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여행사 국제선 항공권 약관 개선했는데도 당일 취소 수수료 발생?...패키지 상품 놓고 갈등 지속

상품 특성상 동일 규정 적용 불가

2024-10-21     양성모 기자
# 경기도 고양에 사는 오 모(여)씨는 지난 5일 하나투어에서 판매하는 에어텔(항공+숙박) 여행상품을 오전 10시41분경 예약했다가 이날 오후 12시22분에 취소 요청했다. 당시 주말이라 고객센터 안내대로 월요일에 다시 연락하자 취소 수수료로 6만 원이 부과됐다. 오 씨는 '18일까지 무료 취소가 가능하다'고 기재하지 않았느냐 물었으나 '숙박'에만 해당되는 내용이며 각각의 무료 취소 기한을 안내했다고 전달 받았다. 하나투어 측은 "에어텔의 경우 소비자가 예약하면 동시에 대리점 예약 관리 체계를 통해 위약금이 발생될 수 있다고 안내한다"고 전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말 여행사가 판매하는 국제선 항공권에 대해 당일 취소시 위약금을 물지 않도록 불공정약관을 시정했으나, 에어텔 등 패키지 상품에 포함된 항공권에는 취소 수수료가 부과되고 있어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여행사들은 판매 페이지에 약관과 별개로 패키지 상품에는 항공권 취소 수수료가 발생할 수 있다고 고지하고 있으나, 소비자들이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다툼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공정위는 호텔 등이 결합된 상품에도 동일한 취소 기준을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관련 약관을 손볼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어서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21일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 하나투어, 모두투어, 노랑풍선, 인터파크트리플, 참좋은여행, 마이리얼트립, 온라인투어, 타이드스퀘어 등 주요 여행사 8곳의 이용 규정을 조사한 결과 항공권만 구매한 경우에는 주말·공휴일 등 영업일 외에도 취소 처리가 가능했다.

하지만 패키지나 에어텔(항공권+호텔) 등 여행상품으로 묶인 항공권은 결제 당일 취소해도 위약금을 무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하나투어 등 국내 주요 여행사 8곳을 대상으로 항공권 온라인 판매 불공정 약관에 대해 시정권고한 바 있다. 

여행사에서 판매하는 국제선 항공권도 항공사가 직접 판매한 항공권과 마찬가지로 결제 당일 취소하면 전액 환불해줘야 한다는 내용이다. 주말·공휴일(임시공휴일 포함) 등 영업일이 아닌 경우에도 소비자가 취소 의사를 밝힌 시점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책정하도록 했다.

여행사들은 이에 따라 시정된 항공권 취소 기준을 국제선에 적용하고 있으나, 여행상품에 포함된 항공권까지 적용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여행업체 관계자는 "여행사들이 판매하는 대부분 여행상품에는 취소 시점에 따른 위약금이 있어 해당 조항을 충분히 인지하고 결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행사 입장에서도 고객이 예약했다가 취소한 상품이 다시 팔리지 않으면 그 손해를 고스란히 플랫폼이 입을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또 다른 여행사는 "항공권이 호텔이나 패키지와 결합하는 순간 여행 상품이 돼 공정위에서 시정 권고한 기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정위 역시 현실적으로 패키지 상품에 포함된 국제선 항공권에도 동일한 규정을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제선 항공권 구매에 한해서만 적용해 시정하도록 했다"며 "항공권에 호텔 등이 결합된 상품에 대해서는 항공권 취소 기준으로 강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패키지 상품에도 적용하도록 할 계획은 특별히 없으며 아직 논의하고 있는 않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양성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