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로보틱스-에너빌리티 합병 재추진...“신사업 기회 얻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

2024-10-21     박인철 기자
두산그룹이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로부터 떼어내고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두는 사업 재편안을 다시 추진한다. 합병 비율도 1대 0.043으로 재산정했다. 

두산에너빌리티를 포함한 3사 경영진은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사업 구조가 연결돼 있는 만큼 높은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향후 열릴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의견도 충분히 수렴하고 향후 주주가치 증대 노력으로 민심 달래기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 3사 최고경영진은 21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옮기는 사업 재편 등을 설명했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는 “주주들에게 최대한 많은 주식이 지급되는 방향으로 분할합병비율을 변경했다”면서 “이번 재편으로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로보틱스 양사의 성장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은 가치가 높아질 양 사 주식을 동시에 보유하게 됨으로써 향후 추가적인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변경된 비율에 따라 수주들이 받는 가치도 높아졌다.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을 보유한 두산에너빌리티 신설법인의 합병 비율은 1대 0.043이다. 기존 1대 0.031에서 상향 조정됐다. 이에 따라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100주를 보유할 경우 분할합병을 통해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88.5주와 두산로보틱스 주식 4.33주를 받게 된다. 기존에는 각각 75.3주, 3.15주였다.

다만 우려도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2022년, 2023년 2년 연속 1조 원 이상의 수익을 내는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두는 것은 가치 평가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17일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두산 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주주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주주 설득과 금융당국의 심사 통과 등 아직 건너야 할 길이 험준하다. 

두산그룹은 신사업을 늘려갈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위해서라도 이번 사업 재편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을 분할하면서 얻게 되는 1조 원 이상의 투자 여력으로 미래를 도모하는 것이 사업 시너지를 내는 데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다.
▲스캇박 두산밥캣 대표
스캇박 두산밥캣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서 두산밥캣과 경쟁하고 있는 다른 건설기계 회사들도 로보틱스 업체를 인수해 AI, 자동화 분야 등의 시너지를 추구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 입장에선 최대 시장인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갖춘 두산밥캣과의 사업적 결함으로 성장 속도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두산그룹은 향후 열릴 주주총회를 통해 주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설득에 나설 예정이다. 앞서 주주들의 반발에 합병 비율을 재조정했던 만큼 미래 계획을 충실히 설명하겠다는 입장이다. 두산그룹은 주주가치 증대를 목표로 배당 확대도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는 “비영업자산을 정리해 1조 원 이상의 투자 여력을 확보하면 원전, SMR, 가스터빈, 수소터빈, 해상풍력 등 에너지 사업 기회가 커지고 있는 시점에서 적시 투자로 시장을 선점할 계획”이라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