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없다" 가전제품 AS 몇 달씩 지연...신제품도 부품 수급 제대로 안돼 수리 못 받아
인기 제품 등 위주 부품 확보 영향
2024-10-07 송혜림 기자
#. 경북 포항에 거주하는 조 모(남)씨는 지난 8월, 구매한 지 3년된 캐리어에어컨의 실외기 메인보드가 고장나 AS를 신청했다. 수리만 받으면 해결될 줄 알았으나 업체 측은 '부품이 없다'면서 한 달가량 시간을 끌다가 11월 중에야 부품이 입고될 거라고 안내했다. 조 씨는 "더운 여름날 에어컨이 고장났는데 부품 입고 지연으로 석 달이나 수리가 밀려 불편했다"고 꼬집었다.
#. 천안시에 사는 설 모(남)씨는 쿠쿠홈시스 얼음정수기를 렌탈해 사용하던 중 지난 6월 말 물이 나오지 않아 AS를 요청했다. 다만 수리기사는 현재 부품 재고가 없으므로 본사에 요청해야 한다며 되돌아갔다. 부품 문제로 수리가 한 달가량 지연되자 설 씨는 본사 측에 계약 해지를 요구했으나 '계약 기간이 남아 위약금이 부과된다'라고 안내 받았다. 설 씨는 "제품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데 AS부품이 없다는 게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지적했다.
냉장고, 에어컨 등 대형가전부터 선풍기 같은 소형까지 여러 가전 제품에서 부품 수급 지연으로 제때 수리를 받지 못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품질보증기간이 끝나지 않은 신제품과 다른 없는 모델들도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피해를 키우는 양상이다.
7일 소비자고발센터(http://m.goso.co.kr)에 따르면 최근 가전제품 부품 입고 지연 및 단종으로 AS가 지연돼 불편을 겪었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TV와 에어컨, 세탁기, 건조기 등 대형 가전에서부터 선풍기, 청소기 등 소형가전, 정수기 같은 렌탈 품목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가전 브랜드 역시 삼성전자와 LG전자, 캐리어에어컨, 쿠쿠전자, SK매직, 샤오미 등 다양하다.
부품을 공수하느라 수리까지 짧게는 2주부터 최장 몇 달 이상 지연되는데 따른 불만이었다. 장기간 사용한 제품도 있었지만 품질보증기간이 끝나지 않은 구매한 지 얼마 안 된 신제품 역시 부품이 없어 수리를 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특히 무더웠던 올 여름 선풍기, 에어컨 등 가전의 부품이 없어 수리까지 무한 대기해야 했던 소비자들의 불만이 컸다. 특정 계절에만 쓰는 제품이다 보니 AS 지연으로 제대로 이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품질 보증 기간 이내에 소비자가 제품 수리를 의뢰한 날로부터 1개월이 지난 후에도 제품을 인도하지 못하면 같은 종류의 물품으로 교환하거나 환불해야 한다. △품질보증 기간이 지났을 때는 구입가를 기준으로 정액 감가상각하고 남은 금액에 품목별로 소비자 분쟁해결기준에서 정하는 일정 금액을 더해 환급해야 한다.
다만 현장에선 한달 이상 수리가 지연돼도 '부품 입고될 때까지 기다리라'는 말로 당장 교환이나 환불을 해주지 않는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보니 일각에선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 강제성을 띄지 않기 때문에 업체들이 안일한 기준으로 부품을 확보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인하대학교 이은희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 권고사항이긴 하지만 소비자들도 확인이 가능하고 제품 수리 가능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라면서 “정부에서 마련한 권고사항인 만큼 업체들도 기준에 맞게 부품을 준비해 놓고 있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제조사들은 일반적으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따르며 보유기간에 맞게 부품을 확보하려 노력 중이라고 입 모았다. 다만 부품 보관 등 제반 비용 부담으로 인기 제품이나 신제품 위주로 부품을 미리 확보해둔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관계자는 “제품 보유 기간 내에는 충분히 재고를 확보하고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부품 공급 업체 파산 등으로 재고 공급이 늦어질 경우 품질보유기간에 따라 교환·환불 및 감가상각해 보상한다”고 답했다.
코웨이는 "부품 재고 부족으로 수리가 지연될 경우 사용 불가 기간에 대한 렌탈료 할인을 적용하고 있다"라면서 "제품 보증기간 내 부품 단종으로 수리가 불가능할 경우 제품을 교환 조치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일시불로 구매했는데 보증기간이 끝나서 부품이 단종돼 수리 불가할 경우 정액 감가상각한 금액과 유사가치 제품 교환 또는 정액감가상각한 금액을 환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K매직은 “미사용기간에 대한 렌탈료를 감액하고 2회 이상 재발하는 경우 위약금 없이 계약해지하고 있다”라면서 “일반 제품은 부품보유기간 이내일 경우 구입가 제품교환 또는 구입가 환불, 기간 이후에는 정액 감각상각액에 10% 가산해 환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쿠쿠는 "분쟁해결기준 상 수리 의뢰일로부터 1개월 경과 시 감가상각한 후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