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용 가구 싼 맛에 샀다가 교환·AS 안돼 낭패...보증규정 업체 멋대로

보증기간 짧고 수리도 유상...계약서 사전 확인 필수

2024-10-11     정현철 기자
# 경기도 부평에 사는 이 모(여)씨는 A사에서 지난 2022년 6월 구매한 세라믹 식탁 상판이 최근 금이 가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 씨는 업체에 수리를 요청했고 10만 원에 상판 교체가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런데 이후 업체 담당자는 이 씨가 신제품이 아닌 전시 상품을 구매했기 때문에 간단한 수리만 가능하다며 해당 제품은 수리가 불가능하다고 다시 안내했다. 이 씨는 “70만 원이나 주고 산 식탁인데 AS를 받지 못해 3년도 못 쓰게 될 줄 알았겠냐”며 하소연했다.

경남 통영에 거주하는 이 모(여)씨는 지난해 B사 대리점에 전시됐던 수납장 세트 등을 구매했다. 그런데 설치 중 기사가 수평을 맞추기 위해 충격을 가하면서 제품에 흠집이 났고 이 씨는 상태가 심각해 교환을 요청했다. 그러나 가구업체에서는 '전시 상품은 교환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 씨는 “대리점에서 할인도 받고 제품도 새것으로 쓰고 싶어 그러는 것이냐는 말을 들었다. 소비자를 무시하지 않고서는 이럴 수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충남 아산에 사는 전 모(여)씨는 백화점에 입점한 C사 가구 매장에서 전시 제품인 서랍장과 티테이블을 구매했다. 설치하러 온 기사로부터 '테이블에 차갑거나 뜨거운 것을 올리면 자국이 생기니 주의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바닥에 앉아 테이블에서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시려고 산 것인데 그럴 수 없단 생각에 반품을 요청했으나 전시상품이라는 이유로 거절됐다. 사전에 고지받지 못했으나 계약서에 전시 상품은 반품 불가라고 기재돼 있었다. 전 씨는 “구매할 때는 교환 환불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는데 계약서에는 기재돼 있더라”며 억울해했다.

가구 매장에서 전시됐던 상품을 구매할 때는 교환, 무상 AS 등에 제한이 따르는데다, 보증 규정도 업체마다 제각각인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 제품에 비해 판매가격이 저렴한 대신 완전한 품질보증 적용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11일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 주요 종합가구업체인 한샘, 현대리바트, 신세계까사, 일룸, 이케아 등 5개사의 '전시 상품' 품질 보증에 대해 살펴본 결과 일반 상품과 보증기간이나 유무상 수리 여부가 업체마다 달랐다.
대부분 가구업체가 교환이나 반품을 허용하지 않았고 품질보증기간인 1년 이내에 발생한 하자여도 수리는 유상으로만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현대리바트와 이케아는 타 사에 비해 전시상품에 대한 AS 규정이 유연한 편이다.

현대리바트는 구매 후 6개월간 품질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다만 판매 당시 확인된 하자에 대해서는 무상수리가 불가하다. 현대리바트 관계자는 "단순 변심에 따른 교환이나 환불은 배송이 완료된 경우라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케아는 품질 보증 기간을 일반 상품과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 또한 전시 제품, 중고 제품, 포장 훼손 제품 등 일명 ‘자원순환 허브' 상품은 교환 대상에선 제외되나 반품 및 환불이 가능하다.

이케아 관계자는 “이케아는 DIY(소비자 스스로 조립, 제작해 만드는 방식) 제품을 판매하는 특성상 전 품목 수리 서비스를 진행하지 않는다. 자원순환 허브 제품은 소비자가 사용하다 반품한 제품도 있어서 같은 상품으로 교환이 어려운 경우가 있기 때문에 반품과 환불만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한샘과 신세계까사, 일룸은 전시품의 경우 보증기간을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교환, 환불 규정은 각기 달랐다.

신세계까사 측은 배송 직후까지는 무상 교환, 환불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신세계까사 관계자는 “배송 전 소비자 확인부터 배송 직후 기사의 확인 과정까지에서 문제가 되는 하자의 경우 조치한다. 이후에는 유상 AS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한샘은 오프라인 구매 건에 대해선 계약 시 작성하는 별도의 약관을 따른다고 안내하고 있다. 통상 제품 하자에 따른 AS기간을 1년까지 두고 있으나 유상으로만 가능하다.

일룸은 전시 상품에 품질보증기간을 적용하지 않는다. 다만 모션류 제품의 경우 매장 설치일을 기준으로 품질보증기간을 적용한다. 

일룸 관계자는 "전시품의 경우에는 유상 AS, 환불 불가를 공지한 후 판매한다"고 밝혔다.

◆ 전시 상품 품질보증, AS 제각각...계약서 등 살펴야

전시 상품의 품질보증기간 가이드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서는 가구 등 공산품의 경우 통상 1년의 품질보증기간을 권고하고 있으나 전시 상품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전시 상품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없다. 다만 계약 내용이나 구매 과정 등 개별적으로 봤을 때 법적으로 판단할 여지는 있다고 본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놨다.

계약서나 업체 운영 규정에 교환이나 환불이 불가능하다 규정하더라도 판매 과정에서 분명하게 고지하지 않았다면 소비자에게 불리한 규정이라고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조태진 법무법인 서로 변호사는 “교환, 환불의 가능 여부는 구매 계약상 중요한 부분이므로 판매자가 명확하게 고지해야 한다. 계약서나 약관에 내용이 있다고 하더라도 소비자가 쉽게 예상하지 못하는 내용이므로 분명하게 고지하지 않았다면 소비자에게 불리한 규정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