁·노옵션' 여행상품을 선택했는데 현지에서 가이드로부터 팁을 강요받았다며 황당해했다. 선택관광을 강요하는 것은 영업이라 이해한다 해도 '노팁' 상품에서 버젓이 팁을 요구하는 것은 불편했다고. 오 씨는 “여행 중 기분이 더 상하기 싫어 그냥 줬지만 이런 상품은 노팁으로 홍보하지 말아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 인천에 사는 방 모(남)씨는 인터파크투어에서 패키지여행을 갔다가 예정에 없던 일정을 강요당했다. 가이드가 스파와 크루즈 일정을 진행하겠다며 인당 260달러(약 34만 원)씩 요구한 것. 방 씨가 불참 의사를 밝히자 가이드는 '패널티로 150달러(약 20만원)을 내거나 다른 사람들 일정을 따라다니며 밖에서 기다리라'고 요구했다. 방 씨는 “쇼핑도 없고 가이드팁도 없는 상품이라 남는 게 없어 어쩔 수 없다며 원치 않은 선택관광을 진행시켰다"고 지적했다.

패키지여행의 고질병인 선택 관광, 팁 강요로 불편과 금전적 피해를 입었다는 소비자 불만이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노쇼핑, 노옵션 상품에서도 일부 가이드에 따라 이같은 행태가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다.

26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패키지 여행 상품을 이용하며 △선택관광 강요 △팁 요구 △쇼핑센터 방문 및 구매 강요 등으로 불쾌감을 토로하는 소비자 불만이 잦다. 하나투어, 모두투어, 인터파크투어, 참좋은여행, 노랑풍선 등 여행사 규모를 가리지 않고 통상적으로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다. 

특히 소비자들은 이같은 횡포를 피해 일반 패키지상품보다 가격대가 높은 노쇼핑, 노옵션, 노팁 등이 전제된 상품을 선택하지만 패키지 특성상 가이드 재량이 크다 보니 일부에서 여전히 벌어지는 문제다.

선택관광 강요는 가장 많은 불만 사례다. 예정된 일정을 무리하게 짧은 시간에 진행하고 시간이 남는다며 선택관광을 유도하는 식이다. 여행사 사이트에는 '선택관광은 고객님이 자유롭게 지불여부를 결정할 수 있으며 참여하지 않음으로 인한 추가적인 비용 또는 일정상의 불이익은 없습니다'라고 안내돼 있으나 실제는 다르다. 옵션을 하는 사람들을 따라다니거나 숙소에만 머물려야 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패널티를 요구하는 황당한 경우도 드물지 않다.

노팁·노쇼핑 상품도 예외는 아니다. 남는 게 없다며 각종 팁을 요구하거나 예정에 없던 쇼핑코스를 만들어 쇼핑하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화장실을 들른다는 명목 하에 쇼핑센터를 거치도록 하는 경우도 있었다.

소비자들은 하나같이 가이드의 강압적인 언행과 태도에 어쩔 수 없이 쇼핑, 선택관광에 참여했다거나 여행을 망칠 수 없어 따랐다고 토로하고 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여행사들이 지속적으로 주요 고객 불만 사례를 공유하고 가이드 교육을 진행하는 한편 평판이 나쁜 가이드는 현지 협력사에 배제 요청하는 등 관리하고 있다”며 “가이드 관련 불만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업계관계자는 “지속적으로 가이드 교육을 해도 고객 컴플레인이 완전히 근절되지는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문제가 이어지는 데는 여행업계의 구조적인 원인이 가장 크다. 가격 경쟁으로 인해 현지 랜드사(협력사)에 비용을 지급하지 않거나 적게 지급하면 선택관광등으로 관련 비용을 충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프리랜서인 가이드의 경우 고정급이 없어 팁이나 선택관광을 통해 부족한 수입을 충당하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패키지여행 상품의 저가 경쟁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가이드는 고정급 없이 건당으로 수당을 받는 프리랜서라 최대한 수익을 내려고 해 고객과 분쟁이 발생하곤 한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노팁 상품임에도 현지에서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팁을 걷어서 주자고 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전후 사정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경우 고객불만이 들어오곤 한다”며 “기념품을 사가겠다며 쇼핑코스를 추가하는 것도 현장에서 모두 동의하더라도 이를 원하지 않은 고객이 불만을 표시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