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고민 커지는 부산·광주·경남은행...적립액 증가세 둔화되고 실물이전제도 참여 못해

2024-10-22     김건우 기자
이달 말 '퇴직연금 실물이전제도' 시행을 앞두고 퇴직연금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에 있는 지방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형 시중은행 대비 퇴직연금 적립액 증가세가 지속적으로 둔화되고 있는데다 '실물이전제' 도입이 내년으로 늦어지면서 신규 자금 유치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부산·광주·경남은행 등 지방은행들은 매년 퇴직연금 적립액이 순증하고 있지만 시중은행보다 성장세는 크게 둔화되고 있다. 
 

올해 9월 말 기준 지방은행 3곳의 퇴직연금 누적 적립액은 6조7393억 원으로 전년 말 대비 3242억 원(5.1%) 증가했다. 반면 5대 시중은행의 누적 적립액은 같은 기간 11조977억 원(7.1%) 증가한 166조4371억 원에 달했다. 지방은행이 시중은행보다 증가율은 2%포인트 낮고 증가액은 약 30배 가량 더 적었다.

대형 시중은행 대비 수익률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적립금이 가장 많은 확정급여형(DB형)의 경우 1년 수익률이 가장 높은 은행은 '원금보장형'에서는 하나은행(3.92%), '원금비보장형'에서는 신한은행(12.32%)이었다. 경남은행이 확정기여형(DC형) 원금비보장상품, 광주은행이 개인퇴직연금(IRP) 원금보장형에서 그나마 가장 수익률이 높았다.

여기에 지방은행들의 퇴직연금 실물이전제도 참여가 연기된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퇴직연금 실물이전제도란 퇴직연금 가입자가 현재 가입된 금융회사에서 해지하지 않고 수익률이 높은 다른 금융회사로 퇴직연금 계좌를 옮길 수 있는 제도다. 예적금과 같은 현금자산의 이전은 가능하나 주식, 파생결합증권 등 비실물자산은 이전할 수 없다.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31일 시행되는 퇴직연금 실물이전제도에 참여하지 않는 금융회사는 전체 퇴직연금 사업자 43곳 중 7곳이다. 

은행권에서는 부산은행, 경남은행, 광주은행 등 지방은행 3곳과 올해 시중은행으로 전환된 iM뱅크까지 4곳이 해당된다. 이들은 전산개발 미비 또는 차세대 전산시스템 구축 등의 이유로 내년에 순차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전북은행과 제주은행은 현재 퇴직연금 사업을 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퇴직연금 실물이전제 도입이 연기돼 당장 다른 금융사로의 가입자 이탈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반대로 고객 유치도 더욱 어려워진 셈이다. 대형 시중은행과 증권사들은 실물이전제 시행을 앞두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지방은행 퇴직연금 사업은 그동안 대형 시중은행의 흐름을 따라가는 과정을 가고 있었다"면서 "실물이전제 시행은 결국 전체 은행권 퇴직연금 시장 수성의 위기라는 점에서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축으로 대응하는 방법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